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의 원리를 이해하라!
일단 ‘왜 우리는 빙판에서 미끄러지는가’부터 시작해 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빙판 표면은 마찰력이 0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이지. 마찰의 기본 원리부터 설명할 테니 잘 듣길 바란다.
마찰력은 두 물체가 접촉할 때 접촉면에서 생겨나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말해요. 우리가 보통 ‘미끄럽다’고 표현하는 건 마찰력이 작거나 없는 상태를 말하지요.
마찰력은 접촉하는 두 물체의 표면이 서로 맞물리면서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생겨요. 표면의 분자들끼리 ‘반데르발스 힘’을 통해 재빨리 결합하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죠.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 전기를 띤 원자핵과 (-) 전기를 띤 전자로 구성돼요. 그래서 모든 분자는 약하나마 전기를 갖고 있지요. 그런데 한 분자의 (+) 전기를 띤 부분과 다른 분자의 (-) 전기를 띤 부분이 마주치면 둘은 서로를 끌어당겨요. 이 힘이 바로 반데르발스 힘이랍니다.
신발 바닥과 땅 바닥의 표면이 서로 닿는 순간, 양쪽의 분자는 재빨리 서로를 끌어당기며 결합해요. 동시에 표면의 미세한 요철은 서로 맞물리게 되지요. 하지만 발을 떼는 순간 요철은 밀리고, 분자의 결합도 깨져요. 결국 요철을 이루거나 다른 분자와 결합했던 분자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부터 떨어져 나가지요.
다시 말해 표면의 요철이 적고 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수록 마찰력이 낮아져요. 특히 서로 결합하는 힘이 약한 기체나 액체 층안에서는 마찰력이 한없이 낮아진답니다. 물이 있는 바닥이 그렇지 않은 바닥보다 미끄러운 이유예요.
액체가 미끄러운 이유
고체의 분자들은 서로 단단하게 결합하고 있어서 고체끼리 접촉하면 표면 분자만 움직인다. 하지만 액체나 기체의 분자들은 서로 결합하는 힘이 약해서 가만히 둬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래서 고체와 고체 사이에 액체 층이 있으면 마찰력이 약해진다. 이 때문에 물과 같은 액체를 밟는 순간 미끌~하게 된다.
얼음판이 미끄러운 이유를 밝혀라!
빙판이 미끄러운 이유는 얼음 표면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얼음이 어는 온도인 0℃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빙판에는 물 층이 생기거든. 이건 실험으로도 확인한 사실이다. 이 현상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지.
표면에 힘이 모이면 얼음이 물로?!
1849년 영국의 캘빈은 물체가 다른 물체를 누르는 힘인 ‘압력’이 얼음을 녹인다고 주장했어요. 보통 같은 온도라고 해도 물체의 압력이 높을 경우 녹는점은 높아져요. 하지만 물은 반대로 압력이 높아지면 녹는점이 내려가지요.
액체인 물이 고체인 얼음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물 분자들이 단단하게 수소결합을 하며 육각형의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이때 구조 사이의 공간이 뜨면서 액체일 때보다 부피가 커지지요. 그런데 주변의 압력이 높아지면 물 분자들이 결합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려요. 그래서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녹는 거랍니다.
썰매 날이나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쉽게 파고들고 잘 미끄러지는 이유도 압력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또 빙판길 대책용으로 나오는 ‘아이젠’의 역할도 설명 가능해요. 뾰족한 아이젠이 달린 신발을 신으면 얼음에 집중된 압력때문에 그 부분의 얼음이 순간적으로 녹아요. 그럼 아이젠이 빙판에 콕콕 박히면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꽉 잡아 주지요. 하지만 넓은 표면이 빙판에 미끄러지는 원리는 이 학설로 설명하기 어렵답니다.
마찰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주범?!
마찰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얼음 표면을 녹여서 미끄러운 액체 층을 만든다는 학설도 있어요. 1939년 영국의 보든과 휴즈가 처음 제시했지요.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바우덴 교수팀이 스키가 1cm 움직일 때 발생하는 열을 계산한 결과, 아주 얇은 마이크로미터(㎛, 1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두께의 물 층이 만들어졌답니다.
하지만 그냥 신발 바닥으로 얼음을 밟았을 때처럼, 얼음이 녹을 정도의 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는 이 학설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빙판에는 원래 물이 있다?!
얼음 표면에 물 층이 항상 존재한다는 학설도 나왔어요. 얼음은 물 분자 중 수소원자가 다른 물 분자의 산소 원자와 서로 결합된 상태예요. 그런데 얼음의 표면에서 바로 공기와 맞닿는 분자들은 일부만 주변과 결합하기 때문에 액체 상태로 있다는 거예요. 18세기 영국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처음 주장했지요.
이 학설은 20세기에 실험으로 증명됐어요. 1996년 미국 로렌스버클리 연구소에서 주변의 온도를 내리며 얼음 표면에 전자를 쏜 결과, 영하 148℃까지 전자가 얼음이 아닌 액체인 물과 충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거든요. 즉, 얼음 표면에 계속 물 층이 있었던 거예요. 이 학설을 이용하면 빙판 위에 가만히 서있거나, 아주 추운 날에도 빙판이 미끄러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답니다.
빙판길을 안전하게 지나가라!
이제 마지막 시간이다. 얼어붙은 길에서 물 층이 적고 덜 미끄러운 부분을 찾아내고, 그 위를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중간에 자빠져서 다치면 착한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까지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럼, 시작!
일러스트 :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