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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방울이 퐁퐁, 전기가 펑펑?
컵에 물을 세차게 부으면 보글보글 공기방울이 솟아올라요. 바로 이 공기방울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술이 등장했답니다.
지난 1월, 단국대학교 송영석 교수와 서울대학교 윤재륜 교수의 연구팀은 ‘자기유체’에 공기방울을 흘려보내 전기를 얻는 데 성공했어요. 자기유체는 자석의 힘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인 ‘자기장’ 안에 놓으면 자성을 띠고 끈적끈적해지는 액체를 말해요. 충격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자동차 바퀴의 충격을 막아 주는 장치에 많이 쓰지요.
연구팀이 이용한 것은 ‘전자기 유도’의 원리예요. 전자기 유도는 전기가 흐르는 곳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자기장의 방향이나 크기가 변하면 주변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말하지요. 예를 들어 전기선을 돌돌 감은 ‘코일’에 자석을 넣었다 뺐다 하면, 자기장이 변하며 코일에 전류가 흐르게 돼요. 이번 연구에서는 철가루가 담긴 자기유체가 자석인 셈이에요. 여기에 흘려 보낸 공기방울이 자기장을 바꾸는 역할을 했지요.
연구팀이 공기방울을 쓴 이유는 볼펜심 하나 정도의 작은 용기에 담긴 끈적끈적한 자기유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흔들’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1L 이상의 큰 용기에 자기유체를 가득 담는다면, 직접 흔들거나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전류를 만들 수 있지요. 송영석 교수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부표에 자기유체를 담으면 파도의 힘으로 뒤흔들어 배터리로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균형을 잡기 위해 배 밑바닥에 싣는 물을 자기유체로 바꿔서 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어요.
자연의 힘으로 전기가 펑펑?
똥에서 모은 가스로 모터를 돌려 돌려~
소나 돼지가 싼 똥은 그저 냄새나고 더러운 덩어리가 아니에요. 똥을 발효시키면 소중한 전기 연료이자 ‘바이오가스’인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거든요. 메탄가스는 석유나 암석 틈에서도 나오는 가스로,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지구를 덮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예요. 하지만 모아서 태우면 전기 발전이나 난방용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그야말로 ‘두 얼굴의 가스’지요.
가축 똥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발전은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어요. 덴마크의 티스테드 발전소는 이런 식으로 가축 똥을 모아 여러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어요. 또 독일의 뮌헨 동물원에서도 양이 너무 많아서 처리하기 힘들었던 코끼리 똥을 모아 동물원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고 있지요. 이 동물원에서는 재미있게도 가스를 커다란 풍선에 모은다고 해요. 미국 뉴욕시도 공원 여기저기에 있는 개똥을 모아 전기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답니다.
사람의 배설물도 전기 발전의 원료가 돼요. 올해 초,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 연구팀은 사람의 오줌으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개발했어요. 이 전지는 오줌 안에 있는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할 때 나오는 전자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사용한답니다.
바이오가스 발전 과정
1 동물이 배설한 똥에는 메탄가스의 원료가 가득하다.
2 동물의 똥을 한데 모은다.
3 모은 똥을 밀폐용기에 넣고 오랜 시간 동안 발효시킨다.
4 똥에서 나온 메탄가스를 저장고나 풍선에 따로 모은다.
5 메탄가스를 발전 시설로 보내 태운다. 이 힘으로 모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나뭇잎의 광합성 비결을 배워라!
생물을 직접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연구도 있어요. 식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산소와 영양분을 만들어요. 이 과정이 바로 ‘광합성’이지요. 그런데 광합성 과정에서 물이 산소, 수소이온, 전자로 먼저 분해돼요. 나뭇잎은 태양빛을 받고 전자를 만드는 생물 발전소인 셈이지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광합성 전기 수확 기술’은 이렇게 분해된 전자를 빼내서 전기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술이에요.
