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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비를 찾아라!

흥부자가 기가 막혀~





안녕? 우린 요 근처에 사는 흥부자야. 우리가 흥이 좀 많기도 하고, 해마다 우리집에 제비들이 찾아와서 흥부자라 불리지. 에휴~, 그런데 말이야, 이 근처에서 이 사진 처럼 생긴 제비 본 적 없니?
내가 작년에 우리 집에 왔던 제비의 다리를 고쳐 줬거든. 올해는 박씨를 물어올 것 같아 한껏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녀석들이 통 보이질 않네. 안 되겠어! 직접 제비를 찾아 나서야겠어!



제비가 가는 강남은 어디일까?


전세계엔 다양한 제비과 새들이 살고 있어요. 분류학에 따르면 ‘참새목 제비과’에는 제비, 귀제비, 갈색제비, 흰털발제비 4종이 포함되거든요. 이들은 모두 몸길이가 10~24cm 정도이며 12개의 깃털로 이루어진 ‘V’ 모양 꼬리를 갖고 있죠. 하지만 깃털 색이나 생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답니다.

그 중에서 ‘흥부놀부전’에 등장한 우리나라 제비는 ‘참새목 제비과’에 속하는 ‘제비’라는 종이에요. 이 종은 다시 6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제비는 ‘히룬도 루스티카 구투랄리스(Hirundo rustica gutturalis)’라는 종류예요. 봄에 우리나라와 일본을 찾아오며, 붉은 이마와 목, 까만 등, 그리고 유달리 하얀 배를 가진 것이 특징이랍니다.

구투랄리스는 짝짓기철인 4월쯤이 되면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왔다가 날씨가 쌀쌀해지는 9월쯤 동남아나 호주로 떠나요.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거죠. 따라서 옛 어른들이 말하던 ‘제비가 가는 강남’은 한강의 남쪽이 아닌 중국 양쯔강의 남쪽 즉, 동남아 지역을 뜻한답니다.





아~, 제비가 가는 강남은 우리가 찾아온 서울 강남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지금이 4월이니까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돌아올 때가 됐는데…. 대체 제비들은 어디로 간 거지? 그래! 제비들이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지 알아내면 찾을 수 있을거야!

뻐꾸기를 피해 사람 곁으로 온 제비

옛날부터 제비들은 늘 사람의 곁에 둥지를 틀었어요. 실제로 2014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비는 농경지대에서 1㎢ 당 20.7마리, 주택가 지대에서 73.2마리가 살고 있다고 해요. 게다가 고집은 얼마나 센지, 제비가 집을 지으려는 곳에 짓지 못하도록 방해를 해도 몇 번이고 다시 흙과 지푸라기를 물어와 그 자리에 집을 짓는답니다. 도대체 제비는 왜 이런 고집을 부릴까요?

2013년, 중국 하이난대 웨이 리앙 교수팀은 뻐꾸기에 주목했어요.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을 하거든요. 이때 남의 둥지에서 깨어난 새끼 뻐꾸기는 본래 둥지에 있었던 알을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새들은 뻐꾸기의 탁란을 피하려 하죠.

웨이 리앙 교수팀은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어요. 가짜 뻐꾸기 알을 유럽 제비와 중국 제비, 귀제비, 흰털발제비 둥지에 각각 넣어준 거예요. 그 중에서 연구팀은 특히 사람이 사는 집에 둥지를 트는 유럽 제비와 숲에 둥지를 짓는 중국 제비에게서 나타난 차이에 주목했어요. 유럽 제비는 뻐꾸기 알을 골라내지 못했지만, 숲에 사는 중국 제비는 뻐꾸기 알을 쏙쏙 골라내 둥지 밖으로 밀어냈거든요.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진화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제비가 뻐꾸기의 탁란을 피해 사람들이 사는 집 근처에 둥지를 만들게 되면서 뻐꾸기의 알을 구별해내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제비는 밥그릇 모양 집을 좋아해

제비가 사람의 곁에 집을 짓기 시작한 건 제비의 둥지 모양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도 있어요. 제비과에 속하는 4종의 새들은 모두 다른 모양의 둥지를 지어요. 제비는 밥그릇 모양을, 흰털발제비는 입구만 빼꼼히 뚫린 뚜껑 덮힌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좋아하죠. 또 귀제비는 굴뚝이 나와 있는 밥그릇 모양, 갈색 제비는 모래를 파내고 만든 동굴 모양 둥지를 짓는답니다.

