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2월 14일 저녁,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길이 25m, 폭 1m, 높이 2.5m에 무게가 거의 30t(톤)에 달하는 거대한 기계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기계의 이름은 ‘전자식 숫자 적분 및 계산기’라는 뜻의 ‘에니악(ENIAC)’. 최초의 컴퓨터(전자식 자동계산기) 중 하나였습니다.
에니악은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우던 미국 육군의 요청으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물리학자 존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가 설계하여 만들었습니다. 발사한 포탄의 명중률을 높이려면 포탄의 궤도는 물론, 온도, 습도 등 다양한 수치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지요.
에니악은 3년 동안의 설계를 거쳐 1946년에 공개되었습니다. 에니악은 이전의 계산기보다 계산 속도가 거의 1000배나 빨랐어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전쟁에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에니악은 우주선 연구, 풍동 설계, 일기 예보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분야에 널리 쓰였지요.
에니악은 최초의 컴퓨터로 유명하지만, 사실 컴퓨터 역사가들은 최초의 컴퓨터가 실제로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논쟁 중입니다. 1939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의 아타나소프 교수가 만든 ‘ABC’나, 영국의 암호 해독가들이 1943~1945년 사이에 활용한 ‘콜로서스’가 최초의 컴퓨터라는 주장도 있지요. 특히 콜로서스의 경우 영국 정부가 국가 기밀로 숨겼기 때문에 오랫동안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에니악이 초기 컴퓨터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후로 에드박(EDVAC), 유니박(UNIVAC) 등 에니악의 구조를 개선한 컴퓨터들이 나오면서 컴퓨터의 성능은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갔지요. 에니악이 현대 정보사회를 연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