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야지! 얼른 일어나!”
아직 바깥이 어둑어둑한데 벌써 아침이라니….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 10℃.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래. 그래서인지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워. 으으…. 우리 집 강아지 뽀삐랑 고양이 레옹처럼 내 몸에도 털이 많다면 좋을텐데…. 음냐음냐….
털이 사라졌다? 우리 몸의 털과 진화
가만 보면 뽀삐랑 레옹도 그렇고, 포유류 대부분이 몸 전체에 복슬복슬 털이 많이 나 있어. 그리고 포유류 중에서도 원숭이와 고릴라, 침팬지 모두 몸에 털이 많지. 그런데 왜 사람은 같은 포유류에 속하는데도 털이 별로 없는 거지?
사람, 사냥을 시작하면서 털을 벗다
인류의 조상은 원숭이나 고릴라처럼 몸에 빽빽하게 털이 나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은 왜 털이 줄어들어 오늘날의 모습이 된 걸까요?
약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에 출현했어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도구를 만들어 사냥을 하기 시작했어요. 쨍쨍 내리쬐는 적도의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 초원을 뛰어다니며 먹잇감을 사냥해야 했지요.
이때 털은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줬어요. 하지만 몸에 땀이 나면 피부를 덮고 있는 털은 땀이 증발하는 데 방해가 됐지요. 땀은 증발하면서 몸을 열을 빼앗아가 체온을 조절해요. 하지만 덥수룩한 털이 땀을 증발할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으니, 털이 많은 사람은 더위에 약할 수밖에 없었어요.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사람이 사냥을 시작한 이후 점차 몸에 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추정하고 있답니다.
꼬불꼬불하거나 가늘거나! 양털VS거위털
사람의 털이 500만개라니! 내 몸에도 털이 없는 게 아니라 가늘고 짧아서 잘 안 보였던 거였어. 그런데 나는 왜 겨울만 되면 이렇게 추운 거지? 양털이나 오리털처럼 동물 털로 만든 옷을 입으면 따뜻한데 말이야. 혹시 이런 동물들의 털속에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해서 따뜻하다! 양털
기원전 6000년경, 사람들은 털이 복슬복슬하게 많이 자라는 양을 모아 기르기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약 3000년 뒤에, 양털로 직물을 짤 수 있게 됐어요. 양털을 꼬아서 실을 만들고, 그 실로 천을 짜낸 거예요. 그리고 약 50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양털로 만든 옷과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고 추운 겨울을 나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양털이 인기 있는 비결은 뭘까요? 그 비결은 양털의 모양에 있어요. 양털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표면이 물고기 비늘처럼 층층이 나뉘어져 있어요. 표면이 울퉁불퉁하면 표면적이 넓어지고 마찰력이 커져서 털끼리 서로 잘 엉겨붙어요. 그래서 양털은 실로 만들기도 편하답니다.
또한 양털은 마치 파마를 한 것처럼 꼬불꼬불해요. 그 이유는 털이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한 층은 수분을 잘 머금어서 팽창하는 성질을 가졌고, 다른 한 층은 그 반대의 성질을 가졌어요. 이렇게 각각 다른 성질 때문에 양털은 꼬불꼬불하게 꼬이면서 자라요. 그 결과 털 사이사이에 따뜻한 공기를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보온 기능이 뛰어나요. 실제로 겨울 철, 양털을 깎기 전과 후 양의 체온은 5℃나 차이가 난답니다.
가늘고 촘촘해서 따뜻하다! 거위털
우리가 겨울철에 많이 입는 옷 중에 하나가 바로 ‘패딩 점퍼’예요. 패딩 점퍼는 속에 충전재를 넣어서 만든 점퍼를 말해요. 충전재로 거위나 오리의 털이 많이 쓰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 거위와 오리의 털을 쓰는 걸까요? 닭이나, 덩치가 큰 타조의 털을 쓸 수도 있을 텐데 말이에요. 이 질문의 답은 바로 거위와 오리의 습성에 있답니다.
