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화석인류 ‘루시’
에헴, 미래의 후손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기 전에 말이다. 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냐? 혹시 우리 조상님이 고릴라나 침팬지는 아니겠지? 과거로 가서 확인해 보자꾸나~.
인류의 조상은 원숭이?
원숭이는 사람의 조상이 아니다. 같은 나무뿌리에서 서로 다른 나뭇가지들이 자라 갈라진 것처럼 사람과 원숭이는 아주 먼 옛날, 같은 조상으로부터 분화한 먼 친척이다. 하나의 공통조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각기 다른 종(種)으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고릴라와 침팬지다. 사람과 고릴라는 약 800만 년 전에, 사람과 침팬지는 약 500만 년 전에 나뉘었다. 이미 서로 다른 길로 진화했기 때문에 침팬지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왜 원시인은 침팬지와 닮았을까? 그것은 공통조상에서 진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통조상 : 서로 다른 생물들이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나눠져 진화했다면 이를 이 생물들의 공통조상이라 부른다. 모든 생물은 공통조상으로부터 분화해 진화했다.
잠깐! 모든 생물의 공통조상은 누구?
과학자들은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공통조상(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이 약 38억~35억 년 전 사이에 나타났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 공통조상은 유전물질인 DNA를 갖고 단백질을 만들 수 있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또 세포분열을 할 수 있다.
최초의 화석인류는 ‘루시’
과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한 유인원의 화석을 분석해 공통조상으로부터 사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분석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발견한 화석들 중 현생인류(Homo sapiens sapiens )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루시’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예요. 루시의 화석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했어요. 약 350만~300만 년 전에 살았던 25세 정도의 여성이죠. 과학자들은 무릎 뼈와 골반뼈 화석을 관찰한 결과 루시가 직립보행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 편집자 주 앞으로 새로운 화석인류가 발견되고 과학이 더욱 발달하면 인류 진화에 대한 현재의 설명은 바뀔 수 있습니다.
가장 특별하게 진화한 비밀
하하, 아버님. 원숭이가 내 조상님이 아니라니 정말 다행입니다. 유인원인 고릴라와 침팬지가 불과 800만~500만 년 전에 인류와 같은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네요. 하지만 사람만이 뛰어난 지능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말을 할 수 있지요. 특별하게 선택받은 존재일까요?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고요!
사람은 유인원과 어떻게 다를까?
두 발로 걷는다
사람만이 몸을 꼿꼿이 세우고 두 발을 교대로 내딛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람은 직립보행하면서 체중을 버티기 위해 다리와 엉덩이 관절, 무릎 관절 등이 발달했다.
머리가 좋다
사람의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몸집에 비해 커다란 두뇌를 갖고 있어, 동물들에 비해 뛰어난 지능을 지닌다.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한다
고등포유류 중에도 침팬지처럼 나무막대기를 이용하는 동물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두 발로 걸으면서 두 손이 자유로워져 손재주와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더욱 발달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
일부일처제가 많다
침팬지는 암컷이 여러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그래서 다른 유인원에 비해 정소가 크고 정자의 기능도 뛰어나게 진화했다. 고릴라는 수컷 최강자가 암컷들을 독점한다. 하지만 사람은 여성이 아이를 키우고 남성이 그들을 돌보는 일부일처제가 많다.
기후변화 때문에 두 발로 일어섰다
영국 요크대학교 이사벨 와인더 박사 연구팀은 지난 5월, 네 발로 다니던 인류 조상이 두 발로 걷게 된 이유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고고학저널 ‘앤티쿼티’에 밝혔다. 기후가 변해 숲에 나무가 줄어들어 들이나 계곡, 바위산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당시 인류 조상이 살았던 아프리카는 잦은 화산활동과 판 이동으로 지형이 평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류 조상이 멀리 이동하기 위해 몸을 똑바로 세운 채 걷거나 기어올라야 했고, 결국 직립보행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사냥을 하거나 주거지를 찾아 헤매면서 골격과 발이 더 오래,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두뇌와 함께 진화한 요리 실력
사람의 두뇌가 발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식습관이다. 유명기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인류가 직립을 하면서 두뇌가 발달했고, 왕성해진 두뇌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육류를 먹어 다시 두뇌를 발달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국 콜로라도덴버대학교 찰스 무시바 박사 연구팀은 탄자니아에서 발견한 인류 화석을 관찰한 결과 약 150만 년 전에도 육식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무시바 박사는 “고기에서 뇌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육식동물보다 사람이 더 똑똑하게 진화한 비결은 복잡한 도구를 사용해 동물을 사냥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과학자들은 약 100만 년 전 인류가 불을 사용했다는 증거도 남아프리카의 동굴에서 발견했다.
