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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반사경도 만든다고?
망원경은 빛을 모아서 멀리 있거나 어두운 천체를 볼 수 있게 해 줘요. 커다란 거울인 반사경이 빛을 반사시켜 한 점에 모으는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큰 반사경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들어요. 특히 거대망원경에 쓰는 지름 8m 이상의 대형 ‘*주경’은 모두 미국 아리조나대학교에 있는 ‘스테바드 거울 연구소’에서 깎고 있지요. 하지만 망원경에는 주경뿐만 아니라, 주경에서 반사된 빛을 다시 모아서 초점을 맺게 해 주는 ‘부경’이 꼭 필요해요. 우주광학센터에서는 바로 이 부경과 함께 인공위성에서 사용하는 반사경을 만들고 있답니다.
우주광학센터 대형광학가공동에 들어서자, 위성에 실리는 망원경을 그대로 줄여 만든 모형이 눈에 띄었어요. 3월 26일,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드네르프 로켓에 실려 발사된 위성인 ‘아리랑 3A’호에 들어간 망원경이지요. 우주광학센터에서는 바로 이 망원경에 들어가는 적외선 광학계를 만들었어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모으는 거울이지요. 우주광학센터 양호순 센터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아래에 있는 연구동을 내려다본 두 기자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완성된 반사경의 지름이 약 1m로, 생각보다 훨씬 컸거든요.
“이 반사경과 우리나라 위성 최초로 단 고성능 적외선 센서 덕분에 아리랑 3A호는 한밤중에도 지구를 관측할 수 있답니다. 반사경을 만드는 기술을 갖추게 되면서 비로소 우리나라에서 위성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게 됐지요.”
*주경 : 반사망원경에서 빛을 먼저 모으고 반사하는 역할을 하는 가장 큰 반사경. 주경의 지름이 클수록 빛을 더 많이 모으고, 천체를 더욱 자세히 분간할 수 있다.
깎고 다듬고 입히면 반사경 완성!
반사경에 대한 기본 설명을 들은 두 기자는 연구동으로 직접 들어가 봤어요. 여기서는 모양 잡기, 표면 연마하기, 금속 막 입히기 등 반사경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었지요. 커다란 상자처럼 생긴 기계로는 유리로 된 틀을 깎아서 둥글고 얇은 반사경의 모양을 만들고 있었어요. 또 한쪽에서는 마치 크레인이 달린 원반처럼 생긴 기계로 유리 앞쪽이 곡면을 이루게 매끈하게 다듬고 있었고요. 완성된 유리들은 커다란 물탱크처럼 생긴 ‘진공 챔버’에 들어가서 금속 막을 입고 거울로 변신해요. 진공 챔버는 공기를 모두 제거해 안쪽을 진공 상태로 만든 큰 통을 말해요.
연구동의 우주용 반사경 옆에는 마치 전등을 엎어놓은 것 같은 작은 거울이 놓여 있었어요. 얼마 전에 완성된 GMT의 부경이지요. 바로 첫 페이지의 이용현, 한주희 기자 머리 위에 있던 거울이랍니다. 이 첫 번째 부경을 만드는 데 무려 5년이 걸렸대요. 지름 1m 남짓의 거울 한 장을 만드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요?
“GMT는 8.4m짜리 주경 7장을 꽃잎처럼 붙여서 사용해요. 부경 역시 주경과 똑같이 꽃잎 형태를 하고 있지요. 그래서 중앙 거울을 제외한 나머지 거울은 모두 곡면을 비대칭으로 깎아야 해요. 친구들이 본 부경이 바로 이 비대칭 거울이에요. 거울 7장이 연결돼 매끄러운 곡면을 이루도록 세심하게 계산해서 깎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지요.”
양호순 센터장님의 설명에 두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밑에서 직접 들여다보니, 얼핏 보기에는 평평해 보이는 거울 표면이 사실은 미세한 곡선을 이루며 오목하게 파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진공 챔버’에서 우주 환경 예습!
대형광학가공동 1층에는 진공 챔버가 있는 커다란 방이 따로 마련돼 있어요. 연마가 끝난 유리 위에 얇은 금속막을 입히거나 완성된 반사경의 변화를 시험하는 곳이지요. 금속 막을 입힐 유리면을 아래로 향하게 진공 챔버 안에 넣고, 같이 넣은 고체 상태의 금속에 열을 가해요. 진공 챔버 안은 기압이 0인 상태이기 때문에, 적은 열로도 금속이 금세 기체로 변한다고 해요. 이 기체들이 유리 표면에 달라붙어 얇은 막을 이루는 거지요.
금속 막을 입히는 진공 챔버 옆에는 우주 공간의 환경을 재현한 또 다른 진공 챔버(위 사진)가 놓여 있어요. 여기서는 공기도 없고 온도도 영하 수십 도에 달하는 우주에서 반사경이 제대로 작동할지 시험을 한다고 해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합격점’을 받은 반사경만이 우주로 올라가거나, 거대망원경에 쓰일 수 있답니다.
진공 챔버가 있는 방은 방진복을 입은 연구자들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두 기자들은 유리창 너머로 챔버를 지켜보며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주희 기자는 “언젠가 꼭 NASA 같은 우주 전문 기관에 들어가 이런 과정을 직접 해 보고 싶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답니다.
연구동과 대형광학가공동 탐방을 마친 이용현 기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만 만드는 줄 알았던 반사경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든다니 정말 자랑스럽고, 그 과정을 직접 보니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어요. 우주광학센터에서 깎은 반사경들이 보여줄 새로운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함께 기대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