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어. 올해도 8명의 과학자들이 노벨 과학상을 받게 됐지. 이 수상자들은 오는 12월 10일 오후 4시30분에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가할 예정이야. 왜 하필 그날이냐고? 그날이 바로 내가 죽은 날 죽은 시각이거든…. 내가 바로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란다.
노벨상은 115년이라는 긴 역사만큼 권위 있는 상이야. 또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를 보면 과학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수 있지. 노벨상과 관련해 재밌고 황당한 이야기도 있는데, 한번 들어 볼래?
2015 노벨상 영광의 주인공은?
노벨상은 지난 1901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인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돼 왔어. 올해도 과학부분에서는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이렇게 총 3개의 분야에서 8명의 과학자가 수상을 했지!
올해 어떤 연구들이 상을 받았는지 살펴볼까?
노벨 생리·의학상 개똥쑥으로 말라리아를 물리치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받았어요.
197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시달렸어요. 당시 미국과 전쟁 중이던 베트남에선 적군의 총에 맞아 죽는 것보다 말라리아에 감염돼 죽는 군인들이 더 많았지요. 이에 과학자들은 말라리아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어요.
이즈음 투유유 교수는 전통 의학 서적에서 국화과 식물인 ‘칭하오(개똥쑥)’에 주목했어요. 이 식물에 들어 있는 ‘아르테미시닌’ 성분이 말라리아를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거든요. 이후 1971년 투유유 박사는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시닌 성분을 추출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칭하오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어요. 덕분에 매년 전세계 2억 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됐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 교수와 아일랜드의 윌리엄 캠벨 연구원은 기생충 질병을 치료하는 ‘아버멕틴’을 개발해 상을 받았어요. 두 연구원은 박테리아에서 항생제 물질을 뽑아 약으로 개발했는데, 재미있게도 이 박테리아는 골프장 흙에서 찾았답니다. 이 약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효과가 있어,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1년 동안에 만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구하고 있답니다
노벨 물리학상 보이지 않아도 있다니까요!
중성미자는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질이에요. 다른 입자와 반응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유령입자’라고도 불려요. 이 물질은 우주 초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주의 비밀을 품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이 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일본의 가지타 교수는 1998년 ‘슈퍼가미오칸데’를 이용해 처음으로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했어요. 슈퍼가미오칸데는 지하 1km 아래에 설치된 높이 41.4m의 초대형 실험시설로, 5만 톤의 물을 담고 있어요.
가지타 교수는 대기 중의 중성미자가 물분자에 충돌했을 때 생기는 아주 약한 빛을 포착해 중성미자의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또 맥도널드 교수는 중성미자가 지구로 오면서 종류가 바뀐다는 사실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답니다.
노벨 화학상 스스로 고치는 DNA!
올해 노벨 화학상은 유전물질(DNA)의 복구 과정을 밝힌 과학자 3명이 받았어요. DNA는 생명활동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해요. 만약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자외선과 담배연기 등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DNA가 망가져 암과 같은 병을 일으킬수 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DNA는 스스로 손상된 부분을 고치는 능력이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 그 과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었지요. 토마스 린달 연구원과 폴모드리치 교수, 아지즈 산자르 교수는 1974년에 이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어요.
린달 연구원은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스스로 그 부분을 잘라 새로운 DNA로 바꿔 준다는 ‘염기 절단복구’ 과정을 밝혀냈어요. 또 모드리치 교수는 DNA사이에 짝이 맞지 않은 부분을 골라 고치는 ‘미스매치 복구’ 과정을 밝혀냈지요. 마지막으로 산자르교수는 자외선을 받고 망가진 DNA를 알아서 잘라내 버리는 ‘뉴클레오티드 절단복구’과정을 확인해 상을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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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에 숨겨진 과학의 두 얼굴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좋은 연구로 평가를 받지는 않아. 과학이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거든.
이번에는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인류를 위해 연구된 과학이 나쁘게 사용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우를 만나 보자.
‘죽음의 상인’으로 불린 노벨
노벨은 과학자이자, 직접 만든 발명품만 350개나 되는 ‘발명 천재’였어요.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발명품은 다이너마이트예요.
노벨이 살던 스웨덴은 돌이 많은 지역이에요. 그래서 길을 만들거나 집을 지을 땅을 팔 때는 다이너마이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이 덕분에 노벨은 과학자로서 인정도 받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다이너마이트는 나쁜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군인들이 전쟁에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한 거예요. 다이너마이트는 원하는 시간에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어 적군을 공격하는 데 효과적이거든요.
결국 노벨은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어요. 노벨의 형이었던 루드비히 노벨이 죽었을 때 프랑스의 기자가 실수로 노벨이 죽었다는 기사를 썼는데, 이때 노벨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이 일로 노벨은 큰 충격을 받았어요. 자신의 발명품이 사람을 해치는 용도로 사용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인류를 위한 과학 기술이 오히려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가 되었답니다.
