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안녕? 나는 추석을 맞아 가장 맛있는 명절 떡을 달나라로 가져가기 위해 지구에 내려온 옥토끼야. 추석에는 뭐니뭐니해도 송편이 최고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나와 함께 최고로 맛있는 송편을 뽑아 보지 않을래?
송편은 지역마다 각양각색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깨와 달콤한 설탕이 사르르 녹는 송편은 추석을 대표하는 명절 음식이에요. 그러나 깨와 설탕을 소로 넣는 송편이 널리 퍼진 것은 50년이 채 안 됐어요. 1917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수입된 설탕은 당시 매우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명절에 한꺼번에 많이 만드는 송편의 재료로는 적당하지 않았거든요. 대신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재료를 송편에 소로 넣어 먹었어요.
17세기에 나온 요리책인 ‘요록’에 ‘송병(松餠, 소나무떡)’이라는 떡이 기록돼 있는 것을 통해 송편은 그 이전부터 먹었다고 짐작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송편이 기록된 다른 책들을 보면 콩이나 팥, 밤, 계피, 생강, 잣, 호두와 꿀을 이용해 소를 만들었다고 나온답니다.
송편은 지역에 따라 재료가 천차만별이에요. 추석 때 한 해 농사를 무사히 짓게 해준 조상에게 감사하는 떡인 만큼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많이 사용했지요. 예를 들어 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도에서는 쌀가루 대신 감자 전분을, 모시가 유명한 전라도에서는 모시를 이용해 송편을 만들었어요. 또 경상도에는 청미래덩굴이라고 부르는 망개 잎으로 감싸서 만든 망개송편이 있답니다.
겉을 먹으려면 송편을 먹어라!
이렇게 다양한 송편이 있다니 정말 놀라워! 하지만 달나라로 저 모든 것을 가져갈 수는 없어…. 차라리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배워가서 달에서 직접 만들어야겠어! 듣자 하니, ‘겉을 먹으려면 송편을, 속을 먹으려면 만두를 먹으라’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송편은 반죽이 중요하대! 어떻게 하면 쫄깃하고 맛있는 송편을 만들 수 있을까?
비법 1 뜨거운 물로 반죽하라
밀가루 반죽을 계속 주무르면 쫄깃쫄깃해져요. 밀가루에 물을 넣고 물리적인 힘을 가하면 글루텐이라는 쫄깃쫄깃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거든요. 그러나 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찬 물을 넣고 쌀가루를 반죽하면 계속 부스러질 뿐 반죽이 되지 않지요.
그래서 송편을 만들 때는 ‘전분’의 특별한 성질을 이용해요. 전분은 포도당 수백~수천 개가 얽혀 만들어진 물질로, 보통 물에서는 녹지 않고 반죽이 되지도 않아요.
하지만 물에 섞인 전분을 가열하면 60~75℃에서 반투명해지면서 끈기가 생기는 ‘호화’ 과정이 일어나요. 쌀이 밥이 되면 끈끈해지면서 반투명해지는 것이 바로 호화 과정 때문이에요. 송편은 이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요.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호화를 일으켜 끈끈하게 만든 다음 반죽하는 거랍니다.
비법 2 설탕보다 소금을 넣어라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중에는 송편 겉보다 안에 든 달콤한 ‘소’를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그렇다면 아예 반죽에 설탕을 넣어서 만들면 어떨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죽을 만들 때는 설탕을 넣지 않아요. 설탕을 넣으면 *삼투압 현상 때문에 전분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거든요. 전분에서 수분이 사라지면 호화가 잘 일어나지 않고, 쌀가루가 서로 얽히지 않아 부스러지게 되지요. 깨와 설탕을 속으로 넣은 송편 중 가끔 속이 익지 않고 하얗게 부스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설탕과 반죽이 많이 만나서 벌어지는 현상이에요. 설탕이 전분에서 수분을 빼앗아 익지 못하게 방해한 것이지요.
대신 송편 반죽을 만들 때는 ‘소금’을 아주 조금 넣어요. 소금은 반죽을 할 때 입자와 입자 사이를 단단하게 묶는 성질이 있거든요. 그래서 소금을 넣으면 반죽이 더 쫄깃쫄깃해지지요.
*삼투압 :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물 분자가 이동하는 현상.
