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화산이 뿜어내는 붉은 용암 사이로 푸른색 번개가 치고 있어요.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 자체로도 웅장한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 번개까지 함께 치니 더욱 신비하게 느껴져요.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가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내려올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이처럼 화산 폭발과 함께 번개가 치는 현상을 ‘화산뢰’ 또는 ‘화산번개’라고 불러요. 영어로는 ‘지저분한 폭풍우’라는 뜻의 ‘dirty thunderstorm’이라고도 부르지요. 화산번개는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드물게 일어나는 자연현상이에요. 칠레와 멕시코, 일본,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화산에서 발견되었답니다.
화산이 폭발하면 여러 가지 물질이 함께 분출 돼요. 땅 속 200km에 고여 있던 마그마가 붉은색 액체 상태로 흘러나오는 용암, 고체 상태의 화산탄과 화산재, 기체 상태의 화산 가스 등이 가장 대표적인 분출물이지요. 이중에서 화산번개의 원인이 되는 건 바로 화산재랍니다.
화산재는 지름 2mm 이하의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알갱이들이 공중에서 서로 부딪히면 정전기가 만들어지지요. 이 정전기가 쌓여서 화산번개가 되는 거랍니다. 구름 속 얼음 알갱이가 부딪히면서 정전기가 쌓여 번개가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2014년, 독일 루드비히맥시밀란스대학교 연구팀은 연구실에서 직접 화산번개를 일으키는 장치를 만들어 화산번개가 생기는 조건을 조사했어요. 그 결과, 화산재의 입자가 고울수록 화산번개가 더 잘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졌지요.
화산번개가 만들어지는 순간, 수만 임페어의 강한 전류가 흐르면서 근처의 온도는 무려 3만℃까지 올라가요. 이는 화산재를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온도지요. 순간적으로 액체 상태가 된 화산재는 물방울처럼 서로 동그랗게 뭉쳐요. 그런 다음 식으면서 수십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작은 유리구슬로 변한답니다.
미국 알래스카페어뱅크스대학교 연구팀은 화산에서 이 유리구슬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화산번개가 생기는 횟수나 화산의 폭발 규모 등을 알아내려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