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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뇌를 보면 비밀이 보인다?

죄를 저지른 사람은 때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범행 장소와 도구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요. 최근 수사 기관에서는 범인의 뇌에서 보내는 신호, 즉 뇌파를 분석해 거짓말을 가려냅니다. 말과 행동으로는 속여도, 뇌로는 못 속이니까요! 

 

▲GIB
 

 

꼭꼭 숨겨라, 뇌파로는 보인다

 

익숙하고 의미 있는 장면과 낯선 장면을 볼 때, 우리 뇌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요. 뇌를 이루는 신경 세포가 활동하면 아주 작은 전류가 발생하는데, 이를 측정하면 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지요. 뇌파 검사는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을 통해 피의자가 범죄의 정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학 수사 기법이에요.

 

2024년 11월 28일, 기자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뇌파 분석실을 찾았습니다. 뇌파 분석실 안에는 컴퓨터 화면과 전극이 여러 개 달린 뇌파 캡, 뇌 신호의 세기를 키우는 뇌파 증폭기가 있었어요. 뇌파 분석을 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전극이 달린 캡을 씌우고 범인이라면 알 수 있는 범죄 관련 자극과 범죄와 관련 없는 자극을 무작위로 제시합니다. 그에 따른 뇌파 반응을 비교해 피의자가 범죄 정보를 알고 있는지 추론해요.

 

▲어린이과학동아
대검찰청 뇌파분석실에서 만난 김석찬 연구사.

 

예를 들어, 누군가 줄무늬 케이스를 끼운 휴대전화를 훔친 도난 사건이라면 뇌파 분석관은 피의자에게 사건과 관련 없는 꽃무늬, 하트 무늬 케이스를 보여주다가 중간에 줄무늬 케이스를 섞어 피의자에게 보여줘요. 만약 피의자가 줄무늬 케이스를 훔쳤다면 뇌는 낯익은 줄무늬 케이스에서 강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피의자가 무고한 시민이라면 다른 케이스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거예요. 

 

뇌파 검사는 2014년 11월 전라남도 여수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범죄 사실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이 사건의 경우 범인이 2명이었는데, 공범은 자백을 했지만 주범이 범행을 부인해 사건이 미궁에 빠졌어요.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 심리분석실은 주범을 대상으로 뇌파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공범이 지목한 범행 도구를 포함해 서로 다르게 생긴 도구 6개를 무작위로 보여준 결과, 피의자의 뇌파는 공범이 지목한 도구에서 큰 반응을 보였어요. 대검찰청 김석찬 연구사는 “뇌파 검사는 피의자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부인하거나 뚜렷한 증거가 없을 때 활용된다”고 말했어요.

 

 뇌파 검사는 ‘거짓말탐지기’라 불리는 폴리그래프 검사를 보완해요. 폴리그래프는 거짓말을 할 때 호흡, 맥박 등 신체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측정하는데, 사람이 의도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는 등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뇌파 반응은 워낙 빠르게 발생해 사람이 의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지요. 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임창환 교수는 “현재 수사 기관에서는 폴리그래프와 뇌파 검사를 같이 실시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휴대폰 케이스 도난 사건 분석
▲셔터스톡
 
뇌파 분석 시 사건의 핵심인 줄무늬 휴대폰 케이스와 사건과 관련 없는 다른 케이스를 무작위로 보여준다. 각 자극은 총 60번씩 제시된다.

 

 

▲어린이과학동아
뇌파 분석 시 전극이 달린 캡을 씌우고 여러 자극을 보여주며 뇌파를 기록한다.

 

점점 진화하는 뇌파 검사

 

대검찰청에 따르면 뇌파 검사는 해마다 평균 15건 이뤄지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뇌파 분석은 수사에 참고하기 위해 진행될 뿐, 대부분의 법원은 뇌파 검사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습니다. 실제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도 뇌파 반응이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무고한 시민이 범죄의 핵심 정보를 뉴스 등을 통해 접한 경우이지요. 김석찬 연구사는 “범죄 정보가 언론을 통해 노출되지 않은 사건에서만 뇌파 분석을 한다”고 말했어요.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은 기존 뇌파 분석의 한계를 개선한 연구 결과를 2022년 ‘국제 심리 생리학 저널’에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6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모의 범죄 실험을 진행했어요. 반지를 훔치지 않은 26명에겐 모의 범죄 보고서를 통해 누군가 반지를 훔쳤다는 점을 알려줬어요. 연구팀은 뇌파 검사를 하기 전, 26명 중 13명에게 반지 외에도 시계도 사라졌다는 거짓 정보를 제시했어요. 

 

뇌파 검사 결과, 반지를 훔치지 않고 반지가 도난당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검사 결과는 거짓 정보에 따라 크게 차이 났어요. 거짓 정보를 듣지 않은 13명의 참가자들은 반지에 대한 뇌파 반응이 컸던 반면, 거짓 정보를 들은 13명은 반지와 다른 자극 간의 뇌파 반응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실제로 반지를 훔친 참가자들은 거짓 정보에 관계 없이 반지를 볼 때 뇌파 반응이 크게 나타났어요. 김석찬 연구사는 “거짓 정보를 활용한 뇌파 검사 기법은 무고한 사람을 유죄로 판단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뇌파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되고 있어요.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은 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임창환 교수팀과 함께 AI를 활용한 새 뇌파 분석 기법을 개발했어요. 기존 뇌파 분석은 뇌에 친숙한 자극이 주어진 후 0.3초 만에 나타나는 ‘P300’ 뇌파를 활용했어요.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P300 뇌파 반응이 나타나지 않거나 약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연구팀은 AI에 모의 범죄 실험 참가자 60명의 뇌파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P300 반응 외에도 범죄 행동 여부를 알 수 있는 특징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범행 도구나 장소 등을 보여주면 뇌에서 시각과 촉각 등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과 의사 결정을 내리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임창환 교수는 “AI 기반 뇌파 분석을 사용하면 90% 이상의 정확도로 유죄와 무죄를 구분할 수 있다”며 “실제 범죄 수사 과정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비상! 편집부 간식 도난 사건

 

1월 2일,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의 최애 간식 ‘초코파이’가 사라졌다. 주말 사이에 편집부 인원 9명 중 장효빈 기자와 배하진 기자 2명만 출근해 이들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오른쪽은 용의자 2명의 뇌파를 분석한 그림이다. 퀴즈를 풀며 용의자 2명 중 범인은 누구인지 맞혀 보자. 

 

 

 

용어 설명
피의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이 되어 수사 기관의 조사 대상이 되는 사람.

2025년 1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1호) 정보

  • 배하진
  • 디자인

    정영진
  • 도움

    김석찬(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 심리분석실 연구사), 임창환(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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