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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끓는 물에 초콜릿을 살살 녹인 다음, 하트 모양 틀에 요렇게 부어 굳히기만 하면 멋진 나만의 초콜릿 완성~! 히히,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구나. 이제 이 초콜릿을 선물하면 수미도 날 좋아하게 되겠지? 초콜릿이 바로 ‘사랑의 묘약’이니까.

사랑의 묘약은 내 안에 있다몽아, 그 초콜릿만으로는 수미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지만 말이야.

에이, 그건 아빠가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에요. 제가 얼마 전에 책에서 봤는데요, 초콜릿에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어서, 먹으면 심장이 빠르게 뛴대요.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말이에요. 그러니까 초콜릿을 먹으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상대방을 좋아하는 걸로 착각하게 된다는 거죠, 후후.

네 말대로 그건 ‘착각’이지,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잖니? 사랑은 호르몬이 만들어 내는 감정이란다. 초콜릿을 먹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게 뭔데요?

갑상선, 부신피질, 이자 같은 몸속 내분비기관에서 만드는 화학물질을 ‘호르몬’이라고 해. 호르몬은 만들어진 기관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혈액을 타고 몸속 다른 기관으로 갈 수 있지.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혈관으로 연결돼 있다면 못 가는 곳이 없단다. 호르몬은 이렇게 여러 기관을 돌며 각자 맡은 역할을 하지.

잠깐! 초콜릿 즐기는 세 가지 방법

1. 초콜릿은 조금만 먹어요

보통 초콜릿은 100g에 500㎉가 넘는 고열량 식품이에요. 초콜릿을 먹을 때는 칼로리를 계산하며 조금만 먹어야 비만을 예방할 수 있지요. 일반 초콜릿보다 우유와 버터, 설탕은 덜 들어가고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을 먹는 것도 칼로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초콜릿을 먹은 뒤에는 꼭 이를 닦아요

초콜릿 속에는 설탕처럼 단맛을 내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요. 이 성분이 치아에 남아 있으면 입 안에 있는 충치균의 먹이가 된답니다.

3. 공부할 때 초콜릿을 먹어 보아요

초콜릿은 공부할 때 먹으면 도움이 되지요. 특히 수학 공부할 때 좋아요. 지난 2010년 영국에서는 초콜릿 음료를 마신 사람이 숫자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냈답니다. 초콜릿의 성분 중 하나인 폴리페놀이 뇌의 계산 담당 부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에요.

우리 몸속 내분비기관과 호르몬의 종류
 


엄마가 사랑의 묘약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어휴, 호르몬의 종류가 엄청 많네요. 이 중에서 사랑의 묘약이 뭔지 어떻게 알 수 있죠? 포기하는 게 좋겠어요.

몽아, 수미의 마음을 얻으려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해서야 되겠니? 아빠가 힌트를 줄게. 자, 사랑의 묘약은 사람에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지. 그러니까 많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이 사랑의 묘약을 잔뜩 갖고 있다는 거야. 주위에서 찾아보자. 세상에서 몽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 엄마?

딩동댕~. 바로 엄마가 이 사랑의 묘약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단다. 호르몬 중에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바로 사랑의 묘약이야. 옥시토신은 아이를 낳고 기를 때 중요한 역할을 하지.
 
옥시토신은 임신 초기부터 나오기 시작해 후기로 갈수록 점점 많이 나온다. 옥시토신은 엄마와 아기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잠깐!
사랑의 묘약, 쥐 혈액에서 처음 발견하다


1968년 미국 럿거스대학교의 과학자인 제이 로젠블라트와 조지프 테르켈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호르몬에 의해 생긴다는 획기적인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임신한 쥐의 혈액을 임신한 적이 없는 처녀 쥐에게 넣어 주었더니, 처녀 쥐에게 새끼 쥐를 돌보는 모성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임신한 쥐의 혈액에 모성을 일으키는 어떤 물질이 들어있다는 증거다. 이후 197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코트 페덜슨과 아서 프린지는 이 물질이 바로 ‘옥시토신’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엄마호르몬, 옥시토신

옥시토신은 아기를 낳을 때 가장 많이 나온다. 이때 자궁을 수축시켜 아기를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또 아기에게 줄 모유를 만드는 데도 옥시토신이 큰 역할을 한다. 엄마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옥시토신의 별명은 ‘엄마호르몬’이다.

뇌하수체

옥시토신은 뇌의 한 부분인 뇌하수체에서 나온다.

유선

옥시토신은 유선 주위의 근육세포를 수축시켜 아기가 먹을 모유가 나오게 한다.

자궁

뇌하수체에서 나온 옥시토신이 자궁으로 가 자궁을 수축시킨다. 이 힘으로 아기가 나올 수 있다.

사랑의 묘약을 맞으면 엄마는 변신한다

몽아, 그런데 출산을 한 뒤 ‘사랑의 묘약’ 옥시토신에 흠뻑 젖은 엄마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대.

엄마가…, 변신?

트랜스포머처럼 착착 접혀서 자동차가 로보트로 뿅 변하는 거요? 우와~! 그럼 엄마는 변신 전에 뭐 였는데요?

하하, 엄마는 변신 전에도 사람이었지. 하지만 지금만큼 용감하지는 않았단다.
 

