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이 끝나자 참가자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었습니다.
암호 같은 문자와 숫자가 화면에 나타난 컴퓨터, 전자 회로 기판과 납땜 인두, 건축 모형을 만들 스티로폼 보드 등 다양한 무기가 등장했지요. ‘해커톤’이 뭐기에 이런 도구가 필요한 걸까요?
24시간 안에 완성하라!
해커톤은 1999년 인도 캘커타 주에서 열린 컴퓨터 암호 개발 행사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어려운 프로그래밍을 할 때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을 뜻하는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을 더해 만든 합성어지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등이 모여 짧게는 무박 2일, 길게는 일주일간 마라톤을 하듯 쉬지 않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를 완성하는 게 목표랍니다.
2019 서울 미세먼지 해커톤의 참가자들 역시 6월 26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미세먼지 문제를 풀 작품을 완성해야 했어요. 행사가 시작되자 남은 시간을 알리는 시계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먼지가먼지 팀원들은 “시간이 줄어드는 걸 보면 졸음도 날아갔다”며, “새벽 5시까지 대부분 참가자가 깨어 있었다”고 새벽의 열기를 전했지요.
서울기술연구원이 연 이번 해커톤은 시민의 도움으로 어려운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것이 목적이에요. 실제로 2002년부터 줄었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부터 정체되거나 오히려 높아지고 있어요. 연평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수치보다 2배를 넘는 수준이 계속되고 있지요.
미세먼지는 해외나 큰 공장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서도 많이 배출돼요. 지름이 2.5μm 이하로 작은 초미세먼지의 발생원을 서울연구원이 2015~2016년 살펴본 결과, 서울에서 자체 발생한 것 중 39%는 난방, 25%는 교통에서 나왔지요.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 원장은 “자동차와 난방 등 시민들의 생활에서도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내는 아이디어가 유용할 수 있다”고 해커톤을 연 이유를 밝혔답니다.
27일 해커톤이 끝나자 행사장에는 완성된 제품과 설명 포스터가 함께 전시됐어요.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했던 참가자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알리는 스마트폰 앱부터 드론과 자동차, 공기청정기, 선풍기까지 각양각색의 작품을 내놓았지요. 서울시는 심사를 통해 선정된 상위 4개 팀의 기술을 검토해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에 적용할 예정이에요. 서울기술연구원의 김경원 미세먼지연구실 실장은 “예상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협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평가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