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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여행 괴담 잡는 과학


 
올해 여름휴가는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볼 생각에 솔이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여행 준비를 서둘렀어요. 그런데 들뜬 마음에 자꾸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있는게 아니겠어요? 누구냐고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괴담’을 자꾸 꺼내 놓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재미가 바로 그 주인공! 벌벌 떨며 잠도 못 자는 솔이를 위해 엄마가 나섰습니다. 괴담이 사실인지 아닌지 과학으로 밝혀내 주마!

괴담1 사람을 죽이는 선풍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에 가려면 일찍 자야지! 재미야, 얼른 불 꺼.”
“너무 더워서 잠이 안 와….”
“우, 나도 그렇긴 하다. 에어컨…, 은 거실에만 있고…. 선풍기 틀자.”
나는 선풍기를 ‘미풍’과 ‘계속’에 맞추고 틀었어. 밖에서 뜨거운 공기가 들어올까 봐 창문도 꽉꽉 닫았지. 선풍기 앞에서 입을 벌리고 ‘아~’하며 놀고 있는데, 옆에서 이불을 발로 차며 뒹굴뒹굴 구르고 있던 재미가 갑자기 말을 걸었어.
“누나, 그거 알아? 이렇게 밤새 선풍기 틀고 잤다가…, 아니, 아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끝까지 이야기 해.”
“들으면 후회할 텐데.”
나는 한 손을 꽉 쥐고 재미 앞에 말없이 내밀었어. 이죽이죽 웃던 재미는 손을 보고 웃음을 재빨리 거뒀지. 그러게, 말로 할 때 들을 것이지…. 침을 꿀꺽 삼킨 재미가 낮고 음산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이게 뭔 헛소리야?’ 싶었는데 어…, 어…?
“예전에 어떤 사람이 자기 방에서 잠을 잤대. 모기가 싫어서 창문까지 꽁꽁 닫고 말이야. 그런데 아침에 안 일어나더래. 가족이 걱정돼서 방문을 열어 보니 그 사람이 죽어 있는 거야! 그리고 옆에선…, 선풍기가 돌고 있었대. 그래, 밤새 돌던 선풍기 바람이 사람을 죽인 거야….”
“꺄아아악!”

밀폐된 방 안에서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해서 죽는다?

재미가 한 이야기는 ‘선풍기 사망설’이라고도 부르는 괴담이에요. 대체 어디서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요?

선풍기 괴담의 기원을 추적하라!

선풍기 괴담은 1970년대 중후반, 방에 선풍기를 틀고 자다가 죽은 사람들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면서 시작됐어요. 예전 기사를 검색해 보면 매년 한 두 차례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다 질식사’한 사고 기사가 실린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2000년대 이후에는 그 수가 줄었어요. 선풍기의 자리를 에어컨이 대신했기 때문이랍니다. 밤새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자다가 사망한 사람의 유족이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험금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괴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➊
선풍기 괴담은 한국 특산품?


선풍기 괴담의 영어 명은 ‘Fan death’. 이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South Korea’, 즉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괴담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는 중국, 일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신문 기사로까지 나며 거의 진실처럼 퍼진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괴담 속에 나온 ‘선풍기가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➊ 선풍기가 공기 흐름을 흩뜨리고 산소를 날려 보내 사람을 질식하게 만든다.
➋ 질식사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저체온증의 위험에 대해서는 경고한다. 선풍기의 바람을 밤새 쐬면 체온이 내려가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는 것.

괴담을 과학으로 해명하라! 정말 선풍기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안 자고 뭐 하는 거야!”
“그…, 그치만 재미가….”
내 비명에 깜짝 놀랐는지 엄마가 방으로 달려 왔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재미의 ‘만행’을 설명했더니 엄마가 위로는커녕 한숨부터 내쉬는 거야. 게다가 재미 이야기를 듣고 기껏 껐던 선풍기를 다시 켜는 거 있지! 구석으로 재빨리 도망가던 우리를 붙잡은 엄마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어.
“그 이야기가 진짜인지 아닌지 엄마가 설명해 줄게. 그 다음에 밤새 켜둘 지 어떨지 결정하렴.”

