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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야기] 두 생물이 합쳐 강해진 지의류



지의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들 신기해 하지만 정작 이 생물이 무엇인지 잘 알지는 못해요. 그래서 지의류는 자신의 이름을 잃고 이끼, 이끼 같은 식물, 버섯 등으로 불린답니다. 하지만 지의류는 버섯도, 이끼도 아니고, 식물은 더더욱 아니에요. 지의류는 하나의 생물이 아니라 하얀 곰팡이와 녹색, 청남색의 *조류가 만나 공동생활을 하는 공생체 ‘균류(곰팡이)’거든요.

지의류처럼 종류가 다른 생물이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생물군을 ‘공생 생물’이라고 불러요. 지의류의 경우 곰팡이는 추위나 더위, 가뭄에 견딜 수 있는 보호막이 되어 줘요.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곰팡이에게 제공하지요.

지의류는 전세계에 2~3만여 종이 살아가는데, 우리나라에는 7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지의류는 자라는 모양에 따라서 크게 3가지로 나누어요. 나뭇잎 모양으로 생장하면 ‘엽상지의류’, 나뭇가지처럼 생장하면 ‘수지상지의류’, 특정한 모양 없이 생장하면 ‘가상지의류’라고 부른답니다.

지의류는 사막부터 남북극까지, 지구상 어디에든 살 수 있는 강한 생물이에요. 바닷가나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역은 물론, 도시 콘크리트처럼 다른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곳에서까지 살 수 있거든요. 전혀 다른 두 생명체가 서로 도와 공생체로 살아가면서 강인해졌기 때문이지요.



지구상에는 늘 얼어붙어 있는 ‘동토지대’인 ‘툰드라’ 지역이 있어요. 툰드라에도 순록을 방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지의류는 아주 중요한 생물이랍니다.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겨울 동안 순록이 먹는 유일한 먹이가 바로 지의류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툰드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의류를 ‘순록이끼’라고 불러요.

지의류는 빵과 샐러드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해요. 특히 전쟁 중에는 중요한 식량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지의류를 약용으로 사용해요. 지의류 속 곰팡이가 합성하는 여러 물질들이 우리 몸에 도움을 주거든요.

지의류는 강한 자외선에도 성장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의 재료로 쓰이기도 해요. 또 화장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하는 천연 방부제 역할도 하지요. 고대 이집트에서도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 지의류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답니다.

지의류의 강인한 생명력은 우주에서도 증명됐어요. 2008년 유럽우주국(ESA)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 바깥에 박테리아와 각종 씨앗, 지의류와 조류를 아무 보호 장치 없이 붙여놨어요. 우주공간에 지구 생물이 그대로 노출될 경우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아본 거지요.

이 생물들은 우주에서 18개월 동안 지구보다 1000배나 강한 ‘자외선 폭격’을 당하고, 영하 12℃에서 영상 40℃까지 오르내리는 온도 변화를 하루에도 200번씩 견뎌야 했어요. 이후 생물들을 지구에 가져와 분석한 결과, 지의류가 가장 잘 버틴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이처럼 강인한 지의류에게도 약점이 있어요. 생장이 너무 느리다는 점이지요. 지의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1년에 겨우 1mm씩 자라거든요.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볼 있는 흔한 생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약이나 식용으로 년 내내 채취하고 있지요. 한 번 채취한 지의류를 다시 보려면 또 수십 년의 생장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요. 지금처럼 지의류를 마구잡이로 채취하면 언젠가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생물이 되고 말 거예요.

지의류의 약점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대기오염에 매우 약하다는 거예요. 지의류는 뿌리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 전체로 수분과 가스를 교환해요. 이 때문에 대기의 오염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특히 조류는 대기가 더러워지면 광합성을 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말아요. 그럼 영양분을 더 얻지 못한 곰팡이도 함께 죽어 버린답니다.





과학자들은 지의류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대기오염을 연구하고 있어요. 지의류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수가 적은 곳은 대기가 많이 더럽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의류는 ‘대기오염 지표종’으로 불린답니다. 지의류를 보면 대기가 그 지역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알 수 있어요. 지의류종이 다양한 곳 일수록 폐암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요.

지의류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보호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이용만 한다면 사라지고 말 거예요. 그러니 집 주변이나 수목원의 숲, 여행간 지역에서 지의류를 만나면 그 소중함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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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순옥 산림청 국립수목원
  • 사진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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