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생김새가 독특한 공룡으로 손꼽혀요. 머리 윗부분에 두껍고 단단한 머리뼈(두개골)가 있거든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두꺼운 머리뼈를 박치기 할 때 썼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연 이 공룡은 머리를 맞대고 박치기를 했을까요?
박치기 공룡, 파키케팔로사우루스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최후의 공룡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중생대 백악기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시기인 6600만 년~7000만 년 전에 살던 공룡이에요. 지금의 미국 몬타나주와 사우스다코타주, 와이오밍주에서 서식했지요.
몸길이가 약 4.5m에 무게는 450kg 정도로, 중형 공룡에 속해요. 외모만 보면 거칠고 사나운 육식공룡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론 풀을 먹는 초식공룡이지요.
가장 큰 특징은 머리 모양이에요. 머리 위쪽에 단단한 머리뼈(두개골)가 나와 있거든요. 머리뼈는 최대 두께가 25cm일 정도로 매우 두껍고, 돔처럼 위로 봉긋하게 솟아 있어요. 이 때문에 ‘두꺼운 머리 도마뱀’이란 뜻의 ‘파키케팔로사우루스’로 불리게 되었지요. 또 머리뼈 주변에 울퉁불퉁한 돌기가 나 있어 독특한 생김새를 자랑한답니다.
과학자들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류 공룡들의 머리뼈가 다른 공룡보다 두꺼웠던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을 폈어요. 그중에서도 머리를 박치기 하는데 썼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설득력을 얻고 있지요. 파키케팔로사우루스끼리 머리를 부딪치며 전투를 벌였다는 거예요. 그래서 ‘박치기 공룡’이란 별명을 갖게 되었답니다.
머리 박치기가 아니라 옆구리 공격?!
반면 박치기 주장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어요.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머리의 윗부분은 돔처럼 둥글게 솟아 있는 구조예요. 이 모양으로 머리 박치기를 했다면, 머리뼈 두 개가 닿는 면적은 매우 작지요. 그래서 빠른 속도로 부딪칠 때 빗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박치기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요.
또 다른 근거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목 구조가 머리 박치기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거예요. 큰뿔야생양이나 사향소는 일정 시기가 되면 수컷들끼리 서로 뿔을 부딪치는 전투를 해요. 이때 동물들은 머리와 목, 몸을 일직선으로 만들어요. 그래야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박치기를 하면서도 다치지 않으려면 머리부터 몸통까지의 연결이 일직선이 되어야 해요.
하지만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목을 이루는 뼈대는 ‘S’ 혹은 ‘U’자형 구조예요. 따라서 빠른 속도로 달려가 머리뼈끼리 부딪쳤다면 크게 다쳤을 거예요.
이를 근거로 일부 과학자들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머리뼈끼리 박치기를 한 것이 아니라 옆구리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고 보고 있어요. 다른 공룡의 옆구리를 머리로 강하게 들이받았을 때, 상대방이 통증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는 거예요.
단단한 머리뼈는 여전히 논쟁 중
지난 2013년, 파키케파로사우루스가 머리로 박치기를 했다는 주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피터슨 박사 연구팀이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머리뼈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거든요.
연구팀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머리뼈화석 109개를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살펴봤어요. 그 결과, 표본 중 22%에 해당하는 뼈화석에서 골막염으로 인해 생긴 흔적을 발견했어요. 골막염은 뼈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골막’에 생긴 염증을 말해요. 과도한 활동으로 상처가 나거나 뼈에 틈이 생기면서 골막이 세균에 감염되면 발생하는 질병이지요.
연구팀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박치기를 하는 과정에서 머리뼈에 구멍이 뚫리거나 상처가 생긴 뒤, 뼈조직까지 염증에감염되면서 생긴 흔적이라고 추측했어요. 특히 머리뼈화석 하나에 상처 23개가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박치기 이외에 다른 행동으로는 생기기 힘든 것으로 보았답니다.
하지만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머리뼈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어요. 종끼리 서로 알아보거나, 같은 종 안에서 짝짓기 상대를 찾을 때 필요한 외형적인 특징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또 육식공룡의 공격을 막거나 수컷들의 힘겨루기 싸움을 위한 무기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요.
앞으로도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머리뼈 용도에 대한 논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여요.
지난 1년간 여러분과 함께 했던 공룡의 세계탐험을 마쳐야 할 시간이에요. <;공룡은 왜>; 이야기는 끝나지만, 발굴 현장에서 공룡을 만나는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 이어질 거예요. 앞으로 새롭게 발견되는 공룡 이야기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