거위와 오리는 모두 물가에 사는 물새예요. 주로 물에서 헤엄치면서 생활하는 물새들은 육지에서 생활하는 새들과 다르게 아주 특별한 털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깃털 속에 난 솜털이에요. 영어로 ‘다운’이라고 하지요. 물속에서는 공기 중에서보다 더 쉽게 열을 뺏기게 돼요. 이 때문에 물새들은 목 아랫부분, 가슴, 배 아랫부분, 날개 아랫부분에 솜털이 나 있어요. 몸 전체에 난 털의 10% 정도지요.
솜털은 겉보기에도 깃털과 다르게 생겼어요. 보통 깃털은 한가운데 단단한 재질의 심이 있지만, 솜털은 모든 털이 가늘고 가볍답니다. 따라서 깃털보다 더 많은 공기를 머금을 수 있어서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는 보온 능력이 더 뛰어나요.
한편 닭이나 타조 같은 새들은 솜털이 없을 뿐 아니라 깃털도 너무 억세요. 그래서 점퍼의 충전재로 쓰기는 어렵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극지방 동물의 털
물새는 차가운 물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솜털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대단해~! 자신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진화한 거잖아. 아!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인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의 털에도 뭔가 특별한 비밀이 있지 않을까?
북극곰 털은 사실 흰색이 아니다?
북극곰은 하얗고 포근한 털을 가졌어요. 이런 털 덕분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북극곰의 털은 사실 흰색이 아니에요. 현미경으로 북극곰 털을 확대해 보면 표면은 색이 없고 거의 투명하며, 그 속은 비어 있는 모습이에요. 마치 아주 가느다란 유리관처럼 생겼지요. 이렇게 속이 비어 있는 털은 안에 공기를 품을 수 있어서 체온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답니다.
북극곰의 털도 다른 포유류의 털처럼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 몸에 있는 손톱도 케라틴으로 이루어졌지요. 따라서 색소가 없는 북극곰의 털은 손톱처럼 반투명한 모습이랍니다. 엄마, 아빠 머리에 나는 흰머리도 자세히 보면 흰색이 아니라 북극곰의 털처럼 투명하
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렇게 표면이 투명한 북극곰의 털은 햇빛을 받아 반사할 때 빛을 산란시켜요. 산란은 빛이 먼지와 같은 작은 입자에 부딪쳐 사방으로 퍼지는 현상을 말해요. 그래서 북극곰의 털은 우리 눈에 하얗고 반짝이게 보이는 거예요. 얼음 결정인 눈이 하얗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랍니다.
펭귄 털은 겉과 속이 다르다?
펭귄은 오리나 거위와 마찬가지로 조류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하지만 보통 새들과 달리 독특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지요.
우선 펭귄은 하늘을 날 수 없는 대신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기에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어요. 물속에서 움직일 때 저항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몸이 유선형이랍니다. 또한 날개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크기와 모양이 변형돼 있지요.
지구상에 있는 18종의 펭귄 중에 6종의 펭귄이 추운 남극에 살아요. 남극에 사는 펭귄의 털은 추운 곳에서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지요. 그런데 펭귄의 털을 자세히 보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겉은 보통 새들과 마찬가지로 깃털이지만, 속에는 거위의 솜털처럼 아주 가느다란 털이 길게 나 있지요. 겉은 깃털이고 속은 솜털인 셈이에요.
또한 펭귄의 깃털은 보통 새보다 더 빽빽하게 나 있어요. 가로, 세로 각 2.53cm 크기 안에 깃털이 약 100개나 나 있답니다. 이렇게 촘촘하게 나 있는 털 덕분에 펭귄은 물속에 들어가더라도 물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답니다. 빽빽한 털이 머금고 있는 공기층이 마치 보호막처럼 몸 전체를 감싸기 때문이에요.
맛보고 빛 반사하고! 곤충의 털
역시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의 털에는 남다른 비밀이 숨어 있었어. 잠깐! 그런데 꿀벌 같은 곤충들도 자세히 보면 몸에 털이 많이 나 있잖아! 그렇다면 곤충들의 털은 우리 몸에 난 털과 같은 걸까?
