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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터뷰]유쾌한 지구 생각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조 소장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기자님은 대학에서 뭘 전공하셨어요?”
4월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물었어요. 훅 들어온 질문에 당황한 기자가 답했지요.
“어…. 물리랑 철학을 전공했어요.”
조 소장은 눈을 반짝이며 ‘판데르발스의 힘●’부터 시작해 갖가지 지식을 물었어요. 공기청정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나요. 한때 취미로 가던 헌책방에서 <;어린이과학동아>;를 열심히 봤다며, “공룡 기사가 좋더라”는 평가도 해줬죠.
짧은 대화에도 조 소장이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지 느껴졌어요. 괜히 여러 직업을 오간 게 아니었죠. 조 소장은 30년 전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돌연 인디음악밴드 ‘황신혜 밴드’를 만들어 이름을 알렸어요. 그 뒤에는 신인 예술가들이 작품을 파는 벼룩시장 ‘희망시장’을 만들고 ‘로그인 서울’ 등의 잡지도 기획했지요. 2002년에는 서울 마포구의원에 출마했다 떨어졌고 6년 뒤에는 귀농을 했어요.
2012년에는 서울에 돌아와 ‘십년후연구소’를 차렸어요. 친구와 재미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하지요. 에너지를 적게 쓰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하고 폭염을 대비해 옥상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는 사업을 해요. 조 소장은 드디어 질문을 멈추고 다채로운 인생을 털어놓기 시작했답니다.

●판데르발스의 힘 : 전기적으로 중성인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약한 힘.

 

 

조 소장의 진짜 정체를 밝힌다!

 

Q 건축학과생은 보통 설계사무소에 취업하잖아요?
졸업 작품 때문에 실패했어요. 당시 정부가 한강 밤섬에 서강대교를 놓으려고 했어요. 밤섬에 살던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모두 집을 뺏길 위기였죠. 속상해서 졸업 작품으로 종이에 한강과 밤섬, 상상의 통로를 그렸어요. 통로에는 밤섬의 철새 이름을 쭉 썼죠. 얼마나 파격적(?)이었던지 교수님들이 “환경 파괴하면 안 되니까 너부터 건축을 하지 마라”고 할 정도였어요.
신기한 건 졸업 작품이 그 해 대한민국건축대전에서 상을 받았단 거예요. 가작이었죠. 덕분에 졸업은 했는데 취업은 안 되더라고요. 친환경을 주제로 한 건축은 당시 건축계에선 거의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청년 실업 문제를 이해해요.(웃음)

 

 Q 그럼 취업에 실패해서 음악을 시작한 건가요?
아니요, 황신혜밴드는 취미 생활이었어요. 제가 살던 홍대 앞에 음료와 음식을 팔고 공연도 여는 ‘곰팡이’라는 가게가 있었는데, 사장이 가난한 예술가는 외상을 해준다고 해서 단골이 됐지요.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베이스를 사주며 밴드를 하자는 거예요. ‘외상값을 갚아야 하나 보다’ 싶어서 황신혜밴드를 시작했죠.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낄낄대면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노래는 성공할 마음으로 만들면 힘들지만, “웃기다”고 하면서 만들면 쉬운 것 같아요.

 

 Q 갑자기 농부는 왜 되신 거예요?
홍대 앞에서 예술가들이 공연도 하고 가게도 만들자 집값이 많이 올랐어요. 값싼 집을 짓고 싶었죠. 단열이 필요 없도록 따뜻한 전남 장흥으로 갔어요. ‘방갈로●’같은 집을 완성했는데, 단열을 안 하니까 여름에 지붕이 엄청 달궈지더라고요. 지붕이 발사하는 태양열을 온몸으로 받는 극한 체험을 했어요. 
결국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서 지붕에 씌웠더니 낮잠을 잘 수 있었죠. 반사재만으로도 기온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 십년후연구소가 ‘쿨루프’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 중 하나죠.

●방갈로 : 인도의 북동쪽 벵골 지방 형식의 나무집. 바람이 잘 드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Q ‘쿨루프’ 프로젝트가 뭔가요?
햇빛을 잘 반사하도록 만든 특수한 흰색 페인트를 옥상에 칠하는 거예요. 덜 더우니까 에어컨도 덜 틀고, 화석 연료도 적게 사용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죠.
이 아이디어는 미국 물리학자 아서 로젠펠트가 냈어요. 1973년, 로젠펠트가 주유소에 갔는데 줄이 엄청 길었어요. 기다리면서 보니 모든 차가 시동을 켜고 있더래요. 로젠펠트는 에너지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이중창, 쿨루프 등의 아이디어를 냈어요. 우리 연구소도 족보가 있죠?

 

 

 Q 그래서 옥상에 흰 페인트를 많이 칠하셨나요?
2014년에 한 업체에서 페인트를 후원 받아 옥탑방이 있는 옥상을 칠하기 시작했어요. 옥탑방이 여름에 진짜 덥거든요. 이후 언론에 알려지며 쿨루프 프로젝트가 많이 커졌어요. 작년에는 서울 도봉구 창3동에서 어린이집 20개, 주택 50여개를 칠했지요. 올해는 영국 공익재단 ‘네스타’가 여는 ‘밀리언 쿨루프 챌린지’에 도전하려고요. 누가 흰 페인트를 많이 칠하나 겨루는 세계대회예요.

 Q 많은 일을 했는데,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건축가예요. 생각하고 만드는 일을 좋아하죠. 건축이란 어려워서 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와 사랑에 빠지는 일인 것 같아요. 지구온난화처럼요.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를 더 공부하려고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쿨루프가 실제로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하는지 연구하고 있죠. 살면서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네요.

 Q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는 비결이 있나요?
무섭고 넘어질 것 같고 깨질 것 같아도 한번 부딪혀 보고 깨지고 싸우면 이기든 지든 얻는 게 있어요. 저도 실패를 통해 많이 배웠거든요. 어린 친구들도 이런 실패의 특권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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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다솔 기자 기자
  • 사진 및 도움

    십년후연구소
  • 기타

    디자인 최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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