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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수도관이 들어온 도시, 폼페이
1월인데도 봄처럼 따뜻했던 날,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을 찾았어요. 화산재에 파묻혀 있던 도시, 폼페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지요. 이곳에서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거든요.
폼페이는 고대 로마 제국에 있던 휴양도시예요. 화려한 로마 문화가 그때 모습 그대로 보존된 신비의 도시랍니다. 로마는 기원전 8세기에 등장해, 기원전 1세기 경 유럽 지중해 인근을 지배하는 어마어마한 제국을 만들어낸 나라예요. 강성했던 로마 제국은 자신의 부를 아낌없이 자랑했어요. 주변 국가에서 로마의 수도로 들어오는 반듯한 도로를 만들고, 1년 내내 날씨가 좋은 곳에 휴양지를 만들었지요.
‘폼페이’는 장화 모양 이탈리아 반도 남쪽에 있는 도시로,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최저 평균 기온이 8℃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요. 기후 조건이 좋은 폼페이는 앞에 아름다운 지중해가, 뒤에는 거대한 베수비오 화산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귀족들이 별장을 짓고 즐기는 곳이었답니다.
이현근, 정수민 기자가 전시실에 들어선 순간 마치 잘 꾸며진 정원에 있는 것처럼 새 소리가 났어요. 폼페이에 있던 정원을 재현한 전시물이었는데, 흰 기둥과 멋진 벽화 때문에 마치 2000년 전 폼페이에 직접 간 것처럼 느껴졌답니다.
폼페이의 정원이 멋지게 보인 것은 단순히 겉모습 때문이 아니에요. 당시 저택에는 개인 수도가 들어와, 실내에서도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거든요. 기원전 3세기에 이미 11개의 도시에 수로가 완성됐지요. 주변의 샘이나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침전지에서 불순물을 가라앉힌 뒤, 저수조에 저장했어요. 마치 현재에도 건물 옥상에 있는 물탱크처럼 말이에요. 이렇게 저장된 물은 집집마다 들어와 생활용수로 사용됐답니다.
폼페이 최후의 날
쉿! 무엇인가 심각한 분위기예요! 화려한 색으로 장식됐던 벽화가 사라지고 검게 칠한 방이 나타났어요. 눈앞에 보이는 것은 회색 자갈 위에 놓인 흰색 석고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 석고상은 괴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지요. 대체 폼페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로마의 휴양지, 폼페이는 단 하루 만에 멸망했어요. 폼페이 시 뒤에서 진중하게 자리 잡고 있는 ‘베수비오 화산’ 때문이었지요. 베수비오 화산은 1만 7000여 년 전에 처음 분화에 만들어진 화산이에요. 처음 마그마가 분출한 이래로 79번 분출해왔지요. 하지만 로마제국이 폼페이에 도시를 세우기 시작한 뒤로는 단 한 번도 분출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고대 로마 제국 사람들은 화산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언어인 라틴어에 ‘화산’이라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79년 8월 24일, 결국 베수비오 화산은 분출하고 말아요. 지상에서 32km 높이까지 화산재가 솟아 올랐고, 도시는 분출 4시간 만에 1m가 넘는 화산재로 뒤덮였어요. 시민들은 화산에서 나오는 화산재와 열기를 피하기 위해 집안으로 피신했어요. 하지만 화산재 같은 분출물이 가스, 수증기와 뒤섞여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화쇄난류가 다음 날까지 무려 여섯 차례나 도시를 덮쳤어요. 그렇게 폼페이는 순식간에 화산재 속에 파묻혔답니다.
전시실에는 다양한 모습의 석고상이 있었어요. 주저앉은 남자 석고상은 화산재를 들이마지시 않기 위해서 망토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었지요. 넘어져서 괴로워 하는 표정을 보이는 여자나 족쇄 때문에 감옥에서 달아나지 못했던 죄수, 목줄이 묶여 있어 화산재를 피해 뛰어다니다 죽은 개 등 석고상은 당시의 처참했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줬답니다.
수로로 건설된 도시, 수로 때문에 발견되다
이렇게 두터운 화산재에 뒤덮인 폼페이는 1549년 폼페이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만들던 중 우연히 발견됐어요. 거대한 토목 공사인 덕분에 땅을 파야 했거든요. 하지만 당시에는 발굴하지 못했다가 1748년, 나폴리 왕이었던 카를로 3세에 의해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어요.
화산재 아래 보존된 폼페이 유적은 놀라웠어요. 당시에 집안을 장식했던 벽화나 모자이크가 200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지요. 단단한 건축물뿐만이 아니에요. 하루 만에 화산재에 파묻힌 만큼 당시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빵이나 곡물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물론 밀가루로 구웠던 빵은 탄화돼서 검게 숯덩이로 남아 있었지만요. 폼페이 시민이 즐겨먹었던 물고기 젓갈인 ‘가룸’ 항아리도 제조날짜와 장인이 표시된 채로 남아 있었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산 폭발로 묻힌 폼페이 시민과 동물들의 석고상 6점을 포함해 당시 생활에 쓰이던 다양한 유물 298점을 전시하고 있어요. 심지어 목욕을 좋아했던 로마 사람이 때를 밀었던 도구도 있답니다.
현대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발달했던 로마 문화를 이번 전시에서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