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들판에 누워있던 개코 조수가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어요. 꿀록 탐정도 냄새를 맡아보니 과연 뭔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요. 둘은 냄새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어요. 그곳에는 웬 소년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죠.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불이야!”
“무슨 일이죠?”
꿀록 탐정이 물었어요.
“들판에 불이 났어요. 불길이 점점 마을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데 제가 아무리 불이야 하고 외쳐도 사람들이 믿지 않아요. 이러다가 온 마을이 불타면 어떡해요.”
“왜 당신의 말을 안 믿는 거예요?”
양치기 소년은 조금 쭈뼛거리다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했어요.
“실은 제가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 했거든요. 불이 안 났는데 불이 났다고 하고, 늑대가 없는데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고들판에서 혼자 양을 보고 있으면 너무 심심해서 그만 거짓말이 튀어나오고 말아요.”
꿀록 탐정은 시무룩한 소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어요.
“앞으로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내가 도와줄게요.”
양치기 소년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꿀록 탐정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 손을 집어넣었어요. 꿀록 탐정이 꺼낸 건 화재경보기였어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연기가 빛의 방향을 바꾼다
화재경보기는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이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알리는 장치예요. 화재경보기가 불을 감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대부분 우리 집에는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광전식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어요. 생활 용품은 천이나 나무,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불에 잘 타고 연기가 많이 나거든요.
광전식 화재경보기는 빛과 센서를 이용해 연기를 감지해요. 경보기 안에 빛을 만들어내는 발광부와 빛을 포착하는 센서가 있는데, 빛이 센서에 닿으면 비상벨이 울리도록 연결돼 있어요. 평상시에는 발광부에서 나오는 빛이 센서에 닿지 않아요. 빛은 항상 곧게 직진하는데 센서는 직진 방향의 빛이 닿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불이 나서 연기가 경보기 안으로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져요. 연기는 먼지나 수증기 같은 작은 입자들로 이뤄져 있는데, 빛이 연기 입자에 부딪히면 다른 방향으로 꺾이거든요. 연기가 많아지면 빛은 여러 방향으로 마구 흩어지고 평소에는 닿지 않던 센서에도 들어가게 되지요. 빛을 감지한 센서는 전기 회로로 신호를 보내 비상벨을 울립니다.
적은 양의 연기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지기를 쓰면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할 수 있지만, 불이 나지 않았는데 비상벨이 잘못 울릴 가능성도 높아져요. 따라서 화재경보기를 설치할 때는 주변 환경과 장소의 특징을 잘 살펴 적합한 감지기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인공지능으로 화재를 감지한다!
‘2024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들어온 화재 신고 11만 5902건 중 6408건이 비화재보였어요. 비화재보란 불이 나지 않았는데 화재경보가 울린 경우를 말해요. 6408건은 실제로 소방관이 출동한 횟수에 대한 통계이므로 119에 신고하지 않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은 이보다 훨씬 많을 거예요. 그렇다고 아주 연기가 많아졌을 때나 아주 뜨거워졌을 때만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도록 만들면 화재 피해가 더 커지겠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화재 감지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요.
AI 화재 감지기는 먼저 다양한 유형의 화재 데이터를 학습해요. 그다음 실시간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 패턴을 분석해 화재인지 아닌지 판단하지요. 예를 들어 요리할 때 생기는 연기와 화재로 발생하는 연기는 색깔, 움직임, 확산 속도, 온도 등에 차이가 있는데, AI는 이 특징들을 종합해 불이 났을 때의 패턴과 비교해요.
요리할 때 생기는 연기는 보통 천천히 퍼지고 색상이 일정하며 특정 온도 범위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화재 연기는 색상도 훨씬 진하고 빨리 퍼지며 불규칙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보여요. 또 요리할 때는 열이 특정 부분에 집중되어 나타나며 온도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훨씬 넓은 범위에서 아주 가파르게 온도 변화가 일어나요. 이처럼 AI 화재 감지기는 영상 데이터, 열 패턴 데이터, 심지어는 타는 소리 같은 음성 데이터까지 학습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화재를 알아챌 수 있답니다.
지난 2월, 한국전력공사는 산불을 감지하는 AI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한다고 발표했어요. 산에 주로 설치되는 송전탑에 산불 감지 AI를 더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겠다는 거지요. 아직 우리 주변에서 상용화된 사례는 많지 않지만, 앞으로 AI 화재 감지기가 더 발전하면 비화재보는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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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꿀록 탐정이 불이 난 곳에서 가까운 나무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했어요. 시커먼 연기가 조금씩 화재경보기로 들어가더니 곧이어 귀가 찢어질 듯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놀란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이야?” 하면서 뛰어나왔고, 양치기 소년은 드디어 거짓말이 아닌 소리를 외칠 수 있었어요.
“불이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