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야! 채윤아!”
피젯 스피너에서 들려온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모였어요! 갑작스러운 이모의 출현에 수호와 채윤이는 물론이고 아저씨까지 깜짝 놀랐죠.
“얘들아! 저 아저씨가 억지로 시공의 문을 여는 바람에 게임이 무너지기 시작했어. 당장 탈출하지 않으면 너희는 게임과 함께 삭제될지도 몰라!”
● 스토리 따라잡기 - 무너지는 게임을 탈출하라!
정말로 수호와 채윤이 주변의 공간이 이상하게 부서지고 있었어요. 게임 속 공간이 무너지고 있었죠. 이 광경을 바라보던 아저씨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어요. 좌절한 듯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지요.
“아이고, 게임 한 판 했다가 삭제당하게 생겼네!”
수호가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이 채윤이는 아저씨를 피해 이모의 목소리가 들리는 피젯 스피너를 가지고 도망쳤어요. 시공의 문을 열기 위해 큰 에너지를 써버린 스피너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죠. 스피너에 박혀 있던 3개의 원반도 붉은색구슬로 변해 있었어요. 혼란에 빠진 두 친구를 다잡은 것은 이모의 목소리였어요.
“게임에서 탈출할 마지막 방법이 있어. 너희들이 아이템의 남은 힘을 끌어모아 태양을 만드는 거야.”
“태양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남은 네 개의 구슬을 합치면 인공태양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구슬은 세 개밖에 없잖아요?!”
“마지막 구슬은….”
갑자기 피젯 스피너가 부서지면서 이모의 목소리가 끊겼어요. 채윤이가 깜짝 놀라 부서진 피젯 스피너를 망연자실 바라볼 때, 수호가 소리쳤죠.
“이것 봐, 채윤아! 부서진 스피너 중간에 구슬이 하나 더 있어! 우리가 가진 붉은 구슬이 4개라구!”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 태양 에너지의 비밀은 핵융합!
태양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어요. 태양이 1초 동안 내뿜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면, 인류가 1000만 년 동안 쓸 수 있을 정도지요. 그렇다면 태양은 어떻게 이렇게 큰 에너지를 만드는 것일까요?
태양 에너지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태양의 구조를 알아야 해요. 태양을 구성하는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로, 태양 질량의 약 73%를 차지하고 있어요. 수소의 원자핵은 양전하를 띤 양성자 한 개예요. 그래서 두 수소의 원자핵이 접근하면 같은 전하끼리 반발하는 힘이 발생해 서로 밀어내지요. 그런데 태양 중심부는 엄청난 초고온, 초고압의 상태라 수소 원자핵끼리 반발력을 이겨내고 서로 합쳐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수소 원자핵 4개가 합쳐지면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함께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 원자핵 1개가 만들어져요. 핵이 합쳐진다고 해서, 과학자들은 이 반응을 ‘핵융합’이라 부르지요.
그렇다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요? 이 비밀의 답은 아인슈타인이 유도한 유명한 공식, ‘E=mc2’에 숨어있어요. 이 공식의 다른 이름은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예요.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를 뜻해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인 ‘에너지’와 물질의 고유한 양인 ‘질량’이 사실은 같은 것으로, 서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죠.
1910년대 말, 영국의 물리학자 프랜시스 애스턴은 수소와 헬륨의 질량을 측정해 보았어요. 그랬더니 수소 원자핵 4개의 *원자량은 4.032, 헬륨 원자핵 1개의 원자량은 4.002였어요. 수소 원자핵 4개가 합쳐져 1개의 헬륨 원자핵이 될 때, 0.030의 원자량만큼 질량이 줄어든 것이죠. 즉, 줄어든 만큼의 질량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전환되어 방출된 것이랍니다! (*원자량 : 원자의 상대적인 질량. 기준인 탄소 원자 태양 에너지의 비밀은 핵융합! 질량과의 비율로 각 원자의 질량을 표현한다.)
● 통합과학 넓이기 - 인공태양, 과연 지구 위에 만들 수 있을까?
지난 11월 13일, 핵융합 발전을 연구하는 중국과학원 *플라스마 물리연구소가 핵융합실험로 이스트(EAST)로 1억℃의 초고온을 만들었다고 밝혔어요. 핵융합 발전은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라 ‘인공태양’이라고도 부르지요. 직전까지 최고 온도 기록은 한국의 핵융합 발전 연구팀이 보유한 7000만℃였어요. (*플라스마 : 물질의 4번째 상태로, 원자가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분리된 상태.)
핵융합 발전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를 만들어요. 1g의 연료로 만들어지는 핵융합 에너지는 무려 석유 8t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에너지와 같지요. 이것은 핵융합 에너지가 원자 사이의 화학결합이 끊어지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아니라, 여러 원자핵이 결합해 새로운 원자가 생기면서 나오는 훨씬 큰 핵에너지이기 때문이에요.
또 원료도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 풍부하며, 삼중수소는 리튬이라는 금속을 이용해 만들 수 있거든요.
핵융합 발전을 위한 연구는 이미 194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답니다. 우선,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핵융합로가 필요해요. 지구에서는 태양핵과 같은 초고압의 환경을 만들 수 없어요. 그래서 핵융합로에서는 플라스마를 태양보다 훨씬 뜨거운 1억 5000만°C로 가열하죠.
이렇게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만들어 안전하게 담아놓을 용기를 만드는 것도 큰 숙제랍니다. 뜨거운 플라스마가 핵융합로의 벽에 닿으면 플라스마가 식어 버리고, 핵융합로도 파괴될 테니깐요. 지금까지는 1950년대 구소련에서 발명된 ‘토카막’이 플라스마를 담는 장치로 가장 많이 쓰인답니다. 도넛 모양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가두지요.
앞으로 핵융합 발전을 사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핵융합 발전을 연구하기 위한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를 프랑스에 짓고 있어요. 2025년 첫 플라스마 발생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 스토리
수호와 채윤이가 정신을 차린 곳은 이모네 집 거실이었어요. 이모가 오렌지 주스를 가져다주면서 말했어요.
“정신이 드니? 너희를 위험에 빠뜨려서 미안하다, 얘들아.”
“우리가 탈출에 성공했군요? 빨간 구슬 4개는 양성자였어요!”
이모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알고보니 게임을 만든 사람은 이모였어요. 아저씨는 게임 속에서 진화한 인공지능으로, 아이들을 속여서 게임에서 탈출하려다 실패한 거죠.
“이 게임을 업데이트해서 지금은 더 재미있고 안전한 게임을 만들고 있어. 내년에 베타 테스트를 할 건데, 해보지 않을래?”
그러자 수호가 외쳤죠.
“아, 아뇨! 게임이라면 진절머리가 나요. 앞으론 이모가 만든 게임은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