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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종교 그림을 그리는 것이 금지되었어요. 당시 화가들은 종교가 아닌 다른 주제를 찾아야 했지요. 이 때 새롭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인물을 아름답게 미화한 초상화예요. 그 중 한스 홀바인의 그림은 다른 화가들과 다른 점이 있었답니다. ‘과학’을 정밀하고도 세련되게 묘사하기 시작했다는거지요.
 

*르네상스 :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 말까지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진 문화 운동.
**종교개혁 : 16~17세기 유럽에서 로마 카톨릭 교회의 변화를 요구하며 등장한 개혁운동.

초상화 속에 과학 기구가?

한스 홀바인은 1497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의 왕실 화가로 활동한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화가예요. 영국의 궁정에 사신으로 온 프랑스의 외교관과 그의 친구를 그린 <;대사들>;이라는 작품이 유명하지요.
이 초상화에서 특이한 점은 다른 초상화처럼 사람이 가운데에 있지 않고 탁자를 중심으로 두 신사가 배치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는 홀바인이 인물보다 탁자에 펼쳐진 소품들에 의미를 두었음을 말해 준답니다.
그렇다면 어떤 소품에 의미를 두었는지 살펴볼까요? 탁자 위쪽에는 천구의, 휴대용 해시계 등이 있어요. 아래쪽에는 지구본, 수학책, 삼각자와 컴퍼스를 비롯해 당시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악기인 류트와 피리, 찬송가집이 있지요.
이런 도구들은 당시에 발달했던 과학과 사회, 정치적인 상황을 보여 주고 있어요.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시간을 재는 기구들이 발명되었고, 시간은 측정해야할 대상이 되었지요. 또한 하늘의 별들은 관측의 대상이 되었고요. 지도 제작자들은 여러 기구 등을 이용해 정확한 지도를 만들었어요. 이처럼 그림 속 도구들은 천문학과 항해술 등 르네상스 시대에 발달한 과학은 물론 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답니다.

일상화 속에 볼록거울이?

한스 홀바인이 초상화를 그리기 전에는 많은 화가들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은행가와 그의 아내>;를 볼까요? 저울을 들고 돈을 세는 은행가와 옆에서 그 모습을 힐끗 쳐다보는 아내가 있네요. 아내는 성모와 아기 예수의 그림이 있는 기도문을 넘기고 있지만, 책 내용보다는 돈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당시 세상이 점점 세속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네요.
<;은행가와 그의 아내>;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볼록거울’에 비친 상이에요. 왜 화가는 그림 속에 볼록거울을 그렸을까요? 그림 속 볼록거울은 당시 화가들이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지를 보여 주는 보증서 역할을 했어요. 그림 속의 볼록거울이 그림을 더욱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해 주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나 감추고 있는 의미를 돋보이게 했답니다. <;은행가와 그의 아내>;에는 기도문을 읽고 있는 평범한 남자가 볼록거울에 그려져 있어요.
 
캥탱 마시, <;은행가와 그의 아내>;, 1514년, 나무판에 유채, 71×68㎝ 파리 루브르 미술관.

또 다른 그림인 <;작업실의 성 엘리기우스>;를 보세요. 이번에는 볼록거울 속에 손 위에 매를 올려놓은 두 사람이 있지요. 여기서 ‘매’는 죽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죄악 중에 하나인 ‘나태’를 뜻해요.
결국 두 그림은 볼록거울을 통해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성실한 신앙생활을 강조하고 있답니다.
 
페트루스 크리스투스, <;작업실의 성 엘리기우스>;, 1449년,나무판에 유채, 98×85㎝,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쭈글쭈글~,이상한 그림의 정체는?

이번에는 유리잔을 이용해 그림을 감상해 보기로 해요. 르네상스 말부터 바로크 양식이 시작된 1590년경까지는 비례를 깨고 모양을 뒤트는 그림이 유행했어요. 이 때 볼록렌즈로 바라본 세계를 묘사하거나, 모든 장치와 장식품들을 길게 늘어뜨린 변형된 모습이 등장했답니다. 이처럼 사물의 모습을 변형시킨 것을 ‘왜상’이라고 해요.
 

다시 홀바인의 <;대사들>;로 돌아가 볼까요? 이 그림에도 ‘왜상’이 있어요. 바로 두 신사의 발치에 길게 누워 있는 형상이에요. 무엇을 그려 놓은 걸까요? 그 답은 유리잔이나 유리 실린더를 통해 보아야만 알 수 있답니다. 그림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유리잔을 통해 그림을 보면 해골이 나타나요!
홀바인은 왜 해골을 변형시켜서 그렸을까요? 여기서 해골은 삶의 무상함을 상징해요. 멋진 과학 기구 아래 숨어 있는 해골은 화려한 삶의 주변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지요. 작가는 이 죽음의 그림자를 왜곡된 모양으로 그려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거예요
 

 

2011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과학저술가
  • 진행

    성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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