곤충도 자세히 보면 ‘털보’
모기를 비롯해 파리, 꿀벌과 같은 곤충들도 몸에 많은 털이 나 있어요. 곤충 몸에 난 털은 포유류의 털과는 달리 짧고 빳빳해서 ‘센털’, 또는 ‘강모’라고 부르지요.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포유류의 털과는 달리, 곤충의 센털은 질소가 함유된 탄수화물인 ‘키틴’으로 이루어졌어요. 곤충 몸 표면의 딱딱한 부분과 같은 성분이랍니다.
곤충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털을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꿀벌은 몸에 300만 개의 털이 나 있어요. 털의 면적과 꿀벌 몸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식빵 크기와 비슷한 넓이가 된다고 하니, 얼마나 털이 많은지 짐작이 가죠?
곤충의 센털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해요. 포유류처럼 몸을 보호하거나 보온하기도 하며 다양한 감각기 역할을 하는 털도 있지요. 감각기란 냄새를 맡는 후각, 맛을 느끼는 미각, 앞을 보는 시각, 접촉을 통해 느끼는 촉각 등의 감각을 느끼는 기관을 말해요. 예를 들면 파리는 다리와 입에 난 털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털끝에 아주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고, 이 구멍이 미각을 느낄 수 있는 세포와 연결돼 있거든요. 덕분에 파리는 시력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다리를 가져다대기만 하면 달콤한 먹이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챌 수 있답니다.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생존 비결은 털
아프리카 북쪽에 있는 사하라사막에는 아주 특별한 개미가 살고 있어요. 70℃까지 올라가는 사하라사막의 모래 위에서도 끄떡없이 살아가는 이 개미의 이름은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예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위난팡 교수와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미국 워싱턴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생존 비결에 대한 연구 결과를 2015년 6월 19일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어요.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는 보통 개미와 달리 몸 전체가 은색 털로 뒤덮여 있어요. 연구팀은 이 털에 주목하고, 개미의 머리와 몸에 털이 있을 때와 털을 제거했을 때의 체온을 열 감지 카메라로 변화를 측정했어요. 그 결과 같은 환경에서 털을 제거하자 체온이 5~10℃ 더 올라갔답니다.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털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독특하게도 단면이 삼각형이고, 중간이 비어 있는 구조예요. 연구팀은 단면이 삼각형인 털과 동그란 털의 빛 반사율을 계산해 봤어요. 그 결과 단면이 삼각형인 털이 최대 55%까지 더 많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반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털 속을 투과한 빛이 내부에서 다시 반사돼 털 밖으로 방출되는 거예요.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털은 햇빛을 반사할 뿐 아니라, 흡수된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까지 하는 거예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옷이나 건물 및 차량 외벽의 온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동물 없이도 따뜻~ 과학으로 만드는 털
사막에 사는 개미는 털을 이용해 몸의 열을 내보낸다니 정말 놀라워~! 으으…. 에에취~! 하지만 지금 나에겐 필요한 건 따뜻한 털이야~! 하지만 동물들의 털을 빼앗을 수는 없어. 동물의 털만큼 따뜻한 털과 옷을 직접 만들 수는 없을까?
더 얇게! 더 폭신하게! 극세사 VS 기모
진화를 거치는 동한 점차 털을 잃게 된 사람들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섬유를 개발했어요. 섬유는 길고 가늘며 부드럽게 잘 구부러지는 소재를 말해요.
겨울이 되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섬유 중 하나가 바로 ‘극세사’예요. 극세사는 이름 그대로 아주 가느다란 실을 말해요. 보통 굵기가 0.5*데니어로 머리카락의 약 100분의 1 굵기예요. 양털이 머리카락의 약 4분의 1 굵기니까 극세사가 얼마나 얇은지 알겠죠? 이렇게 가느다란 극세사를 여러 개 꼬아서 실을 만들고, 이 실로 천을 짜면 실 사이사이에 많은 공기를 품을 수 있어서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답니다.
