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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머리카락을 본 사람 있나요? 아니면 셀 수 없이 많은 거미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요? 지금 수백 마리의 작은 거미들이 우리집 주변에 둥둥 떠 있어요. 누가 과학자 좀 불러 줘요!”
지난 5월 4일 자신의 집이 거미줄로 뒤덮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이안 왓슨이 호주 골번 지역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글이에요. 이날 골번 지역의 하늘이 거미떼로 뒤덮였거든요. 2012년, 호주 와가와가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이런 일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요?

대부분의 거미는 하늘을 날 수 있다!


호주의 거미들만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건 아니에요. 사실은 대부분의 거미들이 하늘을 날 줄 안답니다. 이런 비행을 ‘유사비행’이라고 해요. 거미줄을 이용해 비행하는 것처럼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

유사비행은 알에서 깨어난 어린 거미들이 살아갈 서식지를 찾기 위해 멀리까지 이동할 때 보이는 행동이에요. 거미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거미줄을 뿜어내고, 그 줄을 타고 날아가며 유사비행을 한답니다. 올해 5월에 호주에서 관찰된 유사비행도 이처럼 어린 거미들이 단체로 서식지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었어요. 목격자인 이안에 따르면 수백 미터 거리까지 하늘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고 해요.

한편 2012년에 와가와가 지역에서 관찰된 유사비행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어요. 당시 와가와가 지역에는 큰 홍수가 났어요. 마을을 가로지르는 머럼비지 강이 범람을 걱정할 정도로 수위가 높아져 약 8000명의 주민들이 대피했지요. 그러자 낮은 지대에 살던 거미들도 높은 지역을 찾아 대이동을 하면서 유사비행을 했던 거예요.

이때 대이동을 했던 거미는 풀거미들이었어요. 풀거미는 커다란 그물을 치는 ‘조망성 거미’예요. 또한 풀거미들은 ‘아사회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아사회성은 ‘사회성’과 달리 계급이 없는 사회성을 뜻해요. 즉, 개미나 꿀벌처럼 각자의 고유한 역할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새끼 거미를 돌볼 때나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 힘을 합쳐 협동한답니다. 그래서 대이동을 하며 서로의 그물을 연결해 거대한 옷감을 짠 듯한 장관을 연출할 수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모든 거미가 풀거미들처럼 아사회성을 갖고 있진 않아요. 4만 5000종의 거미 중에서 20종 정도만 아사회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거미 비. 알고 보니 똑똑한 거미의 생존 전략이었네요.

거미가 알려 주는 비행방법

➊ 엉덩이를 하늘을 향해 들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거미줄을 뿜어낸다.
➋ 몸 밖으로 나온 거미줄에 장력이 생겨 몸이 공중에 뜨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➌ 거미줄에 매달려 멀리 날아간 거미들은 자신이 살기에 적당한 곳에 도착한다.
➍ ‘배회성 거미’들은 식물 위나 땅 위를 돌아다니면서 생활하고, ‘조망성 거미’들은 그물을 치고 그 안이나 주변에서 살아간다.

2015년 1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 도움

    김승태
  • 사진

    AAP Image/Lukas C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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