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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충 탐사 | 이 조그만 벌레가 생물계의 슈퍼스타?

 

가을이 완연한 10월 26일,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신도에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모였어요. 선충 특별탐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지요. 탐사대원들은 이곳에서 선충을 찾기 위해 모였지요. 곤충도, 거미도 아닌 선충이 생소하다고요? 그러면 지금부터 서울대학교의 김준 연구원과 함께 선충을 찾으러 포도밭으로 떠나볼까요?

 

선충이 어떤 동물이야?


“그런데 선충이 어떤 동물인가요?”


아침 10시,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인천 바닷가. 기자는 김준 연구원과 함께 신도로 떠나는 배를 탔어요. 선충이라는 말이 생소했던 기자가 김준 연구원에게 물었지요.


“선충은 선형동물문*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작은 지렁이처럼 생겼는데 대부분 몸길이가 1mm 정도지만, 1m가 넘게 자라는 거대한 종도 있어요!”


이름에 곤충을 뜻하는 한자인 ‘충(蟲)’이 들어가지만, 선충은 곤충과 전혀 다른 동물이에요. 딱딱한 외피와 6개의 다리를 가진 곤충과 달리 선충은 투명하고 미끈한 몸을 가지고 있죠.


“선충은 종류도 다양해요. 극지방부터 바닷속 열수구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독성 원소인 비소가 가득한 호수에서도 선충이 발견되었어요.”


현재까지 2만 5000종이 넘는 선충이 발견되었지만,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약 100만 종에 달하는 선충이 있으리라 추측하고 있어요. 오늘 지구사랑탐사대가 인천 앞바다의 섬인 신도로 가는 이유도 혹시 섬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신종 선충을 찾아보기 위해서지요.


이 조그만 선충은 사실 생물학계의 슈퍼스타랍니다. 선충이 생물학자들의 ‘모델 생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모델 생물은 생물의 몸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 생명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주로 연구하는 생물이에요. 모델 생물에는 초파리, 애기장대 등 다양한 동식물이 있는데, 선충의 한 종류인 ‘예쁜꼬마선충’도 모델 생물 중 하나지요.


예쁜꼬마선충은 작고 잘 자라서 실험실에서 키우기 쉬워요. 거기다 몸이 투명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핵심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유전자의 영향을 관찰하기에도 편리하지요. 지금도 전 세계의 유전학 실험실에서 예쁜꼬마선충으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답니다.

 

 

과수원 바닥에서 선충을 찾아라!


지구사랑탐사대가 모인 곳은 달콤한 향이 코를 찌르는 포도밭! 김준 연구원이 선충을 찾기 위해 선택한 장소예요. 탐사 전, 김준 연구원이 선충을 쉽게 찾는 비결을 알려주었어요.


“구더기가 생긴 썩은 과일, 흙바닥 가까이 떨어져 곰팡이가 하얗게 슨 포도알을 채집해 주세요. 그러면 썩은 과일에 사는 세균이나 곰팡이를 먹는 선충을 발견할 확률이 높습니다.”


연구원의 말을 들은 지구사랑탐사대가 과수원 여기저기로 흩어졌어요. 수확 철이 지난 스산한 과수원 여기저기에 채 수확하지 않은 포도송이들이 널브러져 있었죠. 장갑 낀 손으로 포도를 뒤집자 초파리들이 놀라서 확 날아올랐어요. 


“으아~, 초파리다!”


놀란 것도 잠시, 대원들은 열심히 포도알을 줍기 시작했어요. 포도알에서 어떻게 선충을 관찰할까요? 곰팡이가 핀 포도알 서너 개를 비닐백에 담은 후 물을 조금 넣어요. 그리고 손으로 포도알을 조물조물 터뜨려 잘 섞어주면 관찰 준비 끝! 으깬 포도에 현미경을 들이대자, 화면에 길쭉하고 거대한 벌레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와, 이게 선충이에요?”


김준 연구원이 대답했어요.

“아니에요. 그건 초파리 구더기예요. 선충은 훨씬 작아요. 여기, 화면 아래에 한 마리 보이네요!”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구더기보다 훨씬 작은 벌레가 몸을 흔들며 헤엄치고 있었어요. 길쭉하고 미끈한 몸체가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죠. 여기저기서 대원들의 탄성이 이어졌어요. 현미경을 비추니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선충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죠.

 


관찰이 끝나자, 탐사대원들은 선충을 발견한 포도알 표본에 발견한 사람의 이름과 날짜, 장소를 썼어요. ‘하쿠나마타타’ 팀의 손민서 친구는 “썩은 포도를 주울 때는 힘들었는데,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선충을 현미경으로 확인하니 신기했다”고 말했어요. 김준 연구원은 신도에 신종이 사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포도 표본을 연구실로 가져갔지요.


며칠 후, 김준 연구원에게 연락이 왔어요. “관찰 결과 생식기가 몸통 뒷부분의 3/4 지점에 있고, 알 대신 새끼를 낳는 선충”이라며 “신종인지는 더 확인해보아야 하며, 남양주의 배에서 발견한 선충과 유사한 종류로 보인다”라고 밝혔답니다!

 

 

 

 

_INTERVIEW

김준(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발생연구실 연구원)

 

 


Q 왜 선충을 연구하시는 거예요?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생물의 진화에 관해 연구하고 싶었는데, 선충이 진화를 연구하기 좋은 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크기가 작고 잘 자라서 실험실에서 다루기 쉬운 동물이거든요. 게다가 점점 선충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죠.

 

Q 선충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선충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외형과 생태를 가지고 있어요. 먹이에 따라 밋밋한 구기(입)를 가진 것부터, 국화꽃처럼 화려한 구기를 가진 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죠. 또 선충 중에서는 소나무에 기생해 나무를 말려 죽이는 ‘소나무재선충’, 사람의 다리에 기생하는 ‘메디나선충’ 등 피해를 주는 종류도 있어요. 선충 연구가 중요한 이유지요.

 

Q 지금은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우리나라에 사는 예쁜꼬마선충의 친척을 찾고 있어요. 유전학자들은 영국 브리스톨 지역에 사는 예쁜꼬마선충을 실험에 사용해요. 그런데 자연에는 훨씬 다양한 종류의 선충이 살아요. 우리나라에 사는 선충들의 유전체 정보를 모아 나중에 우리나라 선충의 계보도를 그려보고 싶어요!

 

Q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전국의 선충을 찾는 건가요?


선충이 썩은 과일을 좋아하니, 주로 전국의 과수원이나 공원의 감나무를 찾아다녀요. 우리 연구실에서는 명절 때마다 고향에 가는 연구원들에게 썩은 과일을 주워오라고 부탁해요. 그러면 전국의 선충을 쉽게 채집할 수 있거든요! 

 

 

 

 

용어정리

*선형동물문 : 후생동물의 한 문. 보통 실 모양으로, 단면은 원형으로 생겼다. 혈관과 호흡 기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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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창욱 기자 기자
  • 도움

    김준(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발생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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