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아시아인 화성 탐사 대장이 선발됐어요. 다만 진짜 화성이 아니라 지구에서 진행되는 모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대장이랍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우선 모의 화성살이 프로젝트 ‘하와이 우주탐사 아날로그 시뮬레이션(HI-SEAS)’에 대해 알아봐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2030년대에 화성을 탐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이를 대비해 고립 훈련인 HI-SEAS를 진행하고 있지요. 이 프로젝트에 한국인인 미국 텍사스대학교 경제학과 한석진 교수님이 대장으로 선발됐어요.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HI-SEAS에 참여하는 데다가 대장으로 연구를 이끌어 더욱 의미 있답니다.
HI-SEAS는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화성과 비슷한 환경에 고립돼 살아보는 연구 프로젝트예요. 기지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에 마련 됐지만, 거주 환경은 화성이나 다름없지요. 연료와 음식을 제한하고, 통신을 20분 지연시키는 등 사소한 장치 하나하나가 화성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거든요. 4~6명의 대원들은 8개월 정도 이곳에 머물며 맡은 임무를 수행해요. 고립 생활이 대원들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게 목표랍니다.
2013년 3월에 HI-SEAS 1로 시작해 작년까지 5번째 연구가 끝났어요. 한 교수님은 2018년 2월 15일부터 8개월 동안 진행되는 HI-SEAS 6의 대장으로 연구에 참여할 예정이랍니다.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서 경제학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고립 생활을 앞두고 잠시 한국을 찾은 한 교수님을 직접 만나 보았어요.
Q&A | 한석진 대장님, 궁금해요!
Q. 자기 소개를 부탁 드려요.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계량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 한석진이라고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선택하고 대학교에서는 전공으로 경제학을 선택한 평범한 경제학 박사입니다.
Q. 경제학자가 어떻게 우주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우주여행’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우주 관련 기사나 다큐멘터리가 새로 나오면 챙겨봤죠. 그러다 HI-SEAS 대원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봤답니다.
Q. 그럼 HI-SEAS에서도 경제학을 연구하시나요?
평소 통계학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계량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데, 일종의 통계 모델을 개발하는 분야예요. 맨 처음 지원서를 쓸 때 HI-SEAS 프로젝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통계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제안했답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하나가 끝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임무를 더하거나 빼는 등 다음 프로젝트의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줬어요.
그런데 통계 모델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어요. 그럼 프로젝트 중간에도 대원들의 임무에 즉각 변화를 줄 수 있으니 비용을 줄일 수 있지요.
Q. 고립 기지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고립 기간 동안 모든 대원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거나 대원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할 거예요. 대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면 그걸 조율하는 일도 하고요. 또 본부와 교신을 하거나 업무 일지를 작성하는 등 주로 대원과 임무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할 예정이에요. 또 여가 시간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창의적인 일을 해 보려고 해요. 고립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대원들의 초상화를 주기적으로 그려 시간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해요.
Q. 왜 교수님이 대장으로 뽑혔나요?
사실 저도 왜 대장이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선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게 원칙이거 든요. 하지만 제 경력과 자기소개서, 성격 테스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었겠죠. 서류전형이 끝난 뒤, 세 번의 힘든 성격 테스트를 거쳤거든요. 두 번은 장시간의 온라인 성격 테스트였고, 한 번은 화상통화를 통한 면접이었죠. 미션 수행 중 허리케인이 불어오면 어떻게 할 건지, 일을 안 하는 대원이 있을때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물어봤어요.
Q. 어과동 친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영국의 달리기 선수 로저 배니스터는 1954년 처음으로 1마일, 즉 1.6km를 4분 안에 뛰었어요. 그 전엔 넘을 수 없는 기록이라 ‘마의 4분’이라 불리던 벽을 깬 거예요. 그러자 뒤이어 다른 선수들이 줄줄이 그 기록을 깼지요. 누군가 그 기록을 깨니까 절대 깰 수 없을 거라 여기던 심리적인 장벽이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저의 도전이 ‘마의 4분’이란 벽을 깬 로저 배니스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도 망설이지 말고 꿈꾸던 일에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