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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없인 못 살아! 판다의 비밀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니? 난 정말 싫어! 우리 판다들은 수가 너무 적어서 대나무숲을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친구 하나 만나기 어려워. 이제 혼자 있는 것은 지긋지긋한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나 좀 도와 줘~!

도심에 판다 떼가 나타났다!


“판다다! 판다가 나타났다!”

5월 24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 수백 마리가 넘는 판다 인형이 등장했어요. 녹색 잔디 위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바쁘게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들었지요.

이 전시는 프랑스의 예술가 파울로 그랑종과 세계자연기금(WWF) 프랑스 지사가 협력해 2008년에 처음 시작한 행사예요. 그 당시 지구상에는 판다가 고작 16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어요. 중국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판다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에요. 파울로 그랑종은 사람들에게 판다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재활용 종이로 판다 인형 1600개를 만들었어요. 그리곤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어요. 8년 동안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와 타이완, 홍콩, 말레이시아를 거쳐 드디어 우리나라까지 온 거지요.

처음엔 판다 인형 1600개로 시작했지만 이번 전시에는 1800여 개의 판다 인형이 쓰였어요.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야생에 사는 판다 개체수가 1864마리로 늘었다고 발표했거든요. 10년 전보다 16.8%나 증가한 숫자랍니다.

‘1600 판다+’들은 7월 말까지 우리나라에 머무를 예정이에요. 6월 말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시되다가, 7월 2일부터 7월 29일까지 서울 롯데월드몰 잔디정원과 석촌호수에서 전시될 거예요.

너구리야, 곰이야? 판다의 정체

내 동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소식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대나무숲에서 같이 숨바꼭질을 할 수도 있겠지? 이름이 비슷해 자꾸 친척이라고 착각하는 랫서판다한테도 진짜 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할 거야.


흰털과 검은털이 귀엽게 어우러진 ‘자이언트 판다’는 곰과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에요. 동물원을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중국 서부 지역에서만 살지요. 그런데 판다의 겉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떤 동물과 비슷한지 헷갈려요. 덩치를 보면 잡식성인 곰인데, 대나무만 먹는 것을 보면 또 초식동물 같거든요.

실제로 판다는 *식육목 곰과에 속한 동물이에요. 분류학상으로는 곰이지요. 약 2400만 년 전쯤 곰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답니다. 북극곰이나 불곰, 말레이곰 같은 다른 곰들이 600만 년 전쯤에 갈라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른 곰들과 달리 매우 일찌감치 갈라져나온 셈이에요.

오랜 기간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하기까지 판다는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했어요. 다른 곰들처럼 육식이나 잡식으로 먹이를 먹었던 판다의 조상은 어느 순간 대나무를 좋아하게 됐어요. 다른 먹이도 먹었지만 주로 대나무를 찾아다녔지요. 그리곤 지금 판다가 사는 중국 서부 쓰촨성 지역에 정착했어요.

이 지역은 대나무가 풍부한 대신 다른 먹이 자원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판다는 대나무를 많이 먹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먹이를 찾아 살고 있는 터전을 떠날 것인지 결정해야 했어요. 최종적으로 판다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중국 서부에서 대나무를 먹고 살기로 결정했고, 지금과 같은 초식 동물이 됐답니다.

*식육목 : 척추동물 포유강의 하위 분류 중 하나로 보통 육식동물을 지칭한다.
 



멸종을 향해 가는 판다

솔직히 말하면 대나무는 맛있지만 썩 좋은 영양식은 아니야. 영양소가 충분치 않아서 하루 종일 많이 먹어야 해. 덕분에 먹느라 친구를 찾으러 돌아다닐 시간도 없어. 지금도 배가 고프니까, 일단 좀 먹고 이야기할까? 우적우적….


판다의 조상은 본래 고기를 먹는 육식동물이었어요.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대나무를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게 됐지요.

초식동물은 내장 중에서도 위와 소장이 매우 크게 발달해 있어요. 영양분이 부족한 풀을 많이 먹고 오랫동안 소화시키기 위해서지요. 반면 육식동물은 영양 효율이 높은 고기를 먹기 때문에 위나 소장 안에서 오래 소화시키지 않아도 충분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특정 내장기관이 발달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초식동물인 판다의 내장은 다른 곰과 동물과 매우 비슷해요. 내장 기관이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과 비슷한 형태랍니다.

게다가 최근 해외학술지에서는 판다의 장내 미생물 분포로 육식동물에 가깝다는 연구가 실렸어요. 대장 속에 있는 미생물들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데, 판다의 대장에서는 고기의 소화를 돕는 미생물이 주로 발견된 거지요. 즉, 판다는 신체 구조상 대나무를 잘 소화할 수 없는 몸인 거예요.

몸이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자, 판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나무를 어마어마하게 먹기 시작했어요. 한 번에 흡수되는 영양분이 적으니 많이 먹어서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거예요. 실제로 판다는 하루에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먹는 데 써요. 무려 14시간 동안 12.5kg이나 되는 대나무를 먹지요. 게다가 너무 먹는 데 집중한 나머지, 먹는 것을 제외한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심지어 짝짓기에도 관심이 없어서 자손을 남기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랍니다.

이처럼 판다는 여태것 점점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화해 왔어요. 과학자들은 판다가 완전히 다른 동물로 탈바꿈하지 않는 이상 자연 생존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우적우적우적…. 알고 보니 판다라는 동물이 정말 특이하지? 그러니까 내가 하루종일 대나무만 먹고 있어도 이해해 줘.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멸종하지 않도록 많은 관심 부탁해!

위기에 빠진 판다를 구하라!


과학자들은 판다가 새끼를 많이 낳아 귀여운 판다를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판다가 짝짓기 하는 동영상을 보여 주거나, 피곤하지 않게 힘이 나는 약을 먹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노력을 해도 판다 한 쌍은 2년에 한 마리 꼴로 간신히 새끼를 낳는답니다. 어미 판다가 아기 판다를 낳은 다음엔 또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어요. 먹는 것에 정신이 팔린 어미 판다는 새끼를 잘 돌보지 않아요. 따라서 갓 태어난 판다는 인큐베이터에서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요. 어미 판다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새끼들은 사람 손에 길들여지게 되면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판다 분장을 하고 아기 판다를 돌보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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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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