단국대학교 배성재 교수팀은 식물의 잎에서 직접 전자를 빼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나노미터 두께의 아주 얇은 막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 엽록소 세포를 직접 넣어서 햇빛에 쪼인 뒤, 세포에서 나온 전자를 얻는 거예요.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라면 커다란 나무부터 물속에 사는 미생물인 ‘조류’까지, 뭐든지 전기를 공급하는 대상이 된답니다.
태양전지를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태양전지 기판 재료로 보통 ‘실리콘’을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식물의 엽록소를 이 기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 2010년 중앙대학교 장석태 교수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올린 벨레프 교수팀과 공동으로 엽록소를 섞은 물컹물컹한 젤로 태양전지를 만들었어요. 연구팀은 이 젤을 얇고 투명한 막에 발라 빛을 쪼인 뒤, 엽록소에서 생겨난 전자를 모아 전기를 만들어냈답니다.
부비고 흘리면 전기가 펑펑?
마찰전기로 발전기를 돌려라!
서울대학교 김호영 교수와 전남대학교 박종진 교수팀은 달리는 자동차 지붕에 단 작은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기술을 생각해냈어요. 이 발전기를 움직이는 힘은 바람이지만, 그냥 바람으로 모터를 돌리는 ‘풍력발전’은 아니에요. 대신 ‘마찰전기’를 이용한답니다. 마찰전기는 서로 부딪히거나 부빈 두 물체에 전기가 생기는 현상이에요. 한쪽 물체는 전자를 잃고 (+)전기를 띠고, 다른 물체는 전자를 얻어 (-)전기를 띠지요. 이 과정을 ‘대전’이라고 한답니다.
연구팀은 가느다란 은실을 섞어서 짠 깃발을 특수 필름판 위에 얹었어요. 바람에 깃발이 나부끼면서 판에 닿으면 마찰이 일어나며 각각 전하가 생겨나지요. 깃발이 다시 판에서 떨어질 때, 판에 있던 전하는 판 뒷면에 있는 전극으로 모여요. 이 전하들을 흘려보내 전류를 만든답니다.
연구팀이 만든 장치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리 같이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어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아직까지는 만들 수 있는 전력양이 적어서, 시속 54km의 바람이 불 때 5×7.5cm 크기의 장치 하나에서 0.86mW 정도만 얻을 수 있어요. 같은 장치 1만 개를 한 시간 동안 펄럭여야 스마트폰 배터리 하나를 충전할 정도지요. 하지만 앞으로 효율을 높이고 크기를 키우면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해요.
물방울을 만나면 전기를 뱉는 소자
바람이나 마찰뿐만 아니라 톡톡 떨어지는 물방울도 연료로 쓸 수 있어요. 전자부품연구원 권순형 책임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김연상 교수팀이 함께 연구 중인 물방울로 빛을 밝히는 투명*소자가 그 주인공이지요.
연구팀은 음전하로 대전된 소자를 만들었어요. 물방울은 원래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이 소자의 표면 위에 떨어지면 마치 마찰전기가 발생하는 것처럼 대전돼 (+)전기를 띠게 돼요. 이때 소자에 있는 두 개의 금속에 물방울이 동시에 겹치면, 두 금속에 모이는 전하 용량에 차이가 생기며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지요. 이 전류를 이용해 LED에 불을 켜거나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있답니다. 샤워기, 빗물, 개수구의 물 등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보는 ‘낙하하는 작은 물방울’이면 뭐든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권순형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개발했을 때는 물 한 방울이 흐를 때 LED 한 개를 밝힐 수 있는 양의 전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개량을 거듭해 물방울 하나로 LED 열 개까지 불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소자 : 전기회로를 이루는 작은 부품.
오호~, 21세기 과학은 정말 놀랍군!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훌륭해서 감히 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겠어. 응? 그런데 이게 뭐지? 논문 사이에 웬 쪽지가…. 헉! 더 신기한 전기가 있다고? 이런, 내 후계자를 찾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군. 즐겁겠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