엄마의 분석 1 사람을 질식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선풍기 사망의 원인은 ‘질식사’로 설명한다. 선풍기의 바람 때문에 숨을 쉴 수 없게 되거나, 바람이 공기 흐름을 흐트러뜨리고 이산화탄소를 늘린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보통 사용하는 선풍기의 ‘미풍’ 속도는 약 3~4㎧이며, 가장 강한 ‘강풍’일 때 최대 8㎧ 까지 올라간다. 이는 보퍼트 풍력 계급 기준으로 작은 가지가 흔들리는 정도의 약한 바람이다. 좁은 장소인 점을 고려해도, 선풍기의 바람 강도로 정상적인 사람을 호흡곤란에 이르게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엄마의 분석 2 저산소증을 불러온다?

저산소증은 몸 속에 있는 산소가 줄어들고, 조직이나 혈액에 산소가 충분히 가지 못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몸 속 동맥에 흐르는 혈액을 측정해 산소 포화 농도가 90% 아래로 떨어질 때를 저산소증이라 판단한다. 그러나 2013년 한 방송사 뉴스에서 측정한 결과, 선풍기를 틀었을 때 얼굴 주변 산소 농도는 평균 수준인 20.9%를 계속 유지했다. 선풍기는 저산소증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

"선풍기로 사람이 죽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선풍기를 켜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실험했을 때, 몇 시간이 지나도 체온이 내려가지 않았어요. 추위를 느낄 경우 혈관이 수축하거나 저도 모르는새 몸을 떨어 체온을 유지하기 때문이지요. 또 선풍기는 산소를 직접 쓰는 기계가 아니라 저산소증도 올 수도 없지요."
이윤성 교수(서울대학교 법의학연구소)

엄마의 분석 3 저체온증을 일으킨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 몸의 중심부 체온은 37.5℃다. 저체온증은 몸의 중심부 체온이 35℃ 미만으로 내려간 상태를 말한다. 저체온증에 걸리면 혈액 순환, 호흡, 신경계 작용 등 각종 인체 활동에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저체온증에 의해 사망하려면 체내 온도가 정상에 비해 8~10℃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선풍기가 빼앗는 피부 온도 정도로 저체온증이 오기는 어렵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고 자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거나 지병이 있는 등 원래 체온이 내려가기 쉬운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엄마의 조언
여름철에는 이걸 더 조심해~!


선풍기를 밤새 틀고 자도 사람이 죽지는 않아요. 원래 있던 질병이나 다른 원인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지요. 오히려 여름철에는 아래와 같은 것을 더 조심해야 한답니다.

➊ 덥다고 에어컨을 잔뜩 틀 경우 실내외 기온차 때문에 자율 신경에 문제가 생긴다. 마치 감기 같은 냉방병이 오는 이유다. 냉각수나 공기가 세균으로 오염되거나 공기 순환이 잘 안 될 수 있으니 청소와 환기에도 신경 써야 한다.
➋ 여름, 특히 장마철에는 공기 중 수증기가 많아져 습도가 매우 높아진다. 미생물이나 세균이 아주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이 우리를 덮고 있는 셈. 실내 적정 습도 40~60%를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하자.
➌ 덥다고 차가운 물에 지나치게 오래 잠겨 있으면 저체온증이 일어나거나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물놀이 할 때 주의하자.

