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샤랄라~, 요정이 춤을 춘 흔적이 있다고?

“꺄아악~! 살려 주세요!”
냥냥과 함께 뒷산에 밤을 주우러 온 닥터고글의 귓가에 비명 소리가 들린다. 닥터고글이 허겁지겁 풀숲을 헤치며 비명이 난 곳을 찾아가니, 온몸을 풀로 꾸민 한 남자와 그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한 여자가 보이는데….

사건 의뢰 - 요정을 찾는 남자?


비명을 지른 여자는 숲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인 수피아양. 수피아 양은 주말에 있을숲탐방 모임을 위해 동네 뒷산을 답사하던 중이었다. 꽤나 깊숙한 산속까지 들어왔을때, 수피아 양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그건 바로 얼굴을 풀색으로 칠하고 온몸을 잎사귀로 꾸민 허망상 씨.
“다…, 당신 간첩이지? 사람 살려~!”
허망상 씨의 요상한 차림새를 본 수피아 양은 간첩이라고 판단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간…, 간첩이라뇨? 전 그저 요정을 찾아온 것뿐이라고요!”
허망상 씨는 자기가 풀숲에 숨어 있던 이유는 요정을 기다린 것뿐이며, 그증거도댈수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그증거를 보여 준다며 어떤 곳을 가리키는데….
“뭐예요! 저건 그냥 공터잖아요!”
허망상 씨가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숲속의 한 공터. 공터에는 잡초와 고목이 무성하고, 드문드문 버섯도 나 있다.
“거짓말을 하려면 좀 더 그럴싸하게 하든가요!”
“거…, 거짓말이요? 요정이 남긴 저 흔적을 보라고요!”
“닥터고글, 아무래도이사람은 간첩이 아니라,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아요. 어서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닥터고글, 전멀쩡해요! 버섯이 원을 그리며 자란 저 모습이 바로 요정이 밤새 춤을 추고 간 흔적이라고요!”
그러고 보니 신기하게도 버섯이 고리 모양을 이루며 자라나 있다.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은 닥터고글, 두 사람에게 외친다.
“좋아요! 이 사건은 제가 해결하겠어요!”

사건 분석 ➊ 진짜로 요정의 흔적이라고?
 
서양에는 요정이 서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면, 그 흔적을 따라 버섯이 자란다는 전설이 있다.

닥터고글의 말을 들은 수피아 양, 그제야 유심히 공터를 살피기 시작한다. 앗!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로 버섯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나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는 수피아 양을 본 허망상 씨는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저것이 바로 요정의 반지 또는 고리라고 해서 ‘페어리링’으로 부르지요.”
닥터고글은 제트로 페어리링을 검색해 본다.
“오호라! 페어리링은 실제로 있는 현상이군요. 그리고 허망상 씨의 말처럼 페어리링이 요정이 춤을 추고 간 흔적이라고 하는 전설이 정말로 있군요.”
닥터고글의 말을 듣고 더욱 더 어깨가 으쓱해지는 허망상 씨. 신이 나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페어리링에 관한 전설은 유럽 쪽에 많이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마술사의 고리, 독일에서는 마녀의 반지, 스칸디나비아 반도 쪽에서는 엘프 또는 요정의 고리라고도 하지요.”
제트는 페어리링 전설을 묘사한 옛날 그림들을찾아서 세 사람에게 보여 준다. 꼼짝할 수 없는 증거에 할 말이 없어진 수피아 양. 하지만 왠지 아직도 뭔가가 미심쩍다.
“뭐…, 뭐예요! 닥터고글까지망상에빠진거예요? 21세기에 요정이 웬말이냐고요!”
“사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죠.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겁니다.”
닥터고글은 특수 돋보기로 버섯이 난 고리를 따라 땅 밑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닥터고글의 눈이 반짝거린다.
“오호라~, 범인은 바로 균사로군요!”
그 말을 들은 허망상 씨가 냉큼 대답한다.
“네? 이 자리에서 춤을 추고 간 요정이 균사라고요? 요정 이름치고는 좀 촌스럽군요.”
닥터고글은 버섯이 난 부분의 흙덩이를 집어들어 허망상 씨에게 보여 준다.
“흙 사이로 하얀 덩어리와 실 같은 것이 보이죠? 이게 바로 균사랍니다.”
 
산 속에 나타난 페어리링(아래)과 골프장의 잔디밭에 나타난 페어리링(위)의 모습.

