얼마 전에도 양념 통닭을 먹었다고요? 혹시 손가락을 빨다가, 이 맛있는 치킨을 제일 처음 먹은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한 적은 없었나요? 우리는 언제부터 닭을 키우기 시작했을까요? 고고학과는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이 일도 고고학자의 연구 주제 중 하나랍니다. 인도의 먼지투성이 유적에서 첫 번째 닭의 흔적이 발견되었거든요!
닭, 처음엔 먹으려고 키운 게 아니야!
‘꿩 대신 닭’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에 쓰는 속담인데, 이런 표현을 보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닭을 키워왔던 것 같아요. 인간 유적에서 발견된 닭의 흔적은 4000년 전의 것으로, 소나 돼지 같은 다른 가축보다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랍니다. 동남아시아의 정글에 살고 있던 야생종 닭인 ‘적색야계’를 인간이 길들인 것으로 추측하지요.
고고학자들이 사람이 키운 가장 오래된 닭의 흔적을 발견한 곳은 파키스탄을 가로질러 흐르는 인더스강 주변의 유적이에요. 인더스강 유역에 세워진 도시인 하라파와 모헨조다로에서, 세계 최초의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이 탄생했어요.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닭의 것으로 보이는 조류의 뼈들을 발견했어요. 더 그럴듯한 증거는 인더스 사람들이 진흙으로 만든 인장*들이에요. 여기에는 닭의 볏과 꼬리를 묘사한 조각이 여럿 발견되었지요.
그렇다면 인더스 사람들은 닭을 먹기 위해 길렀을까요? 인더스 유역에서 발견된 진흙 유물 중에는 두 수탉에게 싸움을 붙이는 모습의 조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이런 사료나 기록을 통해 사람들이 제물로 바치거나 닭싸움을 위해 처음 닭을 길렀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과거에 닭싸움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라서, 전 세계 곳곳에 닭싸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거든요.
즉 동남아시아에서 닭싸움 등의 이유로 처음 사육된 닭이 서쪽으로는 상인이나 군인들의 손에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동쪽으로는 원주민을 따라 태평양을 건너 남아메리카로 퍼졌다는 것이죠!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좀 특별한 친구, 고양이!
어떤 동물이 가축이 될까요? 인간이 야생동물을 길들여 사육 종으로 만드는 것을 ‘가축화’라고 해요. 가축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유용하고 쉽게 돌볼 수 있어야 해요. 그뿐만 아니라 인간과 함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번식이 쉬워야 해요. 인간이 좋아하는 외양을 가진 것은 당연하고요.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해서 인류의 친구가 된 동물은 지금까지 겨우 20여 종에 불과해요.
가축이 된 동물들은 겉모습이 달라져요. 소의 뿔이나 돼지의 어금니처럼, 야생에서 살 때 중요하게 쓰이던 기관이 줄어들기도 하죠. 고고학자들은 유적 주변에서 발견되는 동물 뼈에서 이런 흔적을 찾아내 가축의 기원을 파악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인간과 가까워진 가축 중에 유독 특이한 동물이 있어요. 바로 고양이죠! 고양이는 다른 가축들과는 달리 사회성이 없어요. 고양이는 혼자 살아서 무리를 지어 키우기가 힘들지요. 야행성이라 인간의 생활 리듬과 맞지 않고, 교배를 시키기도 어렵죠. 어떻게 고양이는 인간의 친구가 되었을까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생물학자인 칼로스 드리스컬은 약 10년 동안 전 세계의 고양이 유전자를 수집했어요. 그 결과, 모든 고양이가 중동에 사는 ‘리비아살쾡이(왼쪽 사진)’의 자손이라는 점이 드러났어요. 칼로스 드리스컬은 아마 1만~1만 2000년 전, 중동 어딘가에서 고양이가 사람과 처음 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정착 생활을 하면서 마을 주변에 음식 찌꺼기 등 식량이 많아졌고, 이를 찾아 내려온 야생 고양이 중 온순했던 종류가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살며 쥐를 잡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러다 고양이를 귀여워한 사람들이 직접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했고요. 즉, 서로에 대한 공생 관계가 유지되며 고양이와 인간이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이렇게 인간은 가축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간답니다. 혹시,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21세기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보고, 어쩌면 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용어정리
*인장 : 특정한 문자나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재료에 새겨 찍도록 만든 일종의 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