괴담2 비행기에서 빨려 나간 승무원

“우왕, 공항이다 우왕!”
“비행기 처음 타는 사람처럼 촌스럽게….”
“야, 그거야! 처음 타 보니까 당연하지….”
재미가 타박하건 말건, 난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어. 처음 온 공항은 너무나 크고 멋졌거든! 게다가 내 손에 쥐어진 건 비행기표! 그것도 창가 쪽 좌석!
“히히, 비행기 타면 구름 실컷 봐야지!”
“누나, 그거 알아? 비행기 창가가 말이야…, 아니, 아니다.”
“뭐야 왜 또 말을 하다 말아! 끝까지 이야기 해.”
“들으면 후회할 텐데.”
난 두 손을 재미 앞에 또 한 번 말없이 내밀었어. 이죽이죽 웃던 재미는 재빨리 팔을 들어 몸을 가렸지. 그러게, 말로 할 때 들을 것이지. 뭔가를 결심한 듯 침을 꿀꺽 삼킨 재미가 시선을 피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어.
“예전에 어떤 사람이 비행기를 탔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더래. 바람소리도 윙윙하면서 계속 나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승무원을 불러서 조사하게 했지. 창쪽으로 다가간 승무원이 창에 귀를 갖다 댄 그 순간이었어! 갑자기 승무원의 몸이 확 빨려서 창밖으로 사라져 버린 거야! 그것도 창이 깨져서 생긴 작은 틈으로!”
“꺄아아악!”

기압차로 인해 비행기 밖으로 사람이 빨려 나갈 수 있다?

이번 이야기는 비행기 괴담이에요. 대체 어디서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요?

비행기 괴담의 기원을 추적하라!

‘창문에 생긴 틈을 통해 승무원이 빨려 나갔다’는 비행기 괴담은 비행기 안팎의 기압차에서 비롯된 이야기예요.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고도는 공기가 희박해 기압이 무척 낮지만, 비행기 안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지상과 거의 비슷한 기압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비행기에 생긴 균열이나 구멍을 통해 사람이 빠져나간 사고도 몇 번 일어난 적이 있어요. 또 영화에서 비행기, 우주선 밖으로 사람이 순식간에 빨려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마치 실제처럼 이야기가 퍼지게 됐답니다.

괴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➋
도시괴담(urban legend)은 무엇인가 ?


도시괴담은 달리 말하면 현대의 ‘민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귀신이 등장하는 다른 괴담과 달리 정말 사실인 것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근거도 얼핏 과학적으로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곰곰이 뜯어 보면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또 ‘강력한 호소력’과 ‘실제적인 신념’, 그리고 ‘의미 있는 메시지’는 도시괴담의 필수 요소다. 이번 특집에 나오는 선풍기, 비행기 괴담은 널리 알려진 도시괴담 가운데 하나다.

괴담 속에 나온 ‘승무원이 비행기 밖으로 빨려 나간 이유’는?

➊ 비행기 안팎의 기압은 1기압 가까이 차이난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그 힘은 무척 강해서 사람조차 밀어낼 수 있다.
➋ 기압차로 인한 공기의 힘은 비행기의 창이나 금속을 부술 정도로 강하다. 우주와 같은 진공 공간에서는 몸이 터질 수도 있을 정도다.

괴담을 과학으로 해명하라! 정말 비행기에서 사람이 빨려 나갈까?

“공공장소에서 왜 그렇게 큰 소리를 질러!”
“그…, 그치만 재미가…. 내가 빨려 나가면 어떡해~!”
“무턱대고 겁부터 먹으면 어떡해. 엄마가 설명해 줄 테니까 정신 좀 차려.”

엄마의 분석 1 작은 틈으로 사람이 빨려 나갈 수 있다?

비행기 안팎의 기압차는 약 0.8기압에 달한다. 1㎡의 공간에 약 8만N의 힘이 가해지는 압력이다. 비행기의 속도가 900㎞/h 이상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비행기에 뚫린 구멍에서 사람이 빨려나갈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실험한 결과, 괴담에서 나온 것 같이 좁은 틈으로 사람이  빨려나가기는 어려우며 특히 안전벨트로 고정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판명났다.

엄마의 분석 2 기압차를 무시해도 괜찮을까?

비행기 안의 기압과 산소는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여압장치’로 조절하고 있다. 고도 9~12㎞를 비행 중인 비행기 안의 압력은 한라산 높이 정도인 해발고도 2000m의 기압과 비슷하다. 우리의 몸은 지상의 1기압에 맞춰진 상태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압력의 차이로 귀울림이나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착륙을 할 때는 고도가 급격히 변하며 압력 차이도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정도 기압차로 고막이 터지거나 몸에 큰 이상이 생기지는 않는다.