독을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들
노벨상을 받았지만 사람들에게 나쁘게 사용된 연구는 또 있어요. 1948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스위스 파울 헤르만 퀼러 박사는 사람과 식물에게는 해가 되지 않으면서 해충만 죽일 수 있는 살충제 ‘DDT’를 개발했어요. DDT는 염소화합물로 만들어진 살충제로, 곤충의 신경세포에 들어가 나트륨이 세포막을 이동하는 것을 막아 세포를 파괴하지요. 딱정벌레와 무당벌레 등 농사를 지을 때 방해가 되는 해충이나 파리와 모기 벼룩 등 전염병을 옮기는 해충들을 없애는 데 효과가 컸어요.
하지만 살충제를 사용할수록 해충들이 이 약에 내성(약을 반복적으로 먹을수록 약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살충제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약이 우리 몸에 쌓여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확인됐지요. 결국 이 살충제는 사용이 금지 되고 말았답니다.
한편 프리츠 하버 박사는 공기 중에 있는 암모니아를 합성해 비료를 만드는 데 성공해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어요. 이 비료는 농사를 짓는 데 사용하는 흙을 더 비옥하게 만들었어요. 덕분에 식물들이 잘 자라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고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하지만 프리츠 박사는 이후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으로 독가스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 독가스는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데 쓰였지요. 결국 하버 박사는 인류에 공헌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지만 ‘화학무기의 아버지’라는 나쁜 별명도 얻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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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아닌 노벨상 엉뚱함이 노벨상감! 이그노벨상
이름은 노벨상이지만 노벨상이 아닌 상도 있어.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만드는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가 올해의 가장 황당하고 재밌는 연구를 선정하는 상인 ‘이그노벨상’ 말이야. 노벨상이 아니라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야.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절로 호기심이 퐁퐁 솟아나는 건 기본!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진짜 노벨상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삶은 달걀을 날달걀로 바꿀 수 있다?
삶은 달걀을 다시 날달걀로 바꿀 수 있을까요? 타임머신으로 시간을 돌려야만 가능할 것 같은 연구가 2015년 이그노벨상 화학상을 수상했어요.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 콜린 래스톤 교수는 삶은 달걀을 날달걀로 되돌릴 수 있는 장치인 ‘VFD’(Vortex Fluidic Device)를 개발했어요. 이 기계는 삶은 달걀을 매우 빠르게 회전시켜서 열에너지로 엉겨붙어 버린 계란 흰자의 단백질을 다시 풀어 주는 역할을 하지요. 열로 가열한 단백질은 꽁꽁 싸맨 실타래 같은 구조를 하고 있어요. 이걸 아주 빠르게 회전시키면 회전하는 힘에 의해 단백질 사이의 고리가 끊어지며 다시 흐물흐물한 젤 상태가 되지요.
단, 이렇게 해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흰자만 가능해요. 달걀이 열을 받아 삶아지는 과정에서 흰자는 연결 구조만 변하지만, 노른자는 연결된 분자의 구조가 바뀌어 화학적 특징도 함께 변하기 때문에 회전으로 되돌릴 수 없답니다.
콜린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기계로 앞으로 단백질을 합성하거나 구조를 바꿔서 약의 효능을 높인 항암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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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함이 실제 과학 연구로 이어지다!
이렇게 이그노벨상 수상 연구를 보면 매우 엉뚱하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런 연구들이 단순히 재미만 있고 쓸모없는 것은 아니에요. 엉뚱한 상상과 호기심은 과학 연구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거든요.
지난 2000년 공중부양 개구리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있어요. 주인공은 안드레아 가임 교수! 가임 교수는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 밀어내는 힘인 ‘반자성’이 생물체에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호기심을 확인하기 위해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보다 약 3000배 강한 자석에 개구리를 올려놓았지요. 그러자 개구리가 공중에 둥둥 떠올랐어요.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개구리와 자석 사이에 반자성이 생긴다’는 사실이 확인된 거예요.
가임 교수는 엉뚱한 상상을 멈추지 않았어요. 문구점에서 파는 셀로판 테이프에 연필심을 문지른 다음 떼어내서, 연필 가루만 얇게 얻는 데 성공하거든요. 이 얇은 연필 가루가 바로 차세대 탄소 물질로 널리 알려진 ‘그래핀’이랍니다. 그래핀은 전기를 잘 통과시키고 자유롭게 구부러질 수 있어 휘어지는 TV나 컴퓨터를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재료예요. 가임교수의 엉뚱한 상상이 최신 전자기기에 꼭 필요한 중요한 물질을 만들어냈고, 이 연구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도 받게 되었답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노벨상이 화제야. 하지만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를 하는 건 아냐. 과학자의 연구가 세상을 바꾸고, 그 연구의 가치는 노벨상 수상으로 더욱 인정받게 되는 거지. 또 어떤 과학이 세상을 바꾸게 될까? 앞으로도 노벨상에 많은 관심 가져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