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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반려동물] 동물 행동 훈련으로 반려견의 마음을 살핀다!

 

“두부~! 두우~, 부~! 두! 부! 야!”
아직 제 이름도 모르는 3개월 된 강아지 ‘두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호자와 함께 동물병원을 방문했어요. 어디가 아프냐고요? 
전혀요.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이혜원 원장님께 반려견이라면 이 시기에 꼭 받아야 하는 훈련을 받으러 왔지요. 그럼 출동!

 

사회화 시기는 훈련의 골든타임


“어젠 두부가 제 어깨를 앙! 물었어요.”


두부의 보호자인 김동건 기자가 그간 두부와 겪은 일들을 털어놓자 이혜원 원장은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두부가 풍산개와 진돗개의 잡종이라고 했죠? 두 종 모두 독립적인 성격이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걸 좋아해요. 혼자 뛰어다니며 놀고 싶은데, 동건 친구가 두부를 막으면 참지 못하고 무는 거예요.”


개는 인내심에 한계가 오면 사람을 물 수도 있어요. 따라서 보호자는 개들의 언어를 이해하며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반려견이 어릴 때부터 적절한 훈련을 시켜야 하죠. 


“보통 생후 2주부터 12주까지를 사회화 시기라고 해요. 매일 세상을 열심히 배워나가는 시기라 ‘사회화’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이때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해야 나중에 공격성을 드러내는 문제 행동이 나타나지 않아요. 또한 ‘앉아’, ‘기다려’ 등 보호자가 반려견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령어를 알려주기도 좋은 시기예요. 먼저, 언제든 두부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보호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해 볼게요.”


원장님은 두부와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검지와 중지로 눈을 가리킨 다음, ‘눈!’이라고 외쳤어요. 어리둥절하던 두부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원장님과 눈이 마주치면 바로 간식을 주는 훈련을 계속 반복했지요. 


“처음에는 자세를 낮추고 진행하다가 두부가 익숙해지면 서서 훈련을 진행하세요. 밖에서 한눈팔다가도 ‘눈!’만 외치면 보호자를 볼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야 해요.”

 

 

차와 오토바이도 무섭지 않아!


두부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나무 기둥과 전봇대에 멈춰서 한참 동안 냄새를 맡았어요. 김시연 기자가 목줄을 당겨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소용없었지요. 


“사회화 시기에는 탐색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충분히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보호자와 속도를 맞추며 걸을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해요. 아까 했던 ‘눈!’ 훈련으로 관심을 돌린 후, 걸으면 돼요.”


나무 아래에서 냄새를 맡던 두부가 떨어진 음식물에 입을 가까이 댔어요. 이 광경을 본 원장님은 곧바로 손으로 음식물을 가려 못 먹게 했지요.


“두부에겐 ‘지지 훈련’이 꼭 필요하겠네요. 땅바닥에 간식을 두고 두부가 먹으려고 하면 방금처럼 한쪽 손으로 가린 다음, 다른 쪽 손으로 더 맛있는 간식을 주는 거예요. 사람이 주는 것만 먹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는 거죠. 요즘같이 날씨가 좋은 날엔 사람들이 공원에 놀러 나왔다가 음식물을 땅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보호자가 한눈파는 사이에 이런 음식을 먹지 않도록 집에서 꼭 지지 훈련을 해 주세요.”


두부가 걷기 시작하자 원장님은 두부의 속도에 맞춰 나란히 걸었어요. 간식을 허벅지에 두고 두부가 바로 옆에서 걸을 수 있도록 유도했지요. 차가 지나갈 때나 공사장 소리가 날 때에도 간식을 줬어요. 나중에 이런 것들에 놀라 사람을 공격하거나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예방하는 거예요. 산책을 모두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가려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두부가 병원까지 올라가는 계단을 좀처럼 오르려고 하지 않았죠. 원장님은 기자단 친구들이 먼저 계단을 올라가 두부를 부르도록 했어요.


“두부처럼 덩치가 큰 개도 처음 만나는 계단은 무서워해요. 보호자가 먼저 올라가 무서운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세요. 그래도 계단에 오르지 않는다면 간식을 주고요.”


십여 분간 계단에서 버티던 두부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어요. 병원에 도착해 발톱 깎기와 안약 넣기, 귀 청소 등의 훈련을 이어서 했지요. 


“두부는 자주 저를 따라해요. 졸졸 따라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제가 하는 행동도 비슷하게 해요. 왜 그런 건가요?”


김동건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며 이혜원 원장님은 훈련을 마무리 했어요. 


“동건 친구와 있을 때 즐겁고 안정감을 느끼는 거예요. 보호자를 좋아한다는 신호이니 다행이지만, 아직 무는 힘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흥분하면 동건 친구가 다칠 수 있어요. 따라서 손을 물려고 하면 바로 놀이를 중단하고, 장난감도 끝 부분만 물도록 훈련시켜야 해요.”  

 

 

우리나라에 반려견 물림 사고가 사라지길 바라요!

 

_인터뷰  이혜원(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Q행동치료 동물병원을 연 계기가 있나요?


우리나라에 행동치료 동물병원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개원하게 됐어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동물의 신체 건강만큼 정신 건강에도 관심이 많아요. 우리나라는 아직 반려동물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보호자가 많다고 생각했지요.


사람에게 정신과 병원이 필요한 것처럼 동물에게도 강박증, 공격성, 분리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할 병원이 필요해요. 우리 병원은 일반 동물병원과 달리 사회화 훈련과 행동치료에만 집중해요. 신체 검사가 필요한 경우엔 외부 실험실에 의뢰하거나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오시라고 안내하고 있지요.


 Q 어떤 행동 문제가 가장 많은가요?


공격성 문제가 가장 많아요. 문제 행동이 심각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아오는 보호자가 많은데, 행동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치기 힘들어요. 간식을 주다가 멈췄을 때 간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이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아요. 이외에도 공격성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으니 평소에 잘 관찰하세요. 가끔 한 번의 상담으로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고치고 싶어하는데, 사람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과 똑같아요. 끈기를 갖고 여러 번 병원을 찾고, 집에서도 이어서 훈련을 계속 해야 하죠.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가 줄어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보호자들이 훈련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끈기있게 훈련을 받는다면 조금씩 사고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보호자들이 행동치료 과정을 반려동물과 공감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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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 도움

    잘키움행동치료동병원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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