이 중 밥그릇 모양의 제비 둥지는 입구가 가장 넓어서 접근하기가 편해요. 즉, 뻐꾸기는 제비 둥지에 탁란을 하기 쉽고, 제비는 뻐꾸기를 피해 사람들의 집에 둥지를 짓게 된 거죠.

한편 갈색 제비를 뺀 나머지 제비들은 진흙과 지푸라기, 그리고 자신의 침을 반죽해 집을 지어요.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제비도 이에 포함되죠. 이렇게 흙을 이용하는 건 대부분의 새들이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만 이용해 얼기설기한 둥지를 짓는 것과 다른 제비만의 튼튼한 집 짓기 전략이랍니다.

제비는 집을 지을 곳을 정하면 그때부터 부지런히 재료를 물어다 나르기 시작해요. 주로 논이나 물가에서 진흙과 마른 식물 등을 물어와 입 안에서 자신의 침과 섞죠. 그리고 열심히 반죽한 진흙 덩어리를 뱉어낸답니다. 이렇게 한 번 비행할 때마다 진흙 덩어리를 하나씩 만들고, 그걸 이어 붙여 단단한 둥지를 만드는 거예요.






이상하네? 제비는 처마가 있으면서 진흙을 구할 수 있는 곳에 주로 둥지를 튼다고 해서 호숫가 주택을 둘러봤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최근 몇 해 동안 제비를 보지 못했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강남 갔던 제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고려시대부터 음력 3월 3일, 삼짓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로 여겨졌어요. 그런데 최근, 삼짇날이 한참 지나도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집이 늘어났대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환경부에서 발표한 ‘야생동물 서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비는 2001년에 1㎢ 당 평균 30.5마리가 살고 있을 것으로 파악됐지만 2014년엔 26.3마리로 줄었어요.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도시화와 농약 사용으로 보고 있어요.

제비가 우리나라에서 둥지를 짓고 살아가기 위해선 처마가 긴 주택과 진흙을 구할 수 있는 습지가 필요해요. 그런데 농경지가 점점 도시화 되면서 처마가 사라져 제비들이 집을 짓기 어려워진 거예요. 게다가 그나마 남은 농경지에서도 농약을 사용하면서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 줄어들었고요.

하지만 아직 제비가 줄어든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환경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제비가 겨울을 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환경이 바뀐 탓일 수도 있거든요.

제비를 찾는 사람들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나선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전국에서 제비의 수를 조사하는 시민 과학자들이 그 주인공이랍니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제비를 찾기 시작했어요. 올해는 제비의 몸에 ‘지오 로케이터’라는 장비를 달아 제비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정확히 어느 곳으로 날아가는지 알아내는 새로운 조사 방법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요. 이를 통해 제비의 수가 줄어든 것이 우리나라 환경의 문제인지, 제비들이 겨울을 나는 월동지의 문제인지 파악할 예정이랍니다.

일본 이시카와현의 건민운동본부에서는 무려 45년째 제비 탐사를 해오고 있어요. 작년에만 약200개의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 1만 2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활발하게 탐사를 벌이고 있답니다. 꾸준한 탐사를 통해 마을에 사는 제비의 수가 1972년에 3만 3332마리에서 2011년엔 1만 1708마리로 줄어든 것을 알아냈어요. 이후 이시카와현은 제비가 드나들 수 있도록 대문에 작은 틈을 만들거나 천적을 막아 줄 까마귀 모형을 다는 등 적극적인 제비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답니다.
 



제비는 사람들이 바꾼 환경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였어. 앞으로 우리 흥부자는 제비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가꾸기 위해 노력할거야. 뭐 꼭 박씨 때문은 아니고…, 흠흠….

아 참! <;어린이과학동아>;에서도 ‘지구사랑탐사대’를 통해 올해부터 제비 탐사를 시작한다며? 친구들도 지사탐을 통해 우리처럼 제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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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 도움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
  • 도움

    박찬열 국립 산림과학원 연구사
  • 도움

    마사미시모자와 일본 이시카와현 건민운동본부
  • 도움

    이찬우 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 일러스트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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