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경력
<;오디세이>;(2016, 레진코믹스)
<;숙녀들의 수첩>;(2018, 수학동아)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2018, 한빛비즈)
한창 놀다 공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던 적 있나요? 갈로아 작가는 노는 것과 공부는 하나라고 말해요. 들판에서 곤충 잡고 뒷산에서 화석 캐고 학습지에 낙서하다 얼떨결에 그린 웹툰이 조횟수 400만 회를 넘어 버린 작가 갈로아를 만났어요!
갈로아 작가 작업실은 자연사박물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
전화 너머 갈로아 작가의 말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웹툰 작가가 학교라니. 지난 3월부터 SNS에 연재해 큰 인기를 얻은 웹툰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를 쓴 갈로아 작가는 현재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만화가 다루는 내용이 탄탄한 비결이지요. 11월 7일, 기자는 갈로아 작가가 만화를 그리는 작업실인 집을 찾았어요.
작가의 방에는 벽면 가득 작은 박물관이 펼쳐져 있었어요. 먼저 키가 1m를 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로켓 ‘새턴V’의 레고 모형이 눈에 들어왔어요. 작가는 새턴V를 두고 “아폴로 11호를 보낸, 세상에서 가장 큰 로켓”이라며 자랑했지요.
새턴V 아래에는 삼엽충 등 다양한 화석이 층층이 쌓여 있었어요. 작가는 “지난 겨울 태백에서 삼엽충 화석을 캤다”며, “겨울은 망치로 돌을 깨도 땀이 안 나 화석을 캐기 좋은 계절”이라고 설명했지요. 또다른 장식장엔 초등학생 시절부터 모았다는 곤충 표본과 직접 구입한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 화석 등이 있었어요. 왜 화석을 샀냐는 질문에 작가는 “티라노사우루스는 미국에 살았기 때문에 직접 화석을 캐러 갈 수 없었다”고 답했지요. 고생물학과 곤충, 우주에 대한 이같은 ‘덕심’은 작가의 만화로 이어지고 있었답니다.
Q 왜 만화가가 생물을 공부하고 있나요?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그림을 그릴지 이과를 갈지 진로를 고민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곤충도 좋아했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했거든요. 그러던 중에 할 게 없어서 곤충을 잡으러 돌아다니다가 남한산성에서 ‘갈로아벌레’를 발견했어요. 그때 “여기서 왜 갈로아벌레가 나오지? 이건 100% 신종”이라고 생각했어요. 갈로아벌레는 전세계에 30종 밖에 없는 ‘살아 있는 화석’이거든요. 이 사건을 계기로 이과로 진학했지요.
Q 그 곤충이 갈로아벌레인 걸 알아본 게 더 신기해요.
곤충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나라에서 신종 사슴벌레가 겨우 2년 전에 발견됐다는 걸 알게 됐죠. 그걸 발견한 사람이 직접 ‘털보왕사슴벌레’라는 이름을 붙여줬다는 게 신기하고 멋있어 보였어요. 그때부터 학명이 어떻게 정해지고 신종을 어떻게 등록하는지 찾아보면서 곤충을 깊이 팠죠.
Q 갈로아벌레를 발견하고 나서 어떻게 했나요?
관련 연구자를 찾아보다가 국립생물자원관의 메뚜기 연구자인 김태우 박사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메뚜기랑 가까운 곤충도 연구하고 계셨거든요. 그분의 조언으로 신종을 등록하려고 남한산성에 다시 가서 여러 번 채집했어요. 갈로아벌레는 땅속에 살아서 제 키보다 더 깊이 땅을 파기를 반복해 총 16마리를 찾았는데 전부 수컷이거나 유충이었어요. 갈로아벌레는 수컷만으로도 신종 등록을 신청할 수 있지만, 암수 한 쌍을 등록하고 싶어서 계속 찾다가 결국 실패했죠. 그래도 연구원님 덕에 고1 때는 메뚜기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지금은 신종을 찾겠단 욕심은 없고 구멍가게 주인처럼 저만의 세밀하고 재밌는 소일거리를 하며 만족하고 살려고 한답니다.
Q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린 계기가 있나요?
계기가 된 만화가 <;질풍기획!>;이에요. 등장인물이 열정적인 열혈 만화를 보면서 푹 빠지다 보니까 나도 이런 걸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언젠가 데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원펀맨>; 1권부터 10권까지 전투 장면을 다 따라 그렸어요. 제가 보기에 작화가 가장 완벽해 보였거든요. “와, 이런 구도도 있네”하고 감탄하면서 연습했죠. 제 만화는 열혈물이 아니라서 그 수련의 흔적은 찾기 힘들 거예요.(웃음)
Q 스토리는 어떻게 공부했나요?
따로 공부했다기보다 고등학교 때 이리저리 놀면서 상상하고 구상한 내용을 연습장에 그렸어요. 그때 그린 걸 모아둔 걸 보면 이상한 생각 많이 했더라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갖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되게 재미없는 만화를 보면서 “이런 건 하지 말아야지”하고 메모할 때도 있지요.
Q 힘들 때는 어떻게 하세요?
<;불타라, 펜!>;이라는 만화를 펼쳐요. 주옥같은 문구가 많거든요. 예를 들면 만화가인 주인공이 편집장한테 “이번 마감 원고입니다!”하면서 원고를 탁 던져요. 편집장이 “아니, 마감이 일주일이나 남았을 텐데?”하면 주인공이 “나는 일주일 동안 놀고 오겠습니다!”하고 돌아서는 거예요. 저에겐 성경과도 같은 만화입니다.
Q 만화와 곤충 공부를 동시에 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아주대학교 해부학과 교수면서 만화를 그리는 정민석 선생님이 한 농담 중에 좋았던 게 있어요. 학술지의 표지 논문을 12번이나 했는데, 그 이유가 그림을 잘 그려서 논문 표지가 예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제가 볼 땐 우스갯소리지만, 그림과 공부가 서로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해요. 만화가로서는 곤충이 독특한 소재고, 곤충학자로서는 그림 그리는 능력이 쓸모 있거든요.
Q 어과동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투잡은 가능하다!”입니다. 좋아하는 게 많을 때 보통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좋은 건 다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곤충학자가 되기 위해 곤충학을 계속 공부하면서 틈틈이 만화도 그릴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