"만약 공중에서 비행기 문이 열린다면 빠른 속도와 기압 차이 때문에 문 부근에 사람을 떠미는 강한 바람이 불 거예요. 하지만 비행기의 문은 비행 중에 절대 열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지요."
김규홍 교수(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엄마의 분석 3 우주에 나가면 몸이 터진다?

맨몸으로 우주 밖으로 나가면 몸이 터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주는 진공이고 몸 안은 1기압 상태지만, 이 정도 차이로 인체가 터지지는 않는다. 대신 진공에 맨몸으로 나갈 경우, 피나 몸속 수분이 끓어올라 날아가 버리고 산소 부족으로 인해 질식사한다. 압력이 낮아지면 끓는점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급격한 기압 변화 시 피에 녹아있던 질소 기체가 마치 사이다 속 이산화탄소처럼 뽀글뽀글 오르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주인들은 우주선 탑승 전이나 우주선 외부를 오갈 때 압력이 낮은 감압실에서 몸을 저압에 익숙하게 만든다.

엄마의 조언
비행기 안에서는 이걸 더 조심하자~.


비행기 사고는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지만, 한 번 나면 수백 명의 목숨이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즐거운 여행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비행 중 안전 수칙은 꼭 지켜 주세요.

안전벨트 필수! 이착륙 때는 절대 이동 금지!
비행기 이륙 3분, 착륙 8분은 전체 사고의 80% 이상이 일어나는 시간으로 ‘마의 11분’이라 부른다. 이착륙 시 안전벨트 착용 안내 방송이 나오면 바로 착용하고 안내 사인이 꺼지거나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을 것. 또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는 순간 ‘착륙이 끝났다’고 안심하고 안전벨트를 풀거나 휴대전화 전원을 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 사고도 활주로에 내려앉기 직전 발생한 사고다.

탈출은 90초 안에, 짐은 모두 버려라!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신속정확하게 탈출해야 한다. 반드시 짐을 두고 맨몸으로 재빨리 움직일 것. 짐을 드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물론, 짐의 모서리가 탈출 슬라이드를 찢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뾰족한 액세서리나 구두도 벗어야 한다. 모든 탑승자가 탈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90초. 시간이 길어지면 비행기 화재나 폭발로 인해 더 큰 사고로 번질 위험이 있으므로 처음부터 탈출이 90초 안에 이뤄지도록 비행기를 설계한다.

괴담3 무릎에서 자란 따개비

“바다다! 물놀이다! 바위다! 앗싸!”
무사히 도착한 제주도의 바다는 맑고 푸르렀어. 난 온 바닷가를 깡총대며 뛰어 다녔지. 바다 속에서 신나게 헤엄치다가 잠시 쉬러 나왔는데 바로 옆에 따개비가 따닥따닥 붙은 바위가 있는 거야. 더 자세히 보려고 발을 올린 순간 어디선가 밉살스런 목소리가 들려왔어. 누구긴 누구야, 재미지….
“누나, 그거 알아? 거기 바위에서 미끄러지면…, 아니, 아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끝까지 이야기 해.”
“들으면 후회할 텐…, 아냐! 이야기할게! 그러니까 손 내려!”
드디어 말을 알아 먹은 재미가 입술을 쑥 내밀고 이야기를 시작했어. “예전에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서 뛰어 놀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대.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바위였어. 상처는 조그마했고 피도 거의 안 나서 소독하고 그냥 계속 놀았다고 해.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몇 달이 지났는데, 다리가 계속 아픈 거야. 병원에 갔더니 무릎 뒤 살 안쪽에 작은 따개비가 빽빽하게 자라나 있….”
“꺄아아악!”

괴담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라! 따개비가 정말 몸에서 자랄 수 있을까?