한편 겨울철에는 ‘기모’가 들어간 옷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기모란 섬유를 긁거나 뽑아서 천의 표면에 보풀이 일게하는 직물 가공법이에요. 기모처리를 하면 표면에 보풀이 일어나서 천의 두께가 두꺼워져요. 또 극세사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공기를 품을 수 있게 돼요. 따라서 같은 무게의 천이라도 더 두껍고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답니다.
이렇게 기모처리를 해서 만든 천 중에 유명한 것이 ‘플리스’예요. 등산복을 비롯해 양말, 모자, 담요 등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방한용품의 재료로 많이 쓰인답니다.
*데니어 : 데니어는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1데니어는 9000m의 길이로 1g 무게가 나갈 경우의 굵기를 말한다. 무게가 2배면 2데니어, 3배면 3데니어라고 말한다.
겨울옷이 진화하고 있다!
보통 거위는 한 마리당 솜털을 20g 정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패딩 점퍼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마리 이상의 거위 솜털이 필요하지요.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겠죠? 비용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의 털 대신 패딩에 넣을 수 있는 충전재를 개발했어요. 바로 석유화합물로 만든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예요. 폴리에스터를 양털처럼 아주 얇고 꼬불거리는 실로 만들어서 솜처럼 뭉쳐서 점퍼에 집어넣었답니다. 폴리에스터는 질기고 단단한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열에 약하고, 물에 젖으면 잘 마르지 않는 단점이 있지요. 이후 폴리에스터의 단점을 보완한 충전재가 개발됐어요. 주로 폴리에스터에 나일론 같은 다른 섬유를 섞어서 실로 만들어 충전재를 만들고 있지요.
최근에는 빛을 받으면 분자끼리 충돌하면서 열을 내는 충전재나, 스스로 열을 내는 금속 나노 코팅 섬유 등 과학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보온 섬유가 개발되고 있답니다.
# 우와~! 동물의 털에 이런 비밀들이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 게다가 이제는 동물의 털 말고도 과학 기술로 따뜻해지는 옷이 개발되고 있다니…. 좋아! 그럼 나도 어서 스마트웨어를 개발하러 가야지. 음냐음냐…. “나지오~! 아직도 자고 있어? 지각이야~!”
아직 바깥이 어둑어둑한데 벌써 아침이라니….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 10℃.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래. 그래서인지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워. 으으…. 우리 집 강아지 뽀삐랑 고양이 레옹처럼 내 몸에도 털이 많다면 좋을텐데…. 음냐음냐….
털이 사라졌다? 우리 몸의 털과 진화
가만 보면 뽀삐랑 레옹도 그렇고, 포유류 대부분이 몸 전체에 복슬복슬 털이 많이 나 있어. 그리고 포유류 중에서도 원숭이와 고릴라, 침팬지 모두 몸에 털이 많지. 그런데 왜 사람은 같은 포유류에 속하는데도 털이 별로 없는 거지?
사람, 사냥을 시작하면서 털을 벗다
인류의 조상은 원숭이나 고릴라처럼 몸에 빽빽하게 털이 나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은 왜 털이 줄어들어 오늘날의 모습이 된 걸까요?
약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에 출현했어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도구를 만들어 사냥을 하기 시작했어요. 쨍쨍 내리쬐는 적도의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 초원을 뛰어다니며 먹잇감을 사냥해야 했지요.
이때 털은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줬어요. 하지만 몸에 땀이 나면 피부를 덮고 있는 털은 땀이 증발하는 데 방해가 됐지요. 땀은 증발하면서 몸을 열을 빼앗아가 체온을 조절해요. 하지만 덥수룩한 털이 땀을 증발할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으니, 털이 많은 사람은 더위에 약할 수밖에 없었어요.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사람이 사냥을 시작한 이후 점차 몸에 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추정하고 있답니다.
