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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VS 주행성 동물들이 보는 세상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은 왜?



사람은 ‘시각 포식자’

 
사람이 보는 모습(위)과 고양이가 보는 모습(아래). 고양이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사람보다 시력이 떨어진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가족을 소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자신의 아빠를 같은 반 친구들에게 소개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빠는 키가 크고, 뽀로로와 비슷한 안경을 끼고 있어요. 배가 볼록하게 나와 있고, 자상한 성격이에요.”

이렇게 말로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말로 다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거예요. 또 다른 방법은 아빠의 사진을 보여 주는 거예요. 그러면 오랫동안 말로 설명을 해야 하는 정보들도 단번에 전달할 수 있어요. 반 친구들 모두 아빠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요. 또 성격이나 이름과 같은 정보만 알고 있을 때보다 얼굴 생김새나 표정 등이 담긴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을 훨씬 기억하기 쉽지요.

이렇게 시각은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감각이에요. 그래서 사람은 ‘시각 포식자’라고 할 수 있어요. 시각 포식자란, 먹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포획하는 포식자라는 뜻이에요. 물론 소리나 냄새를 이용해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획득하는 정보의 양이나 질을 따지면 시각을 따라올 수 없답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중국에 ‘百聞不如一見(백문불여일견)’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어요.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에요. 서양에도 ‘Seeing is believing’,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라는 속담이 있어요. ‘보는 것이 믿는 것’, ‘사진 한 장이 1000개 단어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뜻이지요. 이런 속담은 사람이 시각에 의존해 정보를 처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말이에요.
사람의 시력은 동물 중에서도 아주 좋은 편이에요. 이때 시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해상도’예요.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보는 능력이지요. 사람보다 시력이 좋은 동물로는 하늘을 날면서 아주 멀리 있는 사냥감을 낚아채는 주행성 맹금류뿐이에요. 주행성 맹금류란, 주로 낮에 활동하면서 동물을 잡아먹는 새들을 말해요. 그 중에서도 ‘매’는 최고의 시력을 가졌어요. 매는 사람보다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시각을 담당하는 시세포의 수가 사람보다 2배 이상 많기 때문이랍니다.
매는 사람보다 4~8배 더 멀리 볼 수 있다. 


시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

 ISO를 100으로 설정해 찍은 사진(왼쪽)과, 1600으로 설정해 찍은 사진(오른쪽).

해상도 말고도 시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또 있어요. 바로 ‘감광도’예요. 감광도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를 말해요. 디지털 카메라로 예를 들면 ‘ISO’ 수치와 관련이 있지요.

사진을 찍을 때 ISO를 100 정도로 낮게 설정하면 감광도가 떨어져서 사진이 어둡게 나와요. 반대로 ISO를 1600 정도로 높게 설정하면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하지만 ISO가 100일 때보다 사진의 질이 떨어져요. 밝은 사진을 찍는 대신, 세밀한 것까지 볼 수 있는 해상도를 낮췄기 때문이랍니다.

좋은 시력을 갖기 위해서는 해상도도 뛰어나고 감광도도 좋아야 해요. 그런데 물리적으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높이기는 어려워요. 해상도를 높이려면 렌즈의 초점거리를 늘려야 하고, 감광도를 높이려면 반대로 초점거리를 줄이고 렌즈의 크기를 크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어느 한쪽을 높이면 다른 쪽이 낮아진답니다.

동물의 눈도 마찬가지예요. 해상도를 높이면 감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그런데도 사람이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는 비결은 눈의 크기 덕분이에요. 눈이 크면 초점거리가 늘어나 해상도가 높아지고 감광도도 높아져요. 카메라 렌즈 역시 성능이 좋을수록 렌즈 크기가 커진답니다.
◀ 사람 눈의 구조.
원추세포는 색깔을 구별하고, 간상세포는 빛을 감지한다.


시력을 결정하는 데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어요. 앞에서 잠깐 말했던 ‘시세포’예요. 척추동물의 시세포는 눈의 망막에 분포하며,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로 구성돼 있어요.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 빛에 반응하는 3종류가 있어서 빛의 색을 구별해요. 간상세포는 빛의 양에 따라 회색의 명암으로 표현하지요. 빛의 양이 많은 낮에는 원추세포가 활발하게 활동해서 다양한 색을 볼 수 있어요. 빛의 양이 적은 밤에는 주로 간상세포가 활동해서 명암이나 물체의 형태만 알아볼 수 있답니다. 사람의 망막에는 450만 개의 원추세포와 9000만 개의 간상세포가 있어요. 숫자로 보면 간상세포가 많지만, 사람이 활동할 때 필요한 시력은 대부분 원추세포가 제공한답니다.


낮과 밤의 선택, 눈에 따라 다르다

올빼미는 망막에 있는 간상세포가 발달해 밤에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맹금류인 올빼미는 매와 달리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에요. 올빼미 같은 야행성 동물의 망막은 거의 대부분 간상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요. 간상세포는 민감해서 아주 작은 빛 입자인 광자 하나에도 반응해요. 그래서 빛의 양이 적은 밤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해상도가 낮아서 세밀한 부분까지 구별하기는 어렵지요.

동물들이 차에 치이는 사고인 로드킬(Road kill)은 대부분 밤에 일어나요. 주로 사슴, 고라니, 삵과 같은 야행성 동물들이 도로를 건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 사고를 당하지요. 이때 야행성 동물은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해 도망가지 못하고 길 한가운데서 서 있다가 사고를 당하곤 해요. 민감한 간상세포가 갑자기 너무 밝은 자동차의 불빛을 보게 되면 앞이 하얘지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태양을 바라보면 너무 밝아서 순간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에게 이런 밝은 불빛은 치명적이랍니다.

반면 사람처럼 낮에 활동하는 동물은 상이 맺히는 망막 부위에 원추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요. 각 원추세포는 하나의 시신경에 연결되어 있는데, 그 크기가 아주 작아서 세밀한 부분까지 구별할 수 있어요. 그러나 원추세포가 반응하려면 수십에서 수백 개의 광자가 필요해요. 즉, 밝은 환경에서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주행성 동물은 해상도는 높지만 감광도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처럼 낮에 활동하는 동물의 눈은 원추세포 덕분에 좋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어서 세밀한 상과 색을 감지할 수 있어요. 반면 밤에 활동하는 동물의 눈은 빛의 양이 적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간상세포가 잘 발달되어 있어 좋은 감광도를 가졌지요. 그래서 동물들은 같은 장소에 살더라도 낮과 밤 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선택해서 살아간답니다.

사슴, 고라니, 삵과 같은 야행성 동물들은 빛에 민감해 로드킬을 당하기 쉽다. 







 
 

2015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포토파크닷컴, 위키피디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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