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405/C201405N007_img_99.jpg)
“네가 노력을 안 하고 게으르니까 그런 거 아니니!”
엄마와 선생님은 오늘도 나에게 뭐라고 하셔.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싶고 잘하고 싶어. 하지만 안 되는 걸 어떻게 해. 뭐? 이런 게 학습장애일 수도 있다고? 또 학습장애는 치료할 수 있다고? 혹시 친구들도 공부하는 게 어렵니? 말로 들으면 다 이해되는데 글을 읽고 쓰거나 수를 더하고 빼기가 힘드니? 새학기를 맞아 우리를 공부 못 하게 만드는 공부의 적, 학습장애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
학습장애가 도대체 뭐야?
학습장애는 지능이 평균이거나 그 이상이지만 읽기나 쓰기, 계산 같은 가장 기초적인 학습 기술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해. 한마디로 똑똑한데 글을 잘 읽지 못 하거나 계산을 잘 못 하는 거지. 학습장애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글자를 읽거나 이해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읽기장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 할 경우 ‘쓰기장애’, 기본 계산이나 산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수학장애’라고 해. 그런데 학습장애의 대부분은 읽기장애란다. 읽기장애는 ‘난독증’이라는 말로 더 많이 불려. 읽기장애를 처음 들어 본 친구들도 난독증은 들어 봤을 거야! 쓰기장애는 ‘난서증’, 수학장애는 ‘난산증’이라고도 불러. 이중에서 가장 흔한 학습장애인 난독증에 대해 알려 줄게.
읽기장애(난독증)
나이와 측정된 지능, 교육 정도에 비해 읽는 속도나 읽기의 정확도,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 즉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단어를 빼고 읽거나 글자의 순서를 바꿔 읽기도 한다. 능숙하게 읽을 수 있어도 읽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읽기장애와 쓰기장애는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쓰기장애(난서증)
나이와 지능, 교육 정도에 비해 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글을 쓸 때 문법이나 철자를 많이 틀리고, 글씨를 반듯하게 쓰지 못 해 알아보기 힘들다. 또한 글을 쓰는 속도가 느리고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가 많지 않다.
수학장애(난산증)
숫자, 산수, 기본적인 수학 부호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 하고 기본적인 산수계산도 자주 틀린다. 또 도형, 분수, 소수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잘 풀 지 못 하고, 숫자가 포함된 표나 그래프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수학장애가 있는 사람의 약 98%는 읽기나 쓰기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한다.
눈이? 마음이? 뇌가 달라!
도대체 왜!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글을 잘 못 읽고, 잘 못 쓰고, 계산을 잘 못 해서 공부를 못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뇌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야. 과거에는 눈에 이상이 있어서, 또는 마음의 문제 때문에 학습장애가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뇌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단다. 도대체 뇌의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알아보자!
문자는 낯설어!
난독증을 가진 사람도 언어를 듣고 말하는 것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하지만 글자를 읽는 것만 어렵지. 똑같은 말인데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미국 예일대학교 난독증 및 창의성센터의 샐리 셰이위츠 박사는 듣거나 말하는 것은 심장이 뛰는 것처럼 뇌 속의 신경망이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할 수 있지만 글자를 이해하는 것, 즉 읽기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어. 뇌에게 문자는 세상에 나타난지 겨우 5000년밖에 되지 않은 낯선 발명품인 거야. 그래서 어릴 때 문자를 해독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하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문자를 음성으로 해독하는 방법을 배워. 하지만 이걸 제대로 해내지 못 하면 난독증이 되는 거란다. 난독증을 겪는 사람에게 문자는 뜻을 알기 힘든 암호처럼 보여.
난독증에 걸린 사람들
아인슈타인, 에디슨, 월트 디즈니, 윈스턴 처칠, 톰 크루즈, 성룡….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바로 모두 난독증이 있었다는 거야.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문자를 읽지 못 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더 키우거나, 그림으로 이해하거나, 대사를 듣고 외워버렸다고 해. 정말 대단하지? 난독증은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 아니야. 생각보다 훨씬 흔한 증상이란다.
초등학생의 약 5%가 난독증
2013년 교육부에서는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0.04%만이 난독증이라는 자료를 내놓았어. 반면에 2009년 미국연방교육부는 초등학생의 약 5%가 난독증이라고 했지. 왜 이렇게 차이 나는 걸까? 한글이 쉬워서 난독증이 적은 걸까? 그렇지 않아. 서울아이클리닉 정재석 원장은 우리나라도 약 5% 정도의 어린이가 난독증일 거라고 해. 하지만 난독증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판별해 내는 방법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스스로가 난독증인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단다. 실제로 서울 N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난독증을 테스트를 한 결과, 17명이나 난독증으로 밝혀지기도 했어. 정말 생각보다 많지?
