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에 많이 살고 있는 말매미
많은 전문가들은 도시에서 매미 소음이 커지는 이유가 노랫소리가 큰 말매미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도시에 매미의 천적이 적어 숫자가 늘어났다는 거지요. 또 다른 설명도 있어요. 말매미의 수가 비슷하더라도 공간구조의 차이 때문에 농촌보다 도시에서 매미 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건물이 별로 없는 시골과 달리 도시는 높은 건물과 유리, 금속, 아스팔트와 같은 재질 때문에 소리가 잘 반사되거든요. 따라서 매미 소리가 도시에서 유난히 더 큰 이유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 지역에 서식하는 매미의 수를 파악해야 해요.
매미의 생태를 연구하는 건 어려워요. 매미의 *약충은 오랫동안 땅속에서 생활하고, 성충이 된 다음에는 나무의 높은 곳에서 노래하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연구팀은 탈피각을 이용해 지역별로 매미의 수를 세기로 했어요. 탈피각은 약충이 벗어놓은 허물이에요. 땅속에서 살던 약충이 땅으로 나온 뒤 허물을 벗고 성충인 매미가 되거든요. 탈피각의 개수를 세면 그 지역에서 노래를 하는 매미의 수를 알 수 있어요.
연구팀은 탈피를 하려고 땅에서 올라오는 매미의 약충을 잡아서 사육통에 넣고 관찰했어요. 약충이 탈피해 우화하면 매미의 종을 알 수 있고, 그 결과 매미 종에 따라 서식장소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매미의 밀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서울시와 인천시를 포함한 경기도 전체 지역을 25개의 칸으로 나누고, 각 지점을 무작위로 방문해 탈피각을 수거해 수를 세었어요.
그 결과 매미는 인구가 많이 밀집돼 있는 서울 강남, 여의도, 목동과 경기도 과천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여주와 양평, 이천과 같은 경기도의 소도시보다 2.3~13.3배나 더 많았지요. 또 매미 종마다 서식장소가 달랐는데, 그 중에서도 말매미는 경기도의 소도시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10~16.5배나 더 많았어요. 그 다음으로는 서울 여의도와 목동 순이었지요. 반면 애매미와 쓰름매미, 유지매미는 숲과 논밭이 많은 소도시에 주로 살고 있었지요.
그러니까 노랫소리가 큰 말매미는 건물과, 사람이 많은 곳에 밀집되어 살고 있었던 거예요.
*약충 :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 않고 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애벌레.
말매미가 도시에 많은 이유는?
우리는 경기도 소도시보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목동, 경기도 과천에서 매미의 밀도가 높은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어요. 첫 번째 가설은 이 지역들은 도시화로 온도가 다른 곳보다 높아서 말매미가 살기에 적합하다는 거예요.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본에 사는 곰매미의 약충은 다른 매미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잘 성장한다고 밝혀졌어요. 그런데 말매미는 일본의 곰매미와 같은 남방계통의 매미로 분류돼요. 따라서 말매미는 곰매미와 마찬가지로 높은 온도에서 더 잘 자란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도시의 중심부는 인구밀도가 높고, 콘크리트 고층 건물이 많아서 변두리지역보다 온도가 높은 ‘열섬효과’가 나타나요. 또 냉난방 시설과 자동차 엔진, 아스팔트, 시멘트가 한번 받은 열을 더 뜨겁게 달구고, 고층건물이 대기의 흐름을 멈추게 해 열섬효과는 점점 커지지요. 실제로 서울 강남과 여의도, 목동 그리고 경기도 과천은 열섬효과가 심한 지역이에요. 따라서 말매미가 더 잘 자랄 수 있었고, 노래를 하는 매미의 수도 많아진 것으로 보여요.
또 다른 이유는 매미가 좋아하는 나무가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매미는 약충일 때는 땅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자라고, 성충이 되어서는 나무에 매달려 노래를 하기 때문에 매미의 일생에서 나무의 존재는 매우 중요해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매미는 플라타너스와 벚나무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따라서 조경을 위해 도심 곳곳에 심어놓은 플라타너스가 말매미에게 좋은 환경이 되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도시에 말매미를 위협하는 포식자가 적다는 점이에요. 매미의 주요 포식자는 새와 말벌이에요. 상대적으로 숲이 적은 도시에는 새가 적게 살기 때문에 말매미가 더 많이 번식한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답니다.
매미가 많은 지역은 매미의 출현도 빨랐다
지난 2012년 시민참여과학의 일종인 지구사랑탐사대와 함께 매미를 탐사하면서 말매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어요. 그 해 여름 말매미의 출현이 서울에서 시작돼 수도권과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곤충의 출현은 식물의 개화시기와 비슷해요. 일조량이 많은 남쪽 지역에서부터 북쪽으로 식물이 개화하면서 곤충들도 비슷하게 나타나지요. 그래서 연구팀은 매미도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개화시기와 비슷하게 남쪽 지역에서 먼저 출현한 뒤, 점점 북쪽으로 올라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이번 관찰결과는 기존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일이었어요.
말매미의 출현이 가장 빨랐던 지역은 서울 잠실지역으로, 2012년 6월 15일쯤이었어요.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수도권에 말매미가 출현했고, 안동이나 전주와 같은 남쪽 지방에도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제주도나 남쪽 지방은 잠실보다 몇 주가 지난 후에야 말매미를 볼 수 있었어요.
참매미의 출현도 말매미의 출현과 비슷했어요. 먼저 수도권에서 나타난 뒤, 몇 주가 지난 후에야 남쪽 지방에서도 발견되었죠. 말매미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남과 목동, 여의도에서 참매미도 가장 빨리 나타났어요. 그래서 연구팀은 말매미와 참매미의 출현시기가 도시의 높은 온도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답니다.
지구사랑탐사대의 매미탐사에서 얻은 결론은 아직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단정 짓기는 일러요.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말매미와 참매미의 출현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빠른 것은 분명해요. 그리고 말매미가 가장 빨리 나타나는 지역은 매미의 밀도가 높은 지역이지요. 이 연관관계는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일이에요.
앞으로 매미의 밀도와 도시의 높은 온도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고, 매미의 종에 따른 서식지역에 대한 다른 가설도 검증해야 해요. 하지만 요즘 매미가 도시에서 요란한 게 우리 인간들의 활동 때문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