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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속에 숨겨진 엄청난 크기의 서식굴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요? 으음~!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마지막 갯벌 건축왕의 후보는 건축물을 활용하는 착한 마음씨가 돋보여요. 집을 지어 다른 생물과 함께 사는 마지막 후보를 만나 보시죠!


갯벌 건축왕 후보 ❸ 털보집갯지렁이

 


 
저는 몸 앞부분에 털이 많이 나 있다고 해서 ‘털보집갯지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앞에 나온 생물들의 집과 달리 저의 서식굴은 단순하게 생겼어요. 빨대처럼 기다란 관 모양이지요.

갯벌에 가면 아마 모두들 저의 서식굴이 어디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주변에 있는 조개껍데기나 해조류들을 주워서 입구에 잔뜩 쌓아올려 두거든요.

집 입구를 이렇게 꾸며둔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먹이인 작은 생물들이 쉽게 다가오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흙 위에 구멍이 뽕 뚫려 있으면 다들 그 구멍을 피해서 가잖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가지 물건을 쌓아놓고 서식굴 입구가 아닌 것처럼 위장해 둔답니다. 그리고 굴속에 숨어 있다가 먹이가 지나간다 싶으면 샤샤샥 밖으로 튀어나와서 잽싸게 먹이를 낚아채지요. 후훗!
 


[털보집갯지렁이 서식굴에서 함께 발견된 옆길게.]
 
참! 제가 갯벌 건축왕 후보가 된 이유는 바로 저의 룸메이트 덕분이에요. 대부분 갯벌 생물들은 서식굴 하나에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 털보집갯지렁이들은 주로 ‘옆길게’와 함께 살아요. 옆길게는 2cm 정도 크기의 작은 게예요. 저의 집에서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구본주 연구원은 옆길게가 우리의 배설물을 먹으며 함께 사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앞으로 연구를 통해 털보집갯지렁이는 옆길게에게 어떤 도움을 받고 함께 사는지 밝힐 예정이랍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안녕하세요. 작년 6월부터 1년 동안 갯벌에 사는 생물들의 집에 대해 연구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구본주 연구원이에요.

제가 갯벌 생물의 서식굴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2003년쯤이에요. 새만금갯벌에 현장 답사를 나갔다가 서식굴의 크기가 궁금해서 안에 액체를 부어봤는데 끊임없이 들어가더라고요. 20L에 가까운 분량이 들어가고 나서야 입구까지 꽉 찼지요. 그걸 보고 갯벌 생물들의 서식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엄청난 크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서식굴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갯벌 10곳에서 사는 대표적인 생물 21종의 서식굴의 본을 뜨는 데 성공했지요.

서식굴의 본을 뜨려면 우선 플라스틱을 녹여 액체로 만든 액상 수지에 플라스틱을 굳게 하는 경화제를 섞어서 서식굴에 부어요. 그 다음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크기에 따라 13분에서 4일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굳은 플라스틱을 캐낸 다음 3D 스캐너를 이용해 컴퓨터에 굴의 모양을 저장하지요.

어느 날 가재붙이의 서식굴 본을 떠서 연구실로 돌아가려는 중에 갯벌 주변에 사는 주민을 만난 적이 있어요. 들고가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아서 연구 내용에 대해 얘기했더니, 50년 동안 매일 같이 갯벌을 다녔는데도 가재붙이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재붙이는 집 안에서만 생활을 하거든요. 그래서 서식굴의 입구도 몸집보다 훨씬 작지요.

이처럼 서식굴을 연구하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갯벌 생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답니다. 갯벌 생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면 갯벌 환경을 보호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친구들~, 앞으로 더 많은 정보가 밝혀질 갯벌 생물의 집에 또 놀러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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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더 깊게! 더 복잡하게! 갯벌 건축왕을 뽑아라!
Part 1. 갯벌 생물은 ‘굴’ 파고 산다!
Part 2. 복잡하고 큰 집이 좋아!
Part 3. 사이좋게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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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림 기자
  • 기타

    [도움 및 사진] 구본주
  • 일러스트

    오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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