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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JOB 인터뷰 2] 잎새에 숨겨진 표정을 찾는 사람,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화가’라 하면 보통 미술관에 걸린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떠올려요. 그런데 야생의 식물을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가 있어요. 바로 ‘식물세밀화가’지요. 식물의 숨겨진 표정을 찾는 사람, 이소영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식물을 그리는 사람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달려서 간 경기도의 조용한 마을. 잔잔한 강가에 이소영 작가님의 작업실이 있어요. 맑은 햇볕이 가득한 작업실에서 작가님을 만났어요.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직업이에요. 몸의 구조를 알려주는 해부도처럼,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종류를 알려주는 그림이죠.

 

이소영 작가님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식물세밀화가로,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후 식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주로 연구자들이 발견하거나 길러낸 신종 식물을 그리죠. 그런데, 식물을 사진으로 찍으면 될 텐데 왜 굳이 그림으로 그릴까요?

 

“사진으로는 식물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어요. 예를 들어 흠집이 난 사과의 사진을 도감에 실으면, 사과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흠집이 사과의 특징이라고 착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식물세밀화가는 같은 종의 식물 여러 포기를 보고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 그림을 그린답니다.”

 

현미경과 돋보기, 알콜 램프, 서랍과 병에 담긴 식물표본 등 식물세밀화가의 작업실은 여느 화가의 화실과는 다르다.

 

 

 

화가인데 탐험도 한다고?


화가는 작업실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직업일것 같아요. 말 없는 식물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죠. 그런데 식물을 그리려면 식물이 사는 곳으로 찾아가야 해요. 이소영작가님 역시 자주 산으로, 들로 탐험을 떠난다고 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산을 오르게 돼요. 원하는 식물을 찾아야 하니, 그냥 등산이 아니라 길도 없는 곳으로 가곤 하죠. 그래서 맨날 길을 잃어요. 또, 깊은 숲 속으로 다니다 보니 팔다리가 나뭇가지에 긁히기 일쑤고 벌레한테 많이 물리기도 해요.”


그렇게 고생해서 식물을 찾아도 한 번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계절에 따라 어떤 모양의 꽃을 피우고 어떤색깔의 열매를 맺는지, 적어도 1년 정도 한 식물을 꾸준히 관찰해야 하죠. 그 사이에 식물이 시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고요.

 

 

“정적일 거란 생각과는 달리, 무척 힘든 일이네요. 그런데도 왜 식물세밀화가를 하시나요?”


기자의 질문에 작가님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신종 식물의 그림을 그렸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한번은 한 식물학자께서 논문으로 발표하기 위한 신종 식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전라남도에서 택배로 식물 표본이 배달되었죠. 그리고 2년 후에 제 그림이 ‘속단아재비’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어요. 한 식물의 첫 번째 초상화를 직접 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던 경험이었어요.”

 

여러분도 직접 식물을 그려 보세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식물의 종류를 알려주는 어플도 있지만, 여전히 식물세밀화는 도감이나 논문에서 식물의 종류를 알려주는 중요한 수단이에요. 작가님의 설명을 들은 기자도 식물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도 식물세밀화가가 될 수 있을까요?

 

“식물을 찾고 그림을 그리려면 등산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식물세밀화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끈기 있게 식물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식물세밀화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해요. 작가님은 “학술 분야뿐만 아니라, 화장품, TV 예능프로그램 등 식물 그림을 원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산속 깊은 곳의 들꽃부터 길가의 가로수까지, 오늘부터 우리도 주변에 있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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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기자·changwooklee@donga.com
  • 사진

    정한길·jhg1ro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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