연구팀은 불을 주로 요리에 사용했다고 추측했다. 요리법이 다양해지면서 두뇌가 발달했으며, 질긴 고기를 연하게 만들어 먹으면서 턱과 치아가 작아졌다는 주장이다.
두 발로 걷게 된 뒤 일부일처제 생겨
두 발로 걷게 된 뒤 인류는 앞발이었던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인류는 나무와 돌 같은 물건을 도구처럼 이용하거나 직접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하지만 직립보행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골반이 경직되거나 출산을 할 때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인류는 유인원에 비해 생존능력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래서 비교적 작은 태아를 낳아 이를 극복했다. 하지만 인간이 낳은 아이는 육체적으로 덜 성숙해서 긴 시간동안 돌봐야 했다. 여성은 아이를 돌봐야 했고 남성은 여성과 아이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줘야 했다. 결국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정을 이루는 일부일처제가 많아지게 됐다.
‘괴짜 과학자’가 상상한 미래 인류
그럼 이제 우리의 후손을 만나러 떠나 볼까요? 제가 살짝 알아보니 우리와 전혀 다르게 생긴 후손들도 많다고 하네요. 아버님과 할아버님은 너무 놀라지 않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세요!
◈ 편집자 주 영국의 동물학자 두걸 딕슨은 수천만 년 뒤까지 미래 인류의 모습을 추측했어요. 그는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된 미래에 현생인류 중 일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로 이동하고, 남은 사람들이 진화할 것으로 예측했어요.
인류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아빠! 그런데 사람을 비롯한 동식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대요.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가 살던 시대로 돌아가서, 사람이 진화 중이라는 증거를 한번 찾아볼까요?
질병을 이기는 유전자가 생겼다
무서운 전염병을 예방하도록 진화한 사례가 발견됐다. 흑인 400명 중 1명은 ‘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을 가졌다. 정상인 둥근 모양뿐 아니라 기형인 낫 모양의 적혈구를 가진 사람들은 적혈구가 쉽게 파열된다. 그래서 빈혈이 심한 대신 말라리아 원충이 번식하지 못해 아프리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말라리아에는 잘 걸리지 않는다. 말라리아에 대항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감염질환전문가인 레지나 라로크 박사는 콜레라가 많이 발생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DNA를 비교했다. 그 결과 콜레라균에 저항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했다.
턱이 뾰족한 사람이 많아졌다
‘사이즈 코리아 2007’에서 발표한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얼굴형은 과거에는 둥글넓적했지만 지금은 턱이 갸름한 사람이 많다. 남성은 역삼각형, 여성은 계란형이 많다고 한다. 연구팀은 식습관이 서구화 되면서 생활상이 변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턱이 좁아지면 치아가 차지하는 자리도 줄어든다. 미국 오하이오대학교 인류학자 클라크 라센은 딱딱하고 질긴 것보다 연한 음식을 주로 먹으면서 점점 치아가 퇴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부정교합과 치아 결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 이후에 입 안 가장 안쪽에서 나는 제3대구치(사랑니)가 돋지 않거나 영구치가 나지 않는 어린이도 늘고 있다.
편리한 과학기술 때문에 모습이 바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진화론자 올리버 커리 박사는 인류가 의학과 과학기술에 의존함에 따라 진화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현대문명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과 과학기술이 어떻게 사람을 진화시킨다는 걸까?
