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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행동학자의 기록일지 잘 가! 반달가슴곰

현장취재



엄마에게 배우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이 날 방사된 곰들은 생후 10개월 된 수컷 두 마리이다. 이들의 어미(CF-37)는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2011년 중국에서 데려왔다. 어미는 올해 1월 달에 수컷 두 마리를 출산하였고, 새끼들과 처음 8개월을 같이 지내면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여러 기술을 가르쳤다.

예를 들면 어미는 계절에 따라 먹을 수 있는 먹이의 종류를 알려 준다. 어미가 적당한 먹이식물을 씹어 먹다가 땅에 놓으면, 새끼들은 어미가 씹어 놓은 먹이를 집어 먹고 그 식물을 먹이로 삼는다. 또 사람이 접근하면 어미는 새끼들을 나무에 오르게 하며 위협행동을 해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가르친다. 이것을 ‘사회학습’이라 한다. 이렇게 새끼는 어미나 주위의 다른 개체들에게 정보를 습득한다.



인간이랑 친해지면 안 돼! 자연적응훈련

자연방사는 야생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이뤄진다. 그래서 너무 어리거나, 질병이 있으면 방사 시키지 않는다. 또 스스로 위
험을 깨닫고 방어할 수 있는 체력도 갖춰야 한다. 올해 9월부터 어미와 분리되어 자연적응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았던 새끼들은 10월 말이 되
자 15kg의 당당한 곰으로 성장하였다.

방사 시점을 10월 말로 잡은 건 지리산에 도토리가 풍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2월 말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까지 곰들은 도토리를 잔뜩 먹고충분히 살을 찌울 수 있다.

자연적응훈련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경계다. 만약 방사된 곰이 사람에게 접근해 먹이를 구걸하면 사람과 동물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종복원기술원 연구원들은 곰을 다시 생태학습장으로 불러들인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방사된 곰들이 사람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곰들에게 접근할 때에는 서바이벌 건을 쏘고 소리를 질러 겁을 준다. 그러면 곰들은 사람이 위험한 존재라고 느끼고 나무 위로 도망간다.

우리가 방사를 위해 자연적응훈련장에 접근하였을 때 곰들은 우리를 피해 나무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다. 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런 훈련 때문인지 곰들이 직접 자연적응훈련장을 떠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자연적응훈련장을 나가는 시기는 곰들이 직접 결정한다. 심지어 방사되어 나갔다가도 다시 자연적응훈련장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서식환경과 비슷한 장소를 자연적응훈련장으로 만들어 적응 훈련을 하고, 적응 후에는 출입문을 개방해 자연스럽게 오가게 하는 방법을 ‘연방사’라 한다.

2004년에 시작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불과 11년만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이고 성공적인 복원사업이 됐다. 이번에 방사된 2마리의 곰이 야생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지리산 국립공원 안에는 38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게 된다.

새끼 곰들은 과연 지리산 야생에서의 첫번째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내년봄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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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이화여대 생명과학과·에코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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