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자동차 매연!”
오늘도 등굣길에 메케한 자동차 매연을 맡았어. 거무튀튀한 이 연기 때문에 해마다 영국에서 5천 명이 넘는 사람이 숨진다고 해. 확실히 건강에 나쁜물질인가 봐. 매연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는데, 어디선가 ‘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거리가 뽀얗게 변해 버렸어. 서서히 안개가 걷히자 눈앞에 작은 차 한 대가 보이지 뭐야.
“주인님~, 얼른 타세요. 출근하셔야죠!”
“출근? 어? 내가 왜 양복을 입고 있지?”
날쌔고 튼튼한 비밀!
오늘이 2030년 10월 15일 화요일이잖아요. 출근해야죠! 어서 타세요. 전기로 충전을 빵빵하게 해서 기운이 넘친다구요!
엥? 2030년? 그럼 내가 어른이 된 거야? 그리고 차를 전기로 충전했다고?
뭘 그렇게 놀라세요~. 전기자동차니까 전기로 충전하는 게 당연하죠. 그냥 보면 모를 수도있지만 저는 재료부터 품격 있는 몸이에요!
강력한 플라스틱과 탄소의 만남
전기자동차 차체의 재료는 바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에요. 머리카락 10분의 1 굵기인 탄소섬유 5만 개를 꼬아서 실로 만들고, 이 실로 다시 넓은 천을 만들어요. 그걸 압축해 액체플라스틱에 적신 다음 굳히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 되죠.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은 굉장히 강하고 탄성이 높은데다가 가볍기까지 해서 차 부품을 어린이가 거뜬히 들 수 있을 정도예요. 실제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의 강도는 강철보다 다섯 배나 높지만 무게는 3분의 2밖에 안되거든요. 그래서 비행기나 배, 고속열차, 테니스 라켓, 노트북과 같이 다양한 물건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의자
환경을 생각해서 차 안에 있는 의자를 페트병으로 만들었어요.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서 겉에 붙은 비닐을 떼고 깨끗하게 씻어요. 그 뒤에 색깔에 따라 나눈뒤 옆에 있는 사진처럼 잘게 부수고 여기에 열을 가하면 얇은 실로 뽑아낼 수 있답니다. 이 실로 천을 만들어서 의자 모양으로 만들면 완성
장점은 살 리고 단점은 극복~!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해~!
당연하죠~. 전 품격이 다르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까 전기를 충전해서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어? 그게 무슨 소리야?
저는 전기자동차예요. 전기에너지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자동차라는 말씀! 건전지를 넣으면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 있죠? 그 장난감처럼 저도 몸속에 배터리가 있어요.
2030년엔 전기자동차가 대세!
가솔린 자동차는 공기와 휘발유를 압축해서 폭발하는 힘으로 움직여요. 폭발할 때 높은 열과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게 바로 배기가스죠. 배기가스에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같은 유해 성분이 들어 있어요. 또한 높은 열이 생기면서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약 25%로 매우 낮아요. 반면 전기자동차는 휘발유와 같은 화석연료 없이 전기만을 사용해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해요. 차 안에 있는
모터가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바퀴를 회전시켜 차를 움직이지요. 에너지 손실이 적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은 약 80%나 된답니다. 게다가 환경오염 물질도 생기지 않으니 정말 착하고 똑똑한 자동차죠?
"전기자동차는 부품 종류가 적지만 배터리 때문에 차 전체 무게가 무거워요. 그래서 전세계 과학자들은 배터리 성능을 높여 부피를 줄이는 방법과 차체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 하고 있답니다. 전기자동차 차체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큰 차를 좋아하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작은 차가 경제적이에요. 한두 사람이 움직이는데 3000~4000㎏의 차를 모는 건 낭비니까요. 2030년이 되면 전기자동차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개발될 거예요. 여러분들도 작고, 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는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매력에 푹 빠질 거랍니다." 변영재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찌릿찌릿 빠른 충전!
배터리, 모터, 인버터…. 오호~, 네 몸속이 이렇게 생겼었구나! 그런데 장난감 자동차랑 배터리 모양이 다른데?
당연히 장난감과는 다르죠! 저에게 있어 배터리란 주인님의 심장과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지금부터 제 심장 소리 들어 보실래요?
전기자동차의 심장, 2차전지
2차전지는 외부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꿔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를 말해요. 여러 번 충전해서 쓸 수 있어서 ‘충전식전지’라고 부르기도 하죠. 2차전지의 종류로는 납축전지, 니켈-카드뮴전지,리튬이온전지와 같은 것들이 있어요. 전기자동차에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부피가 작은 리튬 이온 전지를 많이 쓴답니다.
전기자동차 1분 만에 충전하는 기술 개발
2시간 움직일 수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100% 충전하려면 다시 2시간 동안 충전해야 해요. 그런데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친환경에너지공학부 연구팀이 1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연구팀은 리튬이온전지의 양극을 이루는 물질의 입자 크기를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에서 나노미터(10억 분의 1m) 수준으로 작게 만들었어요. 이 입자에 설탕을 입혀 600℃ 정도 열을 가했더니 설탕에서 탄소가 분해되어 얇은 막을 이뤘어요. 마치 입자에 탄소 코팅을 한 것처럼 말이죠. 탄소는 전기를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더 넓은 면적으로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안녕하세요. 저는 전기자동차 기반 시설을 만드는 회사인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에서 일하는 조나단이에요.
베터 플레이스에서는 전기자동차를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배터리와 자동차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배터리가 충전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교체할 수 있으니 정말 간편하죠? 그리고 배터리를 대여해서 쓰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가격도 저렴해진답니다.
이미 이스라엘, 덴마크, 네덜란드에는 주유소처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조만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랄게요~!" 조나단 애디리 (베터 플레이스 글로벌 전략이사)
잠깐!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요즘 TV광고에 많이 나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연료탱크와 배터리가 모두 달려있어요. 휘발유와 같은 화석원료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배기가스가 10%밖에 배출되지 않지요. 예전에는 높은 가격 때문에 잘 팔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반 자동차와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요.
도로에 전부 전기자동차만 다녀서 그런지 매연이 없어! 전기자동차 최고! 주인님이 인정해 주시다니 뿌듯하군요. 그럼 주인님,
이제 헤어질 시간이에요. 진짜 2030년이 되면 다시 만나요. 안녕~! 전기자동차는 또 다시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어. 2030년이 되면
꼭 다시 만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