턱이 없어지고 소화기관이 짧아진다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먹으면서 사람들의 턱은 점점 갸름해지고 있다. 먼 미래에는 알약 하나로 끼니를 해결하는 기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턱은 갸름하다 못해 흔적만 남을 정도로 퇴화할 것이다. 또 소화하는 과정이 줄어들어 소화기관도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리는 짧아진다
먼 미래에는 사람들의 다리가 엄청 짧을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이동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먼 거리도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데다 사람들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다리가 점차 퇴화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새로운 병이 많이 나타난다
기술이 발달하면 그만큼 주변 환경도 깨끗해진다. 하지만 지나친 위생관리로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은 사람이 면역으로 충분히 이겨내거나 가볍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 미래에는 심각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많이 사용하는 손가락은 길어진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점점 ‘터치’해야 하는 물건이 많아지면서 손가락이 점점 길어질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면을 넘기거나 글을 입력할 때 주로 사용하는 엄지와 검지가 특히 굵어지고 길어진다고 예측한다.
문화를 전염시키는 ‘밈’
편리해진 현대문명으로도 사람이 진화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고 무서워요. 언젠가는 사람에게 초능력이 생기는 날도 오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초능력이 아니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문화 유전자’가 전염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있어요.
문화 유전자 ‘밈’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 유전자인 ‘밈’을 소개했다. 유전자를 이루는 DNA가 스스로 복제해 자손에 유전 정보를 전달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각이나 개념, 문화가 밈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대중가요가 전염되듯이 유행하는 것도 밈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밈을 생물학적으로 밝혀낼 수 없어 아직까지는 다양한 사회 현상과 문화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과동이 상상해 보는 500만 년 뒤 미래 인류!
어린이과학동아가 현재 과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미래 인류를 상상해 보았어요.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는 미래 인류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나요?
키에 비해 무거운 몸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운동 부족으로 살이 찌고 배가 나와 몸무게는 많이 나간다.
쇠약해진 근육 운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우주에서 생활하는 미래에는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아 근육이 퇴화한다.
짙은 피부색 우주에서 생활해 자외선을 많이 받는다. 손상을 줄이기 위해 갈색 빛을 띤다.
커다란 두뇌 지능 발달로 두개골이 크다. 또는 머리 크기는 우리와 비슷하나 훨씬 복잡하다.
커다란 눈망울 어두운 우주를 탐사하기에 적합하게 눈이 커졌다.
작아진 심장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심장이 작아졌다.
툭 튀어나온 뱃살 운동이 부족해 배가 나왔다.
기다란 손가락 거의 모든 물건에 터치스크린이 달려 있다. 하루 종일 손가락으로 터치해 손가락이 길게 진화한다. 특히 엄지가 크고 두꺼워진다.
가느다란 다리 이동수단이 편리해지면서 더 이상 오래 걷거나 달릴 필요가 없다. 가느다랗게 퇴화했다.
퇴화한 발 다리와 함께 퇴화했다. 발가락 개수도 줄었다.
120살까지 길어진 수명 인공 장기가 개발돼 과거 불치병이라 불렸던 질환들이 치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나친 위생관리로 면역력이 떨어졌다.
커다란 두뇌 지능이 더욱 발달해 상상 속 외계인처럼 두개골도 커졌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두뇌 크기(약 1200~1600㏄)가 현생인류의 것(1500~1600㏄)과 비슷했다는 근거로 이 주장에 반대하기도 한다. 미래 인류도 우리와 두뇌 크기가 비슷한 대신 훨씬 복잡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뚝한 코 미래에는 보고 듣고 만지는 감각 외에 후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래서 후각이 발달해 콧대가 높아지고 비강(콧속 공간)이 넓어졌다.
짧아진 소화기관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먹으므로 소화 과정이 줄어 소화기관이 짧아졌다. 알약 하나로 끼니를 대신하는 미래에는 소화기관이 더 퇴화할 것이다.
좁은 턱과 작은 치아 딱딱하고 질긴 것보다 연한 음식을 주로 먹어 치아와 턱이 퇴화했다. 치아는 작아지고 개수도 줄었으며 턱은 갸름해지거나 흔적만 남았다.
특집 한 걸음 더 얼짱 몸짱 인류로 진화하려면?
어이쿠! 먼 미래의 나의 후손을 상상해 보고 깜짝 놀랐어요. 머리는 커지고 다리는 짧아질 수 있다니 정말 끔찍하네요. 미래의 인류가 잘생기고 건강한 모습으로 탄생하려면 우리가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하는 시간을 줄이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대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보세요.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도 얼짱 몸짱 인류로 진화하는 데 기여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