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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가려움 극복 대작전


 

벅벅~, 긁적긁적~. 으~, 가려워~! 마치 누가 간질이는 것 마냥 온몸이 가려워. 심지어 눈도 가렵고, 코 속도 가렵다니까~! 나는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얼마나 긁었는지 온몸이 울긋불긋하게 부풀어올랐어. 긁어도 긁어도 도저히 가려운 걸 참을 수가 없거든. 아흐~, 도대체 봄만 되면 왜 이렇게 가려운 거야!

환절기, 피부장벽을 망가뜨리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서 가려움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아토피 같은 특별한 피부질환이 없는데도 온몸을 벅벅 긁느라 정신없지요. 이렇게 봄에 온몸이 가려운 이유는 피부장벽이 망가졌기 때문이에요.

피부장벽은 우리 피부에서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각질층을 말해요. 각질층은 *지질로 이뤄진 이중막 구조로, 우리 몸 안의 수분이 손실되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해요. 또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봄이 되면 각질층이 약해져요. 겨울부터 건조한 공기가 계속 이어지는데다, 기온이 오르면서 피부의 수분이 증발돼 건조해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추워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피지선과 땀샘이 제기능을 못하기도 해요. 그럼 제때 땀과 기름이 배출되지 않아 피부는 더 건조해지고, 각질이 일어나면서 가려움은 더 심해진답니다.

이렇게 각질층이 약해진 피부는 보호막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 결과 외부 환경에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점점 예민한 상태가 되지요. 특히 봄에는 대기 중에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나 미세먼지, 꽃가루의 양이 많아져서 피부는 더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답니다. 그럼 평소보다 더 많이 가려움을 느끼게 되지요.

실제로 4계절 중 봄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아요. 최근 5년 동안 계절별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봄이 57㎍/㎥로, 겨울(53㎍/㎥)이나 여름(36㎍/㎥), 가을(39㎍/㎥)보다 훨씬 높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봄이 되면 가려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거랍니다.

*지질 :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물에 녹지 않으며,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세포막을 구성하는 데 쓰인다.

가려움은 내 몸의 면역반응?

그렇다면 외부에서 받은 자극이 어떻게 가려움을 일으키는 걸까요? 한두 가지만으로는 가려움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서 나오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가려움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히스타민은 외부의 자극이 가해졌을 때 우리 몸을 방어하기 위해 분비되는 물질이에요. 피부 진피층에 있는 ‘비만세포’가 활성화 되면 그 안에서 분비되지요. 우리 몸은 나쁜 세균이나 물질이 들어오면 백혈구가 나와 이를 없애 주는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이때 히스타민이 혈관을 확장시켜 백혈구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히스타민이 표피층에 있는 신경인 ‘자유신경종말’과 만나게 돼요. 개구리 발처럼 갈라져 있는 자유신경종말은 우리 몸의 맨 끝(바깥)에서 감각을 느끼는 부분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일 수 있지요. 그래서 마치 자석에 끌려가듯 히스타민이 있는 진피층 근처로 이동한답니다. 그럼 자유신경종말은 히스타민에 의해 자극을 받고 되고, 이 자극은 척수를 따라 뇌에서 감각을 처리하는 대뇌피질(두정엽)에 전달돼요. 대뇌피질은 이 자극을 가려움이라고 판단하고, 긁으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지요.

모기에 물렸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빨갛게 달아오르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느끼게 되죠? 모기의 침이 피부를 찌르면 염증 반응이 생기고, 우리 몸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히스타민을 분비했기 때문이에요. 미세먼지나 꽃가루도 마찬가지예요. 약해진 피부에 미세먼지가 닿으면 몸은 이 자극을 공격으로 인식해요. 그래서 히스타민이 분비되고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거랍니다.
 


아프냐? 나는 가렵다!

신기하게도 가려움은 통증의 일종이에요. 피부의 감각은 압력과 같은 물리적 힘을 느끼는 촉각과 따뜻함을 느끼는 온각, 차가움을 느끼는 냉각, 아픔을 느끼는 통각, 이렇게 4가지로 나뉘어요. 각각의 감각은 자극을 인지하고 전달하는 수용체를 갖고 있는데, 가려움을 느끼는 자극은 통각 수용체를 통해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지요. 히스타민이 자극한 자유신경종말이 바로 통증을 전달하는 수용체랍니다.

가려움이 통증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도 있어요. 미국 워싱턴대학교 첸 조우펭 교수팀은 실험쥐의 유전자 중 고통에 반응하는 ‘BRAF’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조작한 뒤, 쥐의 행동을 관찰했어요. 그 결과 쥐가 온 몸을 계속 벅벅 긁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첸 교수는 “쥐가 고통을 느끼고 괴로워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였다”며, “이 연구 결과는 가려움 신호 전달경로가 고통을 전달하는 경로가 서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통증은 매우 주관적인 감각이에요. 똑같은 정도의 자극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거든요. 아주 미세한 자극이 피부에 닿았을 때 누군가는 가려움으로, 누군가는 통증으로 느끼는 등 자극에 대한 반응은 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답니다.
 


