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80%는 이미 피해자
현재 동해 해수욕장의 피해 정도가 어떤지 살펴봤어. 전문가들은 현재 강원·경북을 비롯한 동해안의 80%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지. 지난 2008년 8월 울진 월송리의 해안은 모래가 쓸려나가는 것은 물론 인공구조물까지 부서져 마치 해안절벽처럼 변하기도 했대. 최고의 여름 피서지로 뽑히는 부산 해운대는 백사장을 복원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모래를 가져와 메우고 있다지 뭐야.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은 약 180년 뒤면 해수욕장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해. 히익~! 해수욕장이 사라지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사건 전말 평형이 깨진 순간 모래는 사라진다!
원래 침식과 퇴적은 바닷가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바람과 파도에 의해 해안가의 모래가 육지나 깊은 바다로 빠져나가고 다시 또 쌓인단다. 모래가 빠져나가는 만큼 다시 또 채워지며 평형상태를 이루고 해안선을 유지하는 거야.
그런데 이런 순환 고리가 끊어져 해수욕장에 쌓이는 모래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이 빠져나가면 평형이 깨지고 점점 사라지게 돼. 누가, 어떻게, 왜, 평형을 깨고 해수욕장의 모래를 사라지게 한 거지? 그 범인을 찾아야겠어.
모래실종사건 첫 번째 범인 포착!
다행히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도움을 받아 바닷가를 모니터링한 자료를 손에 넣었어. 많은 자료를 비교하고 관찰해 보니 범인이 좁혀지더군. 범인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녀석이 었어. 도대체 범인이 누구냐고? 첫 번째로 밝혀진 범인은 바로…!
범인은? 지구온난화로 돌변한 파도!
파도는 해수욕장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야. 저 먼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가 있어 우리가 신나게 물놀이 할 수 있지. 그런데 말이야. 주변 얘기를 들어 보니 최근 파도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확 돌변해 범인이 됐대.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주변 기단의 배치도가 바뀌고 기상패턴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거든. 이렇게 환경이 바뀌니 파도의 방향이 모래를 더 많이 빼앗아 가고 덜 가져다주는 형태로 변했다는 거야.
갑자기 괴팍한 성격을 드러내는 ‘너울성 고파랑’도 공범으로 유력해. 파도는 원래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래서 여름에 태풍이 오면 엄청 센 파도가 오면서 모래를 쓸어가지. 그런데 요즘에는 태풍 시기도 아니고 바람도 불지 않는 잔잔한 바다에서도 너울성 고파랑이 자주 생긴대. 너울성 고파랑은 일반 파도보다 파고(파도의 높이)가 높고 주기도 길어서 해안가 깊숙이까지 덮쳐 모래를 쓸어가 버리지. 절벽처럼 변해 버린 경북 울진의 월송리 해안도 초속 64m의 태풍에 맞먹는 고파랑이 갑자기 일어나 생긴 것으로 밝혀졌어.
첫 번째 범인, 파도를 막아라!
범인을 찾았지만 잡을 수는 없네. 저렇게 드넓은 바다에 바람 따라 움직이는 파도를 어떻게 붙잡고 있겠어. 그렇다면 파도가 힘을 쓸 수 없게 힘을 분산시켜 보자. 그럼 파도가 훔쳐가는 모래의 양을 줄일 수 있겠지?
대책 1 파도의 힘을 줄여라, 잠제!
파도의 힘을 줄일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다 속에 넣었어. 바로 ‘잠제’란다. 해안가로 다가오는 큰 파도가 잠제에 부딪치며 에너지를 잃으면 그만큼 침식되는 모래양을 줄일 수 있는 거야. 실제로 울진 구산리 해안에 잠제를 설치하고 나니 침식되는 모래의 양이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
잠제의 ‘잠’이 ‘담그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만큼 잠제는 바닷물에 완전히 잠겨 있어야 해. 잠제가 파도보다 높이 솟아 있으면 해안선으로는 파도가 아예 가지 못해서 모래가 이 부분으로 모여 기이한 모습을 하게 되거든.
대책 2 좀 더 친환경적으로, 지오튜브!
‘지오튜브’는 토목섬유라고 불리는 포대 안에 모래를 담은 거대 주머니야. 장마철에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문 앞에 쌓는 모래포대와 비슷한 형태지. 재질이 친환경적이라 콘크리트인 잠제와 달리 바다 속에 오래 있어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필요 없을 때는 섬유를 잘라내기만 해도 되니 아주 편리하단다.
모래실종사건 두 번째 범인 포착!
아무래도 파도 한 녀석만 범인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이번엔 침식이 심각하다는 강원 삼척시의 궁촌해수욕장을 직접 가봐야겠어. 아니 그런데 이곳은 해수욕장 옆에 항구가 들어서 있잖아!
범인은? 사람들이 설치한 인공구조물!
항구는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곳이야. 항구에는 바다로 돌출된 부분을 기점으로 육지를 감싸는 형태로 방파제가 설치되는데, 이것 때문에 해안선에 도달하는 파도의 에너지양이 달라지게 돼. 파도에 그대로 노출되는 부분은 파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는 방파제 안쪽에 비해 쓸려가는 모래의 양이 더 많아지지. 이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어느 한쪽으로만 계속 침식되는 기형적인 모습의 해안선이 만들어지게 되지.
더 심각한 문제는 방파제 바깥쪽에 침식이 일어날수록 방파제 안쪽에는 모래가 쌓인다는 거야. 침식된 해안선을 복구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가져온 모래로 메우는 ‘양빈’도 아무 소용이 없는 거지. 방파제 안쪽에 모래가 쌓이면 항구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된단다.
인공구조물이 하천에서 나와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는 모래 길을 막기도 해. 실제로 지난 2012년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궁촌항에는 방파제가 하천으로부터의 모래공급을 막아 바닷가에는 모래가 사라지고 항구쪽에 모래가 쌓이는 문제가 발생했어.
두 번째 범인, 인공구조물을 어쩌지?
이미 만든 항구나 인공구조물을 쉽게 없앨 수도 없고…. 범인은 잡아도 실종된 모래를 되찾을 수도 없고…. 어떻게 다시 해안선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래! 엉뚱한 곳에 모인 모래를 옮겨 빈 공간을 메워주면 되겠구나! 자, 다들 움직여 보자!
대책 1 모래를 흐르게 해라, 바이패싱!
모래를 가져와 메우는 양빈은 해안선을 되돌리는데 한계가 있어.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바이패싱(by passing)’이야. 땅 속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모터를 달아 쌓이는 모래를 빨아들여 없어지는 쪽으로 옮겨주는 거지. 방파제를 중심으로 한 쪽으로 쏠리는 모래의 흐름을 순환시켜주는 방법이니까 양빈보다 훨씬 효과적이란다.
대책 2 모래를 꽉 잡아라, 해빈해수공법!
모래를 붙잡아 두는 방법도 있어. 바닷물이 해안가로 올라왔을 때 물을 모래 아래쪽으로 빨아들이는 거야. 보통 모래는 바닷물이 바다로 되돌아나갈 때 쓸려가거든. 그런데 모래 속으로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힘이 모래가 쓸려가지 않도록 붙잡을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거야. 제대로 된 연구와 계획 없이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기 때문에 해수욕장은 물론 우리의 삶의 터전까지 위험해지고 있대. 해수욕장을 더 잃기 전에 지구온난화를 막고, 구조물을 설치하기 전에 해안 환경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해! 어린이인 우리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실천을 하는 게 중요하겠지! 어쨌든 모래실종사건,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