"아기를 낳은 엄마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요. 행복함이 가득한 눈매를 갖게 되고 말투도 변한답니다"
이교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

엄마 쥐의 놀라운 능력

새끼를 낳은 적이 있는 엄마 쥐와 처녀 쥐를 길이 여러 개 있는 미로(방사형 미로)에 넣었다. 그 결과 엄마 쥐가 처녀 쥐에 비해 먹이가 있는 칸을 훨씬 더 잘 기억하는 것을 관찰했다. 엄마가 되면 기억력이 더 좋아진다는 의미다. 원인은 임신과 출산 때 나오는 옥시토신의 역할 때문이다. 뇌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가 있는데, 옥시토신은 이곳에 있는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물 위에 십자 모양 길이 있고, 그 중 두 길에만 벽이 있는 미로(플러스 미로)가 있다. 쥐는 보통 벽이 있는 길로 다닌다. 벽이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 쥐는 다른 쥐보다 벽 없는 길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더 용감한 쥐가 된 것이다. 이 차이는 임신과 출산이 뇌에서 두려움을 담당하는 부분인 편도체의 활동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어미는 새끼를 키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를 구하러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동물도 사랑의 묘약을 퐁퐁~

그런데 아빠, 엄마가 저를 사랑하는 거랑 제가 수미를 좋아하는 건 다르지 않나요?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지면 막 설레고 가슴이 뛰고 그러는데, 엄마를 볼 땐 그런 마음이 조금도….

몽아, 그래도 몽이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잖니. 사랑의 감정은 단지 설레고, 가슴이 뛰는 것만이 아니란다. 상대를 믿고, 의지하는 감정, 또 그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 따뜻함을 느끼는 것…. 그 모든 게 ‘사랑’이라는 감정이야.

모든 감정이 사랑?

후후, 이건 몽이가 더 큰 다음에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데 있어서도 옥시토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개나 쥐 같은 포유류가 짝짓기를 할 때도 옥시토신이 나와야 하지.

옥시토신, 모성애와 로맨스의 공통 호르몬

엄마의 뇌는 아기와 남편을 볼 때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학교 영상신경과학과의 안드레아스 바텔스 박사팀은 엄마 20명에게 아기와 남편 사진을 보여 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뇌의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두 경우 모두 같은 부위가 반응했다. 뇌가 반응한 부위는 옥시토신에 민감한 뇌 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2004년 2월 13일 과학전문지 ‘뉴로이미지’에 실렸다.
 
fMRI로 엄마의 뇌를 찍은 사진. 화살표는 그 부분이 활성화됐다는 표시다. 아기를 볼 때(왼쪽)와 남편을 볼 때(오른쪽) 옥시토신에 반응하는 뇌세포가 모인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옥시토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높인다고 밝혀졌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경제학과의 마이클 코스필드 교수와 공동 연구자 세 명은
사람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한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에게 쉽게 돈을 투자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만큼 상대를 믿게 됐다는 의미다.

동물과 동물 사이

미어캣은 사냥을 하는 동안 무리 중 일부는 보초를 서는 것처럼, 협동을 잘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조아 메이든 교수팀은 미어캣의 협동심도 옥시토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과 동물 사이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도 사랑과 애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감정도 바로 옥시토신으로 생긴다. 일본 아자부대학교의 다케후미 키쿠시 교수팀은 주인이 개에게 눈 맞추기, 웃어 주기, 쓰다듬기 같은 애정 표현을 더 많이 할수록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개의 체내에 옥시토신이 증가한 만큼 주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 것이다.

사랑의 묘약, 세상을 치료하다

엄마와 자녀, 여자와 남자, 사람과 동물, 그리고 동물 사이의 사랑. 이 모든 사랑을 옥시토신이 책임지고 있다니…, 옥시토신은 정말 사랑의 묘약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 이제 옥시토신, 그러니까 사랑의 힘으로 사람을 치료하려고도 한단다. 옥시토신은 이미 코에 뿌리는 형태로도 개발한 상태야. 또 최근에는 알약으로도 나왔지. 알약 옥시토신은 몸에서 더 오랫동안 기능을 할 수 있단다.

옥시토신이 약?

옥시토신은 아마 사람을 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약으로 쓸 수 있을 거야. 옥시토신은 수줍음이 많은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어. 지난 2008년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 신경경제학연구소의 폴 잭 소장은 ‘수줍음 환자’ 수백 명에게 옥시토신을 넣어 줬더니 불안감을 덜 느꼈다고 발표했지. 이밖에 옥시토신은 자폐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있어. 앞으로 과학자들은 자폐증에 옥시토신 약을 쓰기 위한 임상 시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란다. 또 ADHD, 틱 장애도 옥시토신으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지.

"원래 몸에 있는 옥시토신을 잘 내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사지, 반려동물 쓰다듬기, 친한 친구와 식사하기 같은
것이 있겠죠."
정용 (KAIST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잠깐!
노벨상 받은 합성 옥시토신


옥시토신은 자궁을 수축해 출산을 돕는다. 과학자들은 옥시토신을 약으로 개발해 유도분만제로 쓰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1953년 미국의 생화학자인 뱅상 뒤 비뇨는 옥시토신을 실험실에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뇌에서 나오는 천연 옥시토신을 그대로 본 따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비뇨는 이 공로로 195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원숭이도 주스를 양보하게 만드는 옥시토신의 힘
 

지금 ‘옥시토신’하세요!

몽아, 이게 웬 초콜릿이니?

엄마를 사랑하는 제 마음이에요. 그동안 엄마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고 지낸걸요. 엄마는 저만 보면 뇌에서 사랑의 묘약이 퐁퐁 샘솟는 것도 모르고 말이죠. 엄마, 앞으로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할게요.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엄마에게 초콜릿을 선물해 보세요. 세상에서 우리 친구들을 가장 사랑하는 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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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 정용 교수
  • 도움

    이교원 교수
  • 진행

    홍승우
  • 진행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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