꼬불꼬불하거나 가늘거나! 양털VS거위털
사람의 털이 500만개라니! 내 몸에도 털이 없는 게 아니라 가늘고 짧아서 잘 안 보였던 거였어. 그런데 나는 왜 겨울만 되면 이렇게 추운 거지? 양털이나 오리털처럼 동물 털로 만든 옷을 입으면 따뜻한데 말이야. 혹시 이런 동물들의 털속에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해서 따뜻하다! 양털
기원전 6000년경, 사람들은 털이 복슬복슬하게 많이 자라는 양을 모아 기르기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약 3000년 뒤에, 양털로 직물을 짤 수 있게 됐어요. 양털을 꼬아서 실을 만들고, 그 실로 천을 짜낸 거예요. 그리고 약 50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양털로 만든 옷과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고 추운 겨울을 나지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양털이 인기 있는 비결은 뭘까요? 그 비결은 양털의 모양에 있어요. 양털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표면이 물고기 비늘처럼 층층이 나뉘어져 있어요. 표면이 울퉁불퉁하면 표면적이 넓어지고 마찰력이 커져서 털끼리 서로 잘 엉겨붙어요. 그래서 양털은 실로 만들기도 편하답니다.
또한 양털은 마치 파마를 한 것처럼 꼬불꼬불해요. 그 이유는 털이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한 층은 수분을 잘 머금어서 팽창하는 성질을 가졌고, 다른 한 층은 그 반대의 성질을 가졌어요. 이렇게 각각 다른 성질 때문에 양털은 꼬불꼬불하게 꼬이면서 자라요. 그 결과 털 사이사이에 따뜻한 공기를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보온 기능이 뛰어나요. 실제로 겨울 철, 양털을 깎기 전과 후 양의 체온은 5℃나 차이가 난답니다.
가늘고 촘촘해서 따뜻하다! 거위털
우리가 겨울철에 많이 입는 옷 중에 하나가 바로 ‘패딩 점퍼’예요. 패딩 점퍼는 속에 충전재를 넣어서 만든 점퍼를 말해요. 충전재로 거위나 오리의 털이 많이 쓰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 거위와 오리의 털을 쓰는 걸까요? 닭이나, 덩치가 큰 타조의 털을 쓸 수도 있을 텐데 말이에요. 이 질문의 답은 바로 거위와 오리의 습성에 있답니다.
거위와 오리는 모두 물가에 사는 물새예요. 주로 물에서 헤엄치면서 생활하는 물새들은 육지에서 생활하는 새들과 다르게 아주 특별한 털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깃털 속에 난 솜털이에요. 영어로 ‘다운’이라고 하지요. 물속에서는 공기 중에서보다 더 쉽게 열을 뺏기게 돼요. 이 때문에 물새들은 목 아랫부분, 가슴, 배 아랫부분, 날개 아랫부분에 솜털이 나 있어요. 몸 전체에 난 털의 10% 정도지요.
솜털은 겉보기에도 깃털과 다르게 생겼어요. 보통 깃털은 한가운데 단단한 재질의 심이 있지만, 솜털은 모든 털이 가늘고 가볍답니다. 따라서 깃털보다 더 많은 공기를 머금을 수 있어서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는 보온 능력이 더 뛰어나요.
한편 닭이나 타조 같은 새들은 솜털이 없을 뿐 아니라 깃털도 너무 억세요. 그래서 점퍼의 충전재로 쓰기는 어렵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극지방 동물의 털
물새는 차가운 물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솜털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대단해~! 자신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진화한 거잖아. 아!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인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의 털에도 뭔가 특별한 비밀이 있지 않을까?
북극곰 털은 사실 흰색이 아니다?
북극곰은 하얗고 포근한 털을 가졌어요. 이런 털 덕분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북극곰의 털은 사실 흰색이 아니에요. 현미경으로 북극곰 털을 확대해 보면 표면은 색이 없고 거의 투명하며, 그 속은 비어 있는 모습이에요. 마치 아주 가느다란 유리관처럼 생겼지요. 이렇게 속이 비어 있는 털은 안에 공기를 품을 수 있어서 체온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답니다.
북극곰의 털도 다른 포유류의 털처럼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 몸에 있는 손톱도 케라틴으로 이루어졌지요. 따라서 색소가 없는 북극곰의 털은 손톱처럼 반투명한 모습이랍니다. 엄마, 아빠 머리에 나는 흰머리도 자세히 보면 흰색이 아니라 북극곰의 털처럼 투명하
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렇게 표면이 투명한 북극곰의 털은 햇빛을 받아 반사할 때 빛을 산란시켜요. 산란은 빛이 먼지와 같은 작은 입자에 부딪쳐 사방으로 퍼지는 현상을 말해요. 그래서 북극곰의 털은 우리 눈에 하얗고 반짝이게 보이는 거예요. 얼음 결정인 눈이 하얗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랍니다.