사건 분석 ❷ 요정의 정체는 균사?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 하얀 것과 페어리링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허망상 씨는 닥터고글이 내미는 하얀 물질의 존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 때 옆에 있는 수피아 양이 입을 연다.
“균사라면 곰팡이나 버섯과 관련된것아닌가요?”
“맞아요. 균사는 진균류의 몸을 구성하는 것으로, 곰팡이와 버섯이 진균류에 속하지요. 정리하자면, 진균류에 속하는 균이 균사를 만들어 내면서 곰팡이와 버섯을 만드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페어리링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자~, 제트의 영상을 함께 보시죠.”
닥터고글은 제트를 불러 영상을 보여 준다. 화면속에는 균사가 자라는 과정이 동영상으로 펼쳐진다. 하얀 점으로 시작한 균은 시간이 지날수록 균사를 만들어 내면서 점점 뻗어나가더니 마침내 둥근 모양을 만든다.
“균사는 광합성을 하지 못해 땅 속에서 영양분을 얻으며 살아가요. 영양분을 얻어야 곰팡이와 버섯을 만들 수 있죠. 그래서 저렇게 가지를 뻗어 영양분을 부지런히 모으고 있는 거랍니다.”
“그렇지만 저건 쟁반 같은원모양이잖아요. 반지처럼 가운데가 뻥 뚫린 페어리링과는 모습이 다르다구요!”
“후훗~,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아직 동영상이 끝나지 않았어요.”
다시 동영상을 보는 세 사람. 속이 꽉 찬 원 모양을 하고 있는 균사는 시간이 지나자, 가운데가 스르르 허물어지고 원의 테두리만 남는다.
“어엇! 반지 모양이 됐어요! 어떻게 된 거죠?”
“원의 안쪽에 있던 균사들은 땅에 있는 영양분을 먹어가며 바깥쪽으로 가지를 뻗어나가요. 그러면서 시간이 점점 흐르면 안쪽 땅에는 더이상 먹을 영양분이 없어지죠. 그래서 원의 안쪽을 이루는 균사가 다 죽어 버려 반지 모양이 되는 거예요.”

페어리링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건 분석 ❸ 요정이 아니라 악마의 고리?

“오호라~! 그래서 버섯이 고리 모양을 이루며 자라는 거군요! 훗~, 요정은 무슨….”
닥터고글의 설명을 들은 수피아 양은 허망상 씨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하지만 허망상 씨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무…, 물론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깊은산속에 저렇게 예쁜 고리 모양으로 자라는걸보면 분명 요정의 흔적이 틀림없다고요!”
닥터고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한다.
“페어리링은산속에서만볼수있는 현상이 아니에요. 오히려 토양이 척박하고, 습도가 충분하지 않은 잔디밭에 많이 생긴답니다. 그래서 동네 잔디밭이나 골프장에서도 볼 수 있어요.”
“으악! 동네 잔디밭에서도 볼 수 있다고요? 이렇게 힘들게 산 속을 찾아 헤맸는데….”
“네. 특히 5~6월과 9~10월에 비가 많이 내리고 난 뒤에 찾아 볼 수 있어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허망상씨. 그런 허망상 씨를 본 닥터고글은 마음이 아프지만 정확한 사실을 알려 주고자 설명을 계속 한다.
“그…, 그리고 페어리링은 사실 요정의 고리라기보다는 악마의 고리에 더 가깝지 않나 싶어요. 잔디밭에 페어리링이 생기면 잔디가 말라 죽거든요.”
허망상 씨는 이제는 아예 눈물을 뚝뚝 흘린다.
“페어리링이 잔디를 죽이는 거예요?”
“네. 균사는 물이 흡수되지 않도록 하는 성질이있거든요. 그래서 잔디밭에 페어리링이 생기면 잔디는 물을 못 먹어 누렇게 말라 죽어 버리죠. 또한 균사가 시안화수소라는 독성 물질을 내뿜는 경우도있어, 잔디의 뿌리가 잘 자라지 못하기도 한답니다.”
닥터고글의 설명을 들은 허망상 씨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옆에 있던 수피아 양은 허망상씨를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질문을 하는데….
“흠~, 그럼 잔디밭에 생긴 페어리링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죠?”

사건 해결 - 다시 찾은 요정!

닥터고글은 허망상 씨의 눈치를 슬쩍 보면서, 페어리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조용히 말해 준다.
“페어리링은 주로 건조하거나 영양분이 없는 토양에서 많이 나타나므로 비료와 물을 충분히 뿌려주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요. 이미 페어리링이 생긴 곳이라면 페어리링이 생긴 부위에 깊이 30㎝, 페어리링의 안팎 50㎝ 범위에 4~6주 동안 물을 충분히 뿌려 주어야 해요. 그러면 그 부위의 흙 속에 사는 토양 미생물을 활발하게 만들어 페어리링을 없앨 수 있답니다.”
수피아 양은 더욱 적극적인 방법도 물어본다.
“이미 시중에 페어리링을 치료하는 농약이 나와 있어요. 농약을 쓰면 짧은 기간에 없앨 수 있지요. 하지만 페어리링 자체가 다른 병에 비해서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균사가 물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농약이 흙 속깊숙이 잘 스며들지 못하거든요.”
이제는 아예 자리에 드러누워 울고 있는 허망상씨를 본 수피아 양. 수피아 양은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요정을 쫓아 온 허망상 씨의 가슴에 상처를 준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된다. 이 때 눈치가 빠른 냥냥이 휴지를 물어 수피아 양에게 준다.
“저…, 망상 씨…. 이 휴지로 눈물 좀 닦으세요.”
“고…, 고마워요. 요정 따위는 이제 잊을….”
허망상 씨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휴지를 건네는 수피아 양의 환한 미소에 그만 반하고 만다.
“아앗! 요정은 실제로 있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수피아 양이 바로 요정인걸요! 수피아 양, 부디 제 요정이 되어 주세요!”
허망상 씨의 막무가내 프러포즈에 깜짝 놀란 수피아 양, 벌써 저기 저만치 도망간다.
“닥터고글~! 저 대신 허망상 씨를 부탁해요!”
뭐야? 닥터고글은 사건만 해결한다고! 나더러 어쩌라구!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8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맑아 기자
  • 도움

    이재필 교수
  • 도움

    박현 연구관
  • 진행

    이국현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