인터뷰 영화배우 조달환
난독증, 장애가 아니라 축복
전 어렸을 적에 재밌는 만화책도 무협지도 읽지 못 했어요. 공부를 할 때는 남들보다 서너 배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요. 대본을 볼 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제가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지요. 제가 난독증이라는 사실을 작년에나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난독증이 오히려 축복이었어요. 책보다 사람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글을 읽을 시간에 사람들을 직접 만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거든요. 연기를 할 때도 대본을 외워서하기보다는 상황을 이해하고 흡수해서 나만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답니다.
혹시 글을 읽는 것이, 계산을 하는 것이 어려운 친구들이 있다면 왜 나는 못 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난독증을 문제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을 잘 읽는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거든요. 보고 듣기만 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어요.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혹시 나도 난독증?
어때? ‘이거 내 얘기잖아!’ 또는 ‘내 친구가 혹시 난독증?’이라는 생각이 드니? 혹시 난독증이 의심된다면 아래의 증상을 보고 확인해 봐.
힐아비지
이 글자를 한 번 찬찬히 읽어보렴. 이 글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힐아비지’야. 난독증이 없는 경우는 문자를 그대로 힐·아·비·지라고 읽지만 난독증인 경우 문자를 하나하나 읽지 않고 통으로 외워서 읽기 때문에 ‘할아버지’라고 읽거나 ‘힐아버지’라고 읽는 경우가 많대. 난독증인 경우 또 어떤 증상을 보일까?
초등 저학년
• 아주 익숙한 단어 외에는 읽지 못 한다.
• 받침이 있는 단어를 읽지 못한다.
• 글자 의 모양 과 상관 없는 읽기 오류가 많다.
• 단어를 뒤집어서 읽는다.
• 한 글자 단어나 ‘꽃’처럼 발음이 달라지는 단어를 읽기 힘들어 한다.
• 베껴쓰기는 되나 받아쓰기는 안 된다.
• 쓰기가 느리고 손 글씨가 나쁜 편이다.
• 단어 속 자음, 모음의 순서를 헷갈린다.
• 혼자서 문제를 풀거나 책을 읽지 못 한다.
• 읽어 주는 것은 잘 이해한다.
초등 고학년
• 다음절로 된 글이나 외래어를 읽을 때 오류가 많다.
• 날짜, 사람 이름, 전화번호를 외우기 힘들어 한다.
• 느리고 더듬더듬 소리 내어 읽는다.
• 시간 내에 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
• 읽기 이해력이 부족하다.
• 조사나 어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 철자법을 자주 틀리고 글을 짓는 능력이 부족하다.
• 책 읽기를 싫어한다.
12세~성인
• 느리고 힘겹게 읽는다.
• 소리 내서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 자세하게 읽기보다는 대충 읽는 경향이 있다.
• 평소 실력과 시험 실력에 차이가 있다.
• 설명문의 이해력이나 논술 능력이 부족하다.
• 철자법 실수가 평균보다 많다.
출처 : 한국난독증본부
증상을 보니 난독증인 것 같다고? 그렇다면 소아정신과로 가서 난독증 검사를 받으면 정확하게 알 수 있어. 또 현재 난독증 관련 의사와 전문가,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컴퓨터로 난독증을 진단할 수 있는 표준테스트인 ‘CLT’를 만들고 있단다. 2014년 4월이 되면 좀 더 쉽고 정확하게 난독증을 검사할 수 있을 거야.
난독증 이길 수 있어!
암호도 해독 방법만 알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난독증은 치료를 하면 이겨낼 수 있어! 치료를 하면 보통 사람의 후방 읽기 시스템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대. 그렇다면 어떻게 치료하는 걸까?
빨리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
난독증은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무척 중요해. 많은 사람들이 난독증으로 글을 잘 못 읽는 것인데도 어려서 좀 늦는 거지 크면 차차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쳐. 게다가 읽기 능력은 학업성취도와 관계가 높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꼭 치료해야 해. 전문가들은 난독증 검사를 만 4~5세에 하는 것이 가장 좋고 늦어도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해. 이 시기가 지나면 정확하게 읽는 건 배울 수 있어도 빨리 읽는 건 배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래.
찬찬히 배우는 찬찬국어
전문가들이 모여 난독증을 판별하는 테스트를 만들고 있다고 했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난독증을 치료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어. 바로 ‘찬찬국어’란다. 총 6권으로 구성된 찬찬국어 역시 2014년 4월에 나올 예정이래. 같은 시기에 한국난독증본부(www.kdyslexia.org) 홈페이지도 열릴 예정이야.
우리를 공부 못 하게 만든 공부의 적 학습장애, 알고 보니 그리 무섭지 않지? 또 공부를 못 하면 뭐 어때? 친구들이 하고 싶은 걸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거란다. 참! 3월 15일자에서도 또 다른 공부의 적을 물리치는 방법을 알려 줄게. 기대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