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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지구 지킨다] 지구도 방학이 필요해

기후 위기, 사람들의 일상 바꾼다

우리는 지난 200년간 화석연료를 사용해 어두운 밤의 불을 밝히고, 전자제품의 편리함을 누려 왔어요. 하지만 전기를 만들며 배출된 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점차 높였죠.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전 세계 곳곳에선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기후 위기, 사람들의 일상 바꾼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18.18℃에서 18.30℃로 0.12℃ 올랐지만,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18.32℃에서 18.53℃로 0.21℃ 상승했어요. 숫자만 보면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지만, 작은 온도 상승은 큰 변화로 나타나죠.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였던 우리나라는 점차 사계절이 희미해지고 있어요. 봄과 여름은 길어지고, 가을과 겨울은 짧아지고 있죠. 기상청은 21세기 후반까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한다면 여름이 97일에서 170일로 늘어날 거라고 밝혔어요. 이는 1년 중 거의 절반이 여름이 된다는 것을 뜻해요.

 

기후 위기는 사계절뿐만 아니라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야구를 본 적 있나요? 타자가 친 야구공이 높이 날아올라 담장 저편으로 넘어가는 홈런을 보면 정말 짜릿하지요. 지난해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지리학과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홈런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1962년부터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진행된 경기 약 10만여 건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홈런은 1.96% 증가했어요. 기온이 높은 오후 경기에서는 1년에 홈런 15개를 더 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공기는 야구공이 날아가는 것을 방해하는데, 기온이 높을수록 공기의 밀도가 줄어들어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홈런이 늘어나면 타자로서는 반가운 이야기지만, 투수로서는 속상한 일일 거예요. 이처럼 기후 위기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조금씩 바꾸고 있답니다.

 

기후 위기를 몸소 느끼는 동물들

 

눈덧신토끼는 1년에 두 번 털갈이하는 위장의 달인이에요. 봄부터 가을까진 짙은 갈색의 털을 두르고 있다가 겨울이 되면 눈 색깔과 비슷한 흰 털로 변신하죠.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게끔 환경에 적응한 거예요. 그런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눈이 빨리 녹으면서 눈덧신토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어요. 털 색깔이 눈이 녹은 주변 환경보다 하얘서 포식자의 눈에 오히려 잘 띄게 된 거죠. 이는 눈덧신토끼가 변화한 기후에 적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비해 기후 위기가 진행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뜻해요.

 

육지에 사는 동물뿐만 아니라 바다에 사는 동물들도 기후 위기로 위협받고 있어요. 바다거북은 바닷가 모래에 알을 낳습니다. 새끼 거북은 주변 모래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데, 모래가 시원하고 촉촉하면 수컷이, 따뜻하고 건조하면 암컷이 부화해요. 그런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부화한 새끼 거북의 99%는 암컷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 위기로 따뜻하고 건조한 모래가 많아지면서 암컷이 많이 부화한 거죠. 암컷과 수컷의 비율에 큰 차이가 생기면 바다거북이 대를 잇기가 어려워져요.

 

기후 위기로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 바닷물 속에 녹아 있던 산소가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바닷속 산소의 농도가 낮아집니다. 2019년,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는 바닷물 속 산소가 줄어들면 오징어나 문어 등 일부 해양 생물들이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오징어가 먹이를 잡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선 눈의 망막이 빛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데, 산소가 줄어 시력이 감퇴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먹이를 못 구해 죽을 확률이 높아지죠. 한 종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그 종과 먹이 사슬을 이루는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요.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뜨거워진 지구도 방학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다음번에는 우리가 똑똑하게 배출해야 할 탄소에 대해 알아보며 지구의 방학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 보기로 해요.

 

※필자소개

조민주(서울 역촌초 교사). 학교가자교사협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학교가자교사협회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이 원격 수업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며 설립됐습니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한 환경 교육 과정인 ‘나의 도넛 복숭아’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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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4호) 정보

  • 조민주(서울 역촌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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