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캉캉캉!”
하루종일 피곤했던 몸을 겨우 누인 시원이가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찰나, 시끄러운 금속성 소리가 들려왔어요. 지원군 선배는 짜증이나서 이불을 막 걷어차 올리는 시원이에게 태연스레 말했어요.
“소집이네. 어디 한번 가 볼까?”
한밤중에 웬 소집이라는 걸까요?
“반가워! 난 조금만이라고 해. 오늘 기숙사에 새 친구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있어야지. 지금부터 파티다!”
시원이가 지원군 선배와 함께 살금살금 도착한 방에는 몇 명의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각종 곤충과 동물들이 전시돼 있었지요. 그때 뚱한 표정의 한 남학생이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난 너랑 같은 학년 파부르라고 해. 네가 그 유명한 전학생 최시원이구나? 첫날부터 과학으로 교문의 비밀을 풀고, 기숙사 쌤의 코도 납작하게 누른 전학생이 나타났다고 벌써부터 소문이 자자해. 우리 학교는 과학 특기생들이 모인 학교라 이런 소문은 금세 퍼진다고.”
파부르의 말에 시원이의 얼굴이 밝아졌어요. 아버지의 갑작스런 해외 전근 때문에 홀로 한국에 남아 기숙학교로 전학 왔다고만 생각했는데, 평소 좋아하는 과목인 과학 특기생들이 모인 학교라니 흥미로웠지요. 시원이의 밝아진 얼굴에 금만이가 걱정스럽게 말했어요.
“그렇게 좋아할 일만은 아니야. 이 학교는 모든 게 과학 위주로 돌아가고 경쟁도 치열해. 학교에 적응하기도 전에 주목부터 받았으니 견제가 심하게 들어올지도 몰라.”
이야기를 들으며 무심코 시원이가 파부르의 개구리에 손을 대려는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나타났어요.
“어디서 한밤중의 파티를 즐기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최시원! 또 너냐?”
“어…, 그…, 그게….”
깜짝 놀란 시원이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파부르가 나서며 말했어요.
“그게 아니라 저희는 지금 개구리에 대해 탐구하는 중이었어요. 전학생이 이 개구리의 일생에 대해 막 설명하려던 참이었지요.”
파부르의 말에 당황한 시원이가 소리를 질렀어요.
“내…, 내가?!”
개구리의 일생
개구리는 어린 시절을 물속에서 올챙이로 지내다가 개구리가 되면 물과 땅을 오가며 살아요. 자라면서 생김새와 숨 쉬는 방법, 사는 곳이 달라지지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물에서 살 수 있는 비결은 아가미로 호흡을 하기 때문이에요. 다 자란 뒤 아가미는 퇴화되고 대신 폐와 피부로 호흡을 해요. 그래서 물과 땅을 오가며 살 수 있지요. 개구리처럼 물과 땅 양쪽에서 사는 동물을 ‘양서류’라고 해요. 양서류에는 개구리 외에도 도롱뇽, 두꺼비, 맹꽁이 등이 있어요.
개구리는 연못이나 논처럼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곳에 알을 낳아요. 암컷이 물속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위에 정자를 뿌리는 체외수정을 하지요. ‘체외수정’이란 알과 정자의 결합이 암컷의 몸 밖에서 이루어지는 수정을 말해요.
이후 수정란은 물속에서 그저 얌전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세포 분열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기 시작해요. 그 결과 세포의 수가 늘어나면서 몸에 필요한 기관이 만들어지지요.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완전한 개구리로 되기까지는 55일 정도가 걸려요.
융합 개념 파헤치기
개구리의 다양한 발생
전세계에는 약 6400종이 넘는 개구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들 대부분은 앞서 배운 것과 같이 체외수정을 해요. 그런데 지난 해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짐 맥과이어박사팀이 체내수정을 하는 신종 개구리를 발견했어요.
맥과이어 박사팀은 인도네시아의 우림지역에서 신종 파충류와 양서류를 찾는 연구를 하다가 작은 연못에서 올챙이를 지키고 있는 개구리를 발견했어요. 맥과이어 박사는 추가 연구를 통해 이 개구리가 체내수정을 통해 암컷의 몸속에서 수정란을 만든 뒤, 알 대신 올챙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연구팀은 이 신종 개구리에 ‘리모넥티스 라배파투스’라는 학명을 붙였어요. 현재 체내수정을 하는 개구리는 10여 종 정도로 알려졌어요.
한편, 체외수정을 하는 개구리 중에는 특이하게 새끼를 키우는 개구리들이 있어요. 보통 알에서 올챙이가 깨어나면 알아서 포식자를 피하며 살아남아 개구리로 성장해요. 그런데 어떤 개구리들은 등이나 주머니에 알이나 올챙이를 지고 다니며 새끼를 키워요.
얼마 전 미국의 한 양서·파충류 보호단체에서 SNS에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된 ‘블랭거의배낭 개구리’가 대표적이에요. 콜롬비아에 사는 이 개구리는 암컷 개구리가 배낭을 짊어지듯 알을 짊어지고 살아요. 알은 올챙이가 될 때까지, 때로는 어린 개구리로 자랄 때까지 엄마 등에 업혀 지내지요.
또, 독화살 개구리는 수컷이 등위에 올챙이를 지니고 다니며 어린 개구리로 자랄 때까지 보살핀답니다. 피그미 유대개구리는 암컷의 등위에 있는 주머니 속에 새끼들을 지니고 다니고, 다윈개구리는 수컷이 명낭(소리를 내는 기관) 속에 올챙이를 넣고 다니다가 새끼 개구리가 되면 입으로 빠져나오지요.
납작하게 생긴 피파개구리의 육아는 더욱 놀라워요. 암컷이 누워 있는 수컷의 배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암컷의 등으로 알을 옮겨 줘요. 그럼 암컷의 등 위에 알을 보호할 벌집 모양의 피부가 자라나 그 안에서 알이 부화하지요. 새끼들은 엄마의 등 피부 속에서 어린 개구리로 성장한 뒤, 엄마의 등 피부를 뚫고 나와 독립한답니다.
그런데 위에 소개한 개구리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양서류들이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으로 내몰리고 있어요. 양서류가 살려면 물과 육지 환경이 모두 필요한데, 도시화로 인해 양서류의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거든요.
개구리는 인간에게 해로운 진드기나 모기 등을 작아먹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뱀, 새 등의 식량이 되는 동물이에요. 따라서 개구리가 사라지면 먹이그물이 깨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개구리는 세균을 죽이는 자연 항생물질을 갖고 있어 인간의 의학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어요. 다양한 개구리들이 인간과 함께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인간이 좀 더 노력해야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