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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지구방위대에 뒤통수를 맞으며 인생무상을 실감하고 있는 닥터 그랜마예요. 차라리 직업을 바꿀까 싶다가도, 평생 지구 정복을 꿈꿨는데 이제 와서 그만두면 무얼 먹고 사나 고민되기도 하네요. 일렬로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를 보니 참 부러워요. 개미는 역할이 평생 똑같으니까요. 먹이 구하는 개미는 먹이만 구하고, 알을 돌보는 개미는 알만 돌보면 되고. 잉? 잠깐만! 개미도 역할을 바꾼다고? 정말?




 
너희는 태어날 때부터 역할이 정해져서 평생 똑같은 일만 하는 것 아니었니?

역할이 정해진 것은 맞아요. 한 집에서 사는 개미들은 보통 알을 낳는 여왕개미, 짝짓기만 하는 수개미, 집을 지키는 병정개미와 개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갖가지 일을 도 맡는 일개미로 나뉘어 있지요. 하지만 일개미는 반드시 정해진 일만 하는 게 아니에요. 나이에 따라 역할을 계속 바꾼답니다.

역할을 바꿔? 서로의 일을 계속 바꾼다는 거야?

서로가 아니라 혼자서 계속 직업을 바꿔요. 스위스 로잔대학교의 로렌트 켈러 교수팀이 실험실에 만든 개미집 여섯 개에서 사는 ‘왕개미’ 수백 마리의 등에 바코드를 달아 움직임을 하나하나 촬영한 결과, 개미가 일생 동안 역할을여러 번 바꾸는 ‘순환업무’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일개미의 일은 크게 여왕개미나 알을 돌보는 양육, 집을 손질하는 청소, 먹이를 물어오는 수렵 활동으로 나뉘는데 일개미는자라면서 이 세 가지 일을 모두 경험한답니다. 어릴 때는 양육을 하다가 더 크면 청소를 맡고 나이가 들면 수렵 활동에 나서 지요. 마찬가지로 집단생활을 하는 꿀벌이 순환업무를 한다는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개미의 역할 순환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우와, 그럼 자라면서 생활환경이나 살아가는 방식도 휙휙 바뀌겠네?
그렇지요. 원래 일개미는 맡은 일에 따라 활동하는 영역이 거의 정해져 있어요. 예를 들어 양육 개미는 알이 있는 육아실, 수렵 개미는 먹이가 들고 나는 개미집 입구가 주요 활동 영역이지요. 또 청소 개미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에 가장 많이 오가고요. 재미있는 사실은 역할이 같은 개미들끼리똘똘 뭉쳐있다는 사실이에요. 특히 양육 개미나 수렵 개미는 서로 거의 섞이는 일이 없답니다. 연구팀은 밖을 오가는 수렵 개미가 알이나 여왕개미에게 기생충이나 질병을 옮기는 일을 막기 위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보고 있어요. 수렵 개미들끼리만 교류하면 먹이 정보를 재빨리주고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요. 반면 청소 개미는 양육 개미나 수렵 개미와 만나고 교류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정확히 언제 어떤 식으로 역할이 바뀌는 거야?
태어나서 몇 개월이면 양육! 며칠 뒤면 청소! 하는 식으로 역할이 바뀌는 나이가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또 매우 늙은 양육 개미나 엄청 어린 수렵 개미가 있기도 하지요. 자연 상태의 개미집이나 왕개미가 아닌 다른 종류의 개미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되는지는 더욱 연구가 필요하답니다.



 

2013년 1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
  • 기타

    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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