“바다에서까지 왜 그래!”
“그…, 그치만 재미가…. 내 무릎에 따개비 자라면 어떡해~!”
“에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엄마가 설명해 줄 테니까 잘 들으렴. 아참, 자꾸 재미가 엉뚱한 괴담을 늘어놓는데 엄마가 몇 개를 미리 분석해서 알려 줄게!”

엄마의 분석 1 따개비가 있는 바위에서 다친 무릎에 따개비가 따닥따닥?

따개비는 조간대 환경에서 사는 절지동물이다. 암수 한 몸이고 교미침을 뻗어 상대에게 정액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상처 속에 알을 뿌릴 수 없다. 바닷가 바위에서 넘어졌을 때는 상처를 깨끗하게 소독하고 덧나지 않게 치료하는 일이 우선이다.

엄마의 분석 2 나비나 나방 날개를 잡았다가 눈을 비비면 실명한다?

나비와 나방 날개는 ‘인분’이라는 분비물로 덮여 있다. 언뜻 가루 같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마치 비늘 같은 얇은 판들이 겹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분이 눈에 직접 닿을 경우 아프거나 염증이 날 수 있지만 실명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나비 날개를 잡은 뒤에는 꼭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엄마의 분석 3 렌즈를 붙이고 자면 각막이 뜯긴다?

어느 정도는 과장이 되었지만 가능성이 있다. 렌즈를 오랜 시간 끼고 있을 경우, 안구의 수분이 마르고 각막과 렌즈가 딱 달라붙어서 렌즈를 뺄 때 상처가 날 수 있다. 가능하면 수 시간 내에 렌즈를 빼고, 빼기 전에 식염수나 인공 눈물을 충분히 부어 렌즈와 각막 사이에 얇은 수분 막을 만들어 주자. 그래도 잘 떨어지지 않으면 강제로 뜯지 말고 병원으로 달려갈 것.

엄마의 분석 4 봉숭아물 들이면 수술할 때 손톱을 뽑아야 한다?

수술 시 마취 여부를 확인하거나 환자가 산소 부족 상태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 손톱 끝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몸의 산소가 부족하면 손톱 끝이 파래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봉숭아물을 들인 손톱을 뽑을 필요는 없다. 산소 부족을 확인하는 다른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특집 한걸음 더! ‘엄마 어렸을 적에’ 괴담을 들려 주세요~.

“아웅, 집에 가기 싫다.”
“난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너희가 계속 괴담 타령을 해서 기가 다 빠졌어….”
“에이, 엄마도 좋아했으면서. 어렸을 때도 괴담 많이 들었을 거 아냐~.”
엄마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아~’하고 손가락을 튕겼어.
“맞아! 당시 초등학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괴담이 있었어. 끔찍한 살인사건이 났는데, 관련된 단서들이 돈에 숨겨져 있었다는 이야기야. 10원에는 피해자의 성이, 100원에는 머리가, 500원에는 팔이….”
“정말? 그거 진짜야?”
“응. 지금 한 번 찾아보렴~.”
놀라서 들고 있던 동전 지갑을 던질 뻔 했는데, 아빠 얼굴을 보고 정신을 차렸어.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계셨거든. 아, 또 엄마에게 속았다.
“깔깔깔. 저 ‘김민지 괴담’도 유명한 도시괴담이야. 홍콩할매귀신, 빨간마스크 괴담도 정말 무서웠는데….”
“여보야, 그 전에 비행기부터 타자…. 또 우리 이름 불릴 것 같거든?”
아빠의 재촉에 벌떡 일어나 급하게 걸음을 옮기던 엄마가 갑자기 걸음을 딱 멈췄어.
“하지만 가장 무서웠던 괴담은 뭐니뭐니 해도….”
서서히 고개를 돌려 우릴 쳐다보는 엄마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어.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
“꺄아아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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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은영 기자
  • 기타

    김나경, 임성훈
  • 도움

    이윤성 교수
  • 도움

    김규홍 교수
  • 도움

    국가건강정보포털
  • 사진

    동아일보, 포토파크닷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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