비법 3 쑥을 응용하라
최근에는 다양한 식용색소와 색을 내는 식재료를 사용해 알록달록한 송편은 만들고 있어요. 그러나 예전에는 흰색과 녹색, 두 가지 송편을 만들었어요. 녹색 송편을 위해서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했어요. 대표적인 재료가 바로 ‘쑥’이지요. 반죽에 쑥을 넣으면 녹색이 나는데다, 쑥의 향까지 어우러져 아주 맛있는 송편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쑥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간 떡은 쌀가루로만 만든 떡보다 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요. 익혀서 떡으로 만든 전분은 시간이 지나면 수분을 잃으면서 끈기도 사라지는데, 식이섬유가 수분을 오랫동안 붙잡아 오랜 시간 동안 쫄깃함을 유지하거든요.
게다가 쑥에서 독특한 향기를 내는 ‘치네올’이라는 물질은 세균을 죽이는 효능이 있어요. 그래서 쑥을 넣은 송편은 일반 송편보다 잘 상하지 않아 오랫동안 먹을 수 있었지요.
송편 삼국지 가장 맛있는 명절 떡을 찾아라!
송편을 맛있게 만드는 핵심은 반죽이었군! 반죽이라면 우리 달나라 옥토끼들의 전문이지! 앗!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송편처럼 명절에 먹는 떡이 있다고? 이런 먹거리를 놓칠 순 없지! 일단 한 번 먹어 볼까?
전세계에서 떡을 즐기는 나라는 많지 않아요. 쌀을 주식으로 즐기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쌀을 주식으로 먹는 곳에서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인디카 쌀을 먹는 경우가 많아요. 전세계 쌀 생산량의 90%가 인디카 쌀인데, 모양이 길쭉하고 포슬포슬해서 떡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요.
점성이 많아 떡을 만들 때 쓰는 자포니카 쌀은 중국 북부와 우리나라, 일본에서 주로 재배해요. 그래서 주로 이 세나라에서 떡을 즐기고 있답니다.
달을 닮은 떡 월병
중국 중추절은 중국 3대 명절로 불릴 정도로 큰 명절이에요. 우리나라 추석과 마찬가지로 음력 8월 15일이지요. 중국에서는 농사가 잘 된 것이 달의 신이 달빛으로 변해 세상에 복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중추절에 뜨는 보름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어요.
달을 기념하는 명절인 만큼 중추절에는 ‘월병(月餠, 달떡)’이라는 떡을 먹어요. 보름달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월병은 사실 빵에 가까워요. 밀가루를 반죽해 껍질을 만들고, 속에 팥이나 말린 과일을 넣어 굽지요. 중국에서 즐겨먹는 차와 함께 먹으면 아주 맛있답니다.
추분에 피는 꽃 이름을 딴 오하기
일본은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음력 8월 15일에 명절을 보내지 않아요. 대신 음력 7월 15일에 조상을 기리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데서 유래한 ‘오봉’을 지내지요. 음력 7월 15일에 시작했지만,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이 명절은 양력 8월 15일로 고정됐어요.
오봉에는 ‘오하기’라는 찹쌀떡을 먹어요. 찹쌀로 밥을 지어 뭉친 뒤, 팥으로 감싸는 형태지요. 가을에 피는 꽃인 싸리꽃의 이름을 따 ‘오하기’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이 오하기를 봄철에 먹을 때는 봄에 피는 꽃인 모란꽃 이름을 따서 ‘보타모치’라고 부르기도 해요. 찹쌀은 보통 쌀(멥쌀)보다 쉽게 연해져 소화가 잘 되는 곡물이에요. 일본에서는 이처럼 떡 형태로 즐겨 먹는답니다.
달을 닮은 송편과 국화로 만드는 화전
우리나라에서 추석에 먹는 떡 중에는 ‘국화전’도 있어요. 찹쌀가루를 묽게 반죽해 부침개처럼 기름에 얇게 부치는 거예요. 가을의 대표 꽃인 국화를 얹으면 보기에도 예쁜 국화전이 된답니다. 그냥 먹기도 하고 꿀을 살짝 찍어도 맛있어요.
우물우물…. 지구에는 정말 맛있는 명절 떡이 너무 많아! 종류도, 맛도 다양한 떡을 하나씩 먹어도 배가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이대로 가다간 몸이 무거워져서 달로 못 올라가겠어!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송편이 너무 맛있다고 나처럼 과식하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