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벌레야, 넌 어떤 곤충이니?
전 딱정벌레의 일종인 송장벌레예요. 우린 온대 지역에 살며, 새나 쥐 등 작은 동물의 사체를 먹어요. 그런데 그냥 먹는 게 아니라, 동그랗게 말아 땅에 묻은 뒤 먹는답니다. 그리고 동물의 사체 속에 알을 낳아서, 우리 아가들은 썩은 시체를 먹고 쑥쑥 자라지요. 그런데 요즘 우리 송장벌레들을 두고 오해할 만한 소문이 돌아서 걱정이에요.
나도 들었어. 새끼 먹이에 엄마의 분비물을 바른다며? 윽, 새끼들이 싫어할 것 같아.
오우, 오해예요. 분비물이라고 하면 더러워 보일 수 도 있지만, 닥터 그랜마가 생각하는 것 같은 그런 더러운 물질이 아니에요. 오히려 전 매우 깔끔한 성격에, 제 아가들을 소중히 여기는 엄마예요. 무슨 소리냐고요? 우리가 항문샘에서 분비한 물질에는 항생물질이 들어 있거든요. 이 항생물질은 세균 감염을 막아 우리 아가들의 먹이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시켜 준답니다.
먹이에 분비물을 안 바르면 어떻게 되는데?
아가들이 먹을 먹이에 제 분비물을 바르지 않으면, 새끼들이 아무리 밥을 먹어도 몸무게가 늘지 않고 결국엔 죽고 말아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실험한 결과, 어미의 분비물을 바르지 않은 먹이를 먹은 아기 송장벌레들은 어른이 되기 전에 죽을 확률이 4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제 분비물이 우리 아가들에겐 훌륭한 약인 셈이지요.
정말? 분비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줘.
제 분비물 속에는 효소가 들어 있어요. 그 중에서도 동물들의 면역 체계에 흔히 존재하는 항생제 성분인 라이소자임이 풍부하지요. 라이소자임은 포유동물의 젖이나 사람의 눈물을 통해서도 분비된답니다. 이 효소는 미생물의 세포벽을 파괴해서 세균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해요. 이 때문에 우리 아가들을 위해서 제 분비물을 늘 꼼꼼히 바르는 거랍니다. 아, 다시 식사 시간이네요. 닥터 그랜마도 같이 식사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