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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시간은 없고 날짜만 있는 희한한 시계가 나와요. 앨리스가 그걸 보고 참 이상한 시계라고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모자 장수는 시간이 너무나 길기 때문에 시간을 표시하지 않는 거라고 말하지요. 모자 장수는 엘리스에게 시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난 체한다고 면박을 주고 말아요.
여러분도 똑같은 시간인데 어떤 때는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너무나 훌쩍 지나가 버렸던 경험이 있을 거예요. 이상한 나라의 모자 장수가 말한 것처럼, 정말 시간이 쭉쭉 늘어나기라도 한 걸까요? 시간에 대한 생각을 담은 그림을 보며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해요.
 

변하지 않는 딱딱한 시간!

윌리엄 블레이크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그렸던 영국의 화가예요. <;태고의 날들>;과 <;뉴턴>;이라는 두 작품이 대표적이지요. 특히 <;뉴턴>;이라는 작품은 화가의 생각을 잘 보여 주고 있어요. 이 작품에서 과학자 뉴턴은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바위에 앉아 바다와 시간을 수학으로 계산하고 있지요. 이 때 뉴턴의 모습은 볼륨감 있고 뚜렷한데 비해, 바위와 배경은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는 독특한 색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블레이크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블레이크는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간까지도 수학의 잣대로 재고 있는 뉴턴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어요. 뉴턴은 시간이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것이라 믿고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했지요. 블레이크는 이 그림을 통해 뉴턴이 세상을 수학으로만 재고 있는 편협한 존재이고, 그가 바라본 자연의 법칙 역시 공허하다는 걸 말하고 있어요.
 
 윌리엄 블레이크, <;태고의 날들>;, 1794,  에칭에 수채, 23.3×16.8㎝, 런던, 대영박물관.


윌리엄 블레이크, <;뉴턴>;, 1795, 에칭에 수채, 60×46㎝, 런던, 테이트 갤러리
말랑말랑~, 부드러운 시간

19세기에서 20세기로 나아가던 무렵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들이 등장했어요. 시간에 대해서도 그랬답니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이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설명했어요. 아인슈타인은 우주 안에서 천체가 놓여 있는 위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시간이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간과 공간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시공간’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어요.
시간에 대한 이 시대의 생각을 잘 나타낸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의 대표작인 <;기억의 지속>;이에요. 녹아 내리는 늘어진 시계로 유명하지요. 작품을 보면 죽은 시체가 해변에 널려 있고, 딱딱해야 할 금속시계가 올리브 나무 위에 걸려 축 늘어져 있어요.
화가는 이 작품에 대해 ‘기계는 나의 적이 되어야 한다. 시계의 경우 라면 부드러워지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요.
즉, 흐물흐물한 시계를 통해 뉴턴이 주장한 ‘딱딱한 시간’이 아닌 상대성의 원리에 따라 ‘부드러워진 시간’을 나타내고 있답니다.
 
살바도르 달리, <;부드러운 시계의 폭발>;, 1954, 14×19.1㎝, 개인소장(잉크와 연필로 드로잉한 원본은 살바도르 미술관에 소장).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1931. 캔버스에 유화, 24.1×33㎝, 뉴욕, 현대미술관.
시간을 보여 줘! 시계

이제는 시간 그 자체를 보여 주는 작품, 시계를 소개할게요. 가장 오래된 시계는 태양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예요.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2000년 경에 영국의 스톤헨지가 만들어졌고, 3500년 경 고대 이집트에서 오벨리스크라는 해시계가 만들어졌어요.
 
고대 이집트의 신전에 태양 숭배의 상징으로 세운 오벨리스크.



오늘날과 같은 기계식 시계가 만들어진 것은 무거운 추의 힘을 이용한 시계탑이 생기면서부터예요. 중세시대에 농민들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일을 했어요. 그런데 도시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광장에 시계탑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시계가 편리하다는 걸 알게 됐지요. 그 후로 추시계, 태엽시계 등 기계식 시계가 생겼고, 20세기에는 세슘 원자시계가 만들어졌어요.
이 중 원자시계는 지구, 태양, 별 등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원자의 진동을 통해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요. 원자시계의 1초는 세슘 원자가 91억 9623만 1770번 진동하는 시간으로, 이 1초가 세계 각국의 표준시가 되었답니다.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대규모의 천문시계탑.




안토니오 카날레토, <;산 마르코 광장과 시계탑>;, 1730, 캔버스에 유채, 70×53㎝, 미국, 넬슨 애킨스 미술박물관
“시간은 금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달력과 수첩을 합친 프랭클린 플래너를 만들어 성공하면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진 말이에요. 시계는 언제나 똑딱똑딱 쉬지 않고 가지요. 하지만 시간은 내가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서 길게 늘어나거나 짧게 줄어들 수도 있답니다. 여러분도 이상한 나라의 모자 장수 아저씨처럼 시간을 쭉쭉 늘여서 소중한 경험으로 가득 채우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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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과학저술가
  • 진행

    성나해
  • 진행

    레이먼드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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