펭귄 털은 겉과 속이 다르다?
펭귄은 오리나 거위와 마찬가지로 조류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하지만 보통 새들과 달리 독특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지요.
우선 펭귄은 하늘을 날 수 없는 대신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기에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어요. 물속에서 움직일 때 저항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몸이 유선형이랍니다. 또한 날개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크기와 모양이 변형돼 있지요.
지구상에 있는 18종의 펭귄 중에 6종의 펭귄이 추운 남극에 살아요. 남극에 사는 펭귄의 털은 추운 곳에서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지요. 그런데 펭귄의 털을 자세히 보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겉은 보통 새들과 마찬가지로 깃털이지만, 속에는 거위의 솜털처럼 아주 가느다란 털이 길게 나 있지요. 겉은 깃털이고 속은 솜털인 셈이에요.
또한 펭귄의 깃털은 보통 새보다 더 빽빽하게 나 있어요. 가로, 세로 각 2.53cm 크기 안에 깃털이 약 100개나 나 있답니다. 이렇게 촘촘하게 나 있는 털 덕분에 펭귄은 물속에 들어가더라도 물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답니다. 빽빽한 털이 머금고 있는 공기층이 마치 보호막처럼 몸 전체를 감싸기 때문이에요.
맛보고 빛 반사하고! 곤충의 털
역시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의 털에는 남다른 비밀이 숨어 있었어. 잠깐! 그런데 꿀벌 같은 곤충들도 자세히 보면 몸에 털이 많이 나 있잖아! 그렇다면 곤충들의 털은 우리 몸에 난 털과 같은 걸까?
곤충도 자세히 보면 ‘털보’
모기를 비롯해 파리, 꿀벌과 같은 곤충들도 몸에 많은 털이 나 있어요. 곤충 몸에 난 털은 포유류의 털과는 달리 짧고 빳빳해서 ‘센털’, 또는 ‘강모’라고 부르지요.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포유류의 털과는 달리, 곤충의 센털은 질소가 함유된 탄수화물인 ‘키틴’으로 이루어졌어요. 곤충 몸 표면의 딱딱한 부분과 같은 성분이랍니다.
곤충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털을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꿀벌은 몸에 300만 개의 털이 나 있어요. 털의 면적과 꿀벌 몸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식빵 크기와 비슷한 넓이가 된다고 하니, 얼마나 털이 많은지 짐작이 가죠?
곤충의 센털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해요. 포유류처럼 몸을 보호하거나 보온하기도 하며 다양한 감각기 역할을 하는 털도 있지요. 감각기란 냄새를 맡는 후각, 맛을 느끼는 미각, 앞을 보는 시각, 접촉을 통해 느끼는 촉각 등의 감각을 느끼는 기관을 말해요. 예를 들면 파리는 다리와 입에 난 털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털끝에 아주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고, 이 구멍이 미각을 느낄 수 있는 세포와 연결돼 있거든요. 덕분에 파리는 시력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다리를 가져다대기만 하면 달콤한 먹이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챌 수 있답니다.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생존 비결은 털
아프리카 북쪽에 있는 사하라사막에는 아주 특별한 개미가 살고 있어요. 70℃까지 올라가는 사하라사막의 모래 위에서도 끄떡없이 살아가는 이 개미의 이름은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예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위난팡 교수와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미국 워싱턴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생존 비결에 대한 연구 결과를 2015년 6월 19일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어요.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는 보통 개미와 달리 몸 전체가 은색 털로 뒤덮여 있어요. 연구팀은 이 털에 주목하고, 개미의 머리와 몸에 털이 있을 때와 털을 제거했을 때의 체온을 열 감지 카메라로 변화를 측정했어요. 그 결과 같은 환경에서 털을 제거하자 체온이 5~10℃ 더 올라갔답니다.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털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독특하게도 단면이 삼각형이고, 중간이 비어 있는 구조예요. 연구팀은 단면이 삼각형인 털과 동그란 털의 빛 반사율을 계산해 봤어요. 그 결과 단면이 삼각형인 털이 최대 55%까지 더 많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반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털 속을 투과한 빛이 내부에서 다시 반사돼 털 밖으로 방출되는 거예요. 사하라사막 은색 개미의 털은 햇빛을 반사할 뿐 아니라, 흡수된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까지 하는 거예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옷이나 건물 및 차량 외벽의 온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동물 없이도 따뜻~ 과학으로 만드는 털
사막에 사는 개미는 털을 이용해 몸의 열을 내보낸다니 정말 놀라워~! 으으…. 에에취~! 하지만 지금 나에겐 필요한 건 따뜻한 털이야~! 하지만 동물들의 털을 빼앗을 수는 없어. 동물의 털만큼 따뜻한 털과 옷을 직접 만들 수는 없을까?
