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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쇼는 이제 그만! 지난 4년 동안 돌고래들에게 무슨 일이?
그물에 붙잡히다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D-38)는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설치한 그물에 붙잡혔어요. 우리나라에서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앞바다에만 100여 마리가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이에요. 물에 걸린 돌고래는 바로 풀어서 돌려보내야 하는데, 몰지각한 사람들이 법을 어기고 붙잡아 수족관에 가뒀어요.
좁은 수족관에 갇히다
2009년부터 제돌이는 동물원에서, 춘삼이와 삼팔이는 공연전문업체에서 돌고래 쇼를 해야 했어요. 돌고래는 영장류만큼 지능이 뛰어나고 사회성이 높은 동물이에요. 하지만 무리와 떨어져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살면서 매일 공연을 해야 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답니다. 제돌이와 함께 잡힌 11마리 돌고래 중 벌써 6마리가 죽었어요.
야생방류를 결정하다
돌고래들이 불법으로 잡혀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작년 서울시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돌고래 자연 방류를 결정했지요.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가 주축이 돼 만든 시민위원회에서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으고, 야생적응훈련장 설치와 관리를 맡았어요.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
춘삼이와 삼팔이는 지난 4월 8일 고향 제주도로 돌아왔어요. 현재 서귀포시 성산항에 있는 가두리(살아있는 물고기를 가둬두는 큰 그물)에서 야생적응훈련을 받고 있지요. 제돌이는 한 발 늦게 5월 11일 이곳으로 왔어요. 돌고래들은 6월 중순에 김녕으로 이동해 마지막으로 야생적응훈련을 받은 다음, 7월이면 사람 곁을 떠나 제주 바다로 돌아간답니다.
수족관 돌고래, 바다에서 잘 살 수 있을까?
공연을 하고 먹이를 받아먹던 돌고래가 차갑고 거친 바다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야생적응훈련장에서는 돌고래들이 살아있는 고등어나 방어, 문어 같은 먹이를 사냥하도록 훈련시키고 있어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연구원들은 수중 카메라와 스마트 기기, 음향기기를 이용해 밤낮 없이 돌고래 행동을 관찰하고있답니다. 돌고래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잘 살 수 있을지 예측하려면 행동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록하고 연구해야 하거든요.
"제돌이가 서울대공원에 있을 때부터 쭉 관찰을 해왔어요. 수족관에 갇혀 있던 제돌이가 바다로 나오니 활동이 훨씬 다양해지고 활발해졌어요. 야생적응훈련장에 한 달 먼저 도착한 삼팔이와 춘삼이에 비하면 조금 뒤쳐지지만 야생 돌고래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다가섰어요."
장수진(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행동생태연구실 박사 과정)
이렇게 다른데 구분 못하면 섭하지~!
돌고래들을 바다로 방류한다고 끝이 아니에요. 먹이는 잘 잡아먹고 다니는지, 돌고래 무리에는 무사히 합류했는지 지켜봐야 해요. 그런데 무리에 들어간 뒤에 누가 누군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연구자들은 돌고래가 숨 쉴 때마다 물 위로 불쑥 올라오는 등지느러미를 보고 주로 어떤 돌고래인지 구분해요. 미역이나 해초를 감고 장난치다가 긁힌 상처가 지느러미에 많거든요. 어민들이 설치한 그물에 걸려 흉터가 남기도 하지요. 상처와 흉터를 보면 돌고래를 구분할 수 있어요.
돌고래는 물속에서 어떻게 숨을 쉴까?
“푸우~!” 돌고래가 숨 쉬는 소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들릴 만큼 컸어요. 포유류인 고래는 물고기처럼 아가미로 숨을 쉬지 않고 폐로 공기를 직접 들이켜 숨을 쉬어요.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계속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가 한쪽씩 번갈아 잔답니다. 돌고래는 한 번 잠수하면 최대 8분 동안 물속을 헤엄칠 수 있어요.
잠깐! 등지느러미에 GPS가?
남방큰돌고래는 바다에서 최대 시속 40㎞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다 잠수를 하기 때문에 쫓아다니며 연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등지느러미에 달아서 제돌이가 어디에 있는지 인공위성으로 확인해요.
맛있는 물고기 보고 제돌이는 무슨 소리 낼까?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이 돌고래도 각 개체마다 소리가 달라요. 또 먹이를 발견했을 때, 친구와 놀고 싶을 때, 위험상황에 처했을 때 내는 소리가 각각 다르지요. 돌고래가 내는 소리는 대부분 사람 귀로 들을 수 없는 초음파라서 ‘하이드로폰’이라는 특수한 장치를 이용해 소리를 분석한답니다.
제돌아, 무사히 돌아가렴!
제돌이와 친구들이 곧 이사할 제주시 구좌읍 김녕 지역은 야생 돌고래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에요. 돌고래들은 동료가 그물에 걸리면 주위를 맴돌면서 구해내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요.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가 가두리 그물에 갇혀 있는 것을 보고 야생 돌고래 무리가 다가오면 그 때 가두리 문을 열고 방류할 계획이에요.
하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어요. 돌고래들이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온 터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아요. 방심하다가 나쁜 사람에게 다시 잡히지 않을지, 거친 바다에 적응하지 못해 먹이를 못 잡거나 병이 들지는 않을지 연구원들과 시민위원회는 고민이 많아요.
또 제주도 해안에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한 번 들어오면 빠져나오기 힘든 대형 함정그물이 60여 개나 있어요. 해안 가까이 다가온 돌고래들이 종종 걸리곤 하는데, 돈에 욕심난 사람들이 공연업체로 팔아넘길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고래연구소와 제주대학교에서는 돌고래를 방류한 뒤로도 한동안 지켜보면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에요. 여러분들도 고향으로 돌아간 돌고래들이 다시 잡히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