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해서 몇 번을 다시 봤지만 여기에 보물이 있는 게 맞는 것 같아. 아! 지도 밑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네? ‘조상의 지혜를 빌려야 보물을 찾을 수 있다…?’
칼에 베여 피가 나면 소독약과 연고를 찾지요? 그런데 이런 약들이 없었던 옛날에는 어떻게 상처를 치료했을까요? 우리 선조들은 ‘참갑오징어’의 뼈를 갈아서 상처에 발랐답니다. 뼛속의 ‘탄산칼슘’이 숨은 비결이지요. 탄산칼슘의 칼슘 이온이 혈액 응고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탄산칼슘이 피 속의 수분을 만나면서 발생하는 열도 지혈에 도움이 되거든요.
또, 미역과 함께 갈조류에 속하는 ‘곰피’ 역시 선조들이 사용한 바다의 보물이에요. 곰피에는 당과 지질이 결합하고 있는 화합물인 ‘당지질’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물과 기름에 모두 잘 녹는 ‘계면활성제’의 특징을 갖고 있어요. 이 때문에 곰피를 비누처럼 사용하면 옷에 묻은 기름때를 지울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은 젤라틴이 풍부한 민어의 부레로 접착제를 만들거나, 상어의 꺼끌꺼끌한 피부를 사포처럼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선조들의 다양한 경험이 후대에 전해지면 서 쌓인 지식을 ‘전통지식’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과학과 산업의 발달로 대부분의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유용한 전통지식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요. 이제 과거의 전통지식은 더이상 쓸모가 없는 걸까요?
놀랍게도 전통지식은 과학자들에게 의외의 아이 디어를 주기도 해요. 실제로 중국의 식물화학자 투 유유 박사는 중국 전통 약초 서적의 내용을 바탕으로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내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지요.
이에 우리나라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전통지식을 수집하고 있어요.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통지식의 경우, 전통지식을 알고 있는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생물의 이름, 생물 채취 시기, 생물 가공 방법 등을 자세히 여쭤보지요. 국립생물자 원관의 김병직 연구관은 “지난 10년간 10만 건이 넘는 전통지식들을 찾아냈다”며, “전통지식은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강조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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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든 생물은 저마다의 용도가 있어요”
_김병직(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 환경연구관)
Q 전통지식을 모으는 과정이 궁금해요.
보통 3~4명이 함께 시골 마을에 찾아갑니다. 어르신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어르신들이 갖고 계신 전통지식을 여쭤보죠. 이 작업이 쉽지는 않아요. 어르신들이 사용 하는 생물의 이름과 우리가 흔히 부르는 생물의 이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마치 스무고개를 하듯 계속 질문을 던져서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생물종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거든요. 1년에 100군데 이상의 마을을 방문하고, 300분 이상의 어르신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답니다.
Q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통지식을 모으는 이유가 뭔가요?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데 힘이 되기 때문이에요.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초도 그 쓰임새가 알려지면 소중한 생물자원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럽 게 생물을 보호하는 데 힘 쓰게 되겠죠.
전통지식을 모으는 건 지금 당장 과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쓸모를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미래에 생물 자원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