물고기의 가려움증, 벽이 효자손?

가려움을 느꼈을 때 긁으면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도 긁고, 강아지나 원숭이도 긁는다. 그렇다면 손과 다리가 있는 동물들만 가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신경계통이 발달돼 있는 동물이라면 가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동물들은 신경이 발달돼 있어도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려움을 느끼는지는 특정 행동으로 추측해 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동물이 물고기! 물고기를 기르다 보면 유난히 벽이나 인공 구조물에 부딪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한경남 교수는 “물고기들이 이런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기생충이나 바이러스가 몸에 붙어 생기는 피부 질환에 걸린 경우”라며, “개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물고기도 피부질환에 걸리면 가려움을 느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긁어도 또 긁고 싶은 이유는 세로토닌!

가려움이 괴로운 건 한번 긁으면 계속 긁고 싶고, 긁을수록 가려움이 더 심해진다는 거예요. 이렇게 가려움이 쉽게 멈추지 않는 이유는 뇌에 있어요. 우리의 뇌는 가려운 곳을 긁는 행동을 ‘통증’으로 인식해요. 그럼 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세로토닌’을 분비하지요. 세로토닌은 뇌의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긁었을 때 시원함과 쾌감을 느끼게 돼요.

그런데 이 세로토닌이 가려움을 전달하는 신경회로를 자극해 가려운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어요. 첸 조우펭 교수팀은 쥐의 특정 유전자를 조작해 세로토닌이 분비되지 않도록 한 뒤, 가려움을 느끼도록 자극했어요. 그러자 이 쥐들은 정상 쥐보다 덜 긁었지요. 이후 다시 세로토닌을 주입하자, 정상 쥐만큼 긁는 행동이 두드러지게 늘어났어요. 세로토닌이 가려운 증상을 증폭시킨 거예요.

하지만 긁어서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긁으면 긁을수록 오히려 피부가 더 손상돼요. 그 결과 피부가 점점 예민해져서 가려움을 더 느끼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지요. 가려움은 스트레스나 불안, 긴장 등 심리 요인에 의해 더 심해질 수 있어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가렵다고 무조건 긁지 말고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거나, 스트레스를 제때 풀어 평소에도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가려움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1 가려운 곳에 찬 얼음을 갖다 대면 가려움이 덜 하다? YES!


근본적으로 가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에요. 하지만 긁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지요. 찬 얼음을 갖다 대면 그 부위가 일시적으로 감각이 둔해지면서 가려움을 덜 느낄 수 있거든요. 다만 얼음을 직접 대면 찬 온도에 자극을 받아 두드러기가 발생할 수 있어요. 따라서 깨끗한 손수건이나 키친타월을 물에 적신 다음 냉동고에 5~10분 정도 넣었다 꺼낸 뒤 가려운 부위에 대 주는 것이 가장 좋답니다.

2 가려울 때 침을 바르면 나아진다? NO!

침을 바르면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가려움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피부 온도를 낮추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침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많아요. 이 세균들로 인해 이차감염이 생길 수 있지요. 따라서 가렵다고 침을 바르는 것은 금물!

3 밤이 되거나 체온이 오르면 가려움은 더 심해진다? YES!

밤에는 다른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심리적으로 몸의 긴장이 풀려요. 그럼 말초신경이 더 예민해져서 미세한 자극에도 가려움을 느낄 수 있지요. 또 체온이 오르면 땀이 나 가려움을 더 잘 느끼게 된답니다.

4 가려움도 전염된다? NO!

가려움은 피부 속의 가려움증 전달물질이 신경을 자극해 느껴지는 현상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간혹 다른 사람의 긁는 모습을 보고 가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이것을 ‘전염성 가려움증(contagious itch)’이라고 해요. 실제로 가려움이 전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 자극으로 인해 벌레에 물려서 가려웠던 기억과 벌레가 있다는 상상을 하게 돼요. 즉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가렵다고 느끼는 거랍니다.

5 건성 피부는 가려움도 더 많이 느낀다? YES!

건성 피부인 사람은 피부장벽이 약해져 있는 상태예요. 피부가 마찰, 온도와 같은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가려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민감하지요. 따라서 가려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답니다.

그래. 가렵다고 계속 긁으면 나의 소중한 피부가 망가진다 이거지! 앞으로 가렵다고 무조건 긁지 말고, 잘 씻고 보습제도 열심히 발라야겠어. 그래야 예쁜 원피스를 입고 벚꽃 놀이 가지! 벚꽃아 기다려라, 피부미인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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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윤선 기자
  • 이창섭
  • 도움

    장용현 전문의
  • 도움

    홍진경 원장
  • 도움

    한경남 교수
  • 사진

    동아일보, 위키미디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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