더 얇게! 더 폭신하게! 극세사 VS 기모
진화를 거치는 동한 점차 털을 잃게 된 사람들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섬유를 개발했어요. 섬유는 길고 가늘며 부드럽게 잘 구부러지는 소재를 말해요.
겨울이 되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섬유 중 하나가 바로 ‘극세사’예요. 극세사는 이름 그대로 아주 가느다란 실을 말해요. 보통 굵기가 0.5*데니어로 머리카락의 약 100분의 1 굵기예요. 양털이 머리카락의 약 4분의 1 굵기니까 극세사가 얼마나 얇은지 알겠죠? 이렇게 가느다란 극세사를 여러 개 꼬아서 실을 만들고, 이 실로 천을 짜면 실 사이사이에 많은 공기를 품을 수 있어서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답니다.
한편 겨울철에는 ‘기모’가 들어간 옷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기모란 섬유를 긁거나 뽑아서 천의 표면에 보풀이 일게하는 직물 가공법이에요. 기모처리를 하면 표면에 보풀이 일어나서 천의 두께가 두꺼워져요. 또 극세사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공기를 품을 수 있게 돼요. 따라서 같은 무게의 천이라도 더 두껍고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답니다.
이렇게 기모처리를 해서 만든 천 중에 유명한 것이 ‘플리스’예요. 등산복을 비롯해 양말, 모자, 담요 등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방한용품의 재료로 많이 쓰인답니다.
*데니어 : 데니어는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1데니어는 9000m의 길이로 1g 무게가 나갈 경우의 굵기를 말한다. 무게가 2배면 2데니어, 3배면 3데니어라고 말한다.
겨울옷이 진화하고 있다!
보통 거위는 한 마리당 솜털을 20g 정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패딩 점퍼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마리 이상의 거위 솜털이 필요하지요.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겠죠? 비용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의 털 대신 패딩에 넣을 수 있는 충전재를 개발했어요. 바로 석유화합물로 만든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예요. 폴리에스터를 양털처럼 아주 얇고 꼬불거리는 실로 만들어서 솜처럼 뭉쳐서 점퍼에 집어넣었답니다. 폴리에스터는 질기고 단단한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열에 약하고, 물에 젖으면 잘 마르지 않는 단점이 있지요. 이후 폴리에스터의 단점을 보완한 충전재가 개발됐어요. 주로 폴리에스터에 나일론 같은 다른 섬유를 섞어서 실로 만들어 충전재를 만들고 있지요.
최근에는 빛을 받으면 분자끼리 충돌하면서 열을 내는 충전재나, 스스로 열을 내는 금속 나노 코팅 섬유 등 과학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보온 섬유가 개발되고 있답니다.
# 우와~! 동물의 털에 이런 비밀들이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 게다가 이제는 동물의 털 말고도 과학 기술로 따뜻해지는 옷이 개발되고 있다니…. 좋아! 그럼 나도 어서 스마트웨어를 개발하러 가야지. 음냐음냐…. “나지오~! 아직도 자고 있어? 지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