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니도마뱀
-몸길이 6.3~13.8cm(꼬리 제외)
-서식지 사막
-숲 뾰족한 비늘이 몸을 감싸고 있는 도마뱀.
목 주변에 어두운 깃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 소노란 사막 식물원에 갔을 때,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스파이니도마뱀’과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이 도마뱀이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시작했어요. 그것도 칼각으로 말이에요! 도마뱀이 팔굽혀펴기하는 이유는 뭘까요? 지구사랑탐사대 대장 장이권 교수와 함께하는 사막 생물 탐구생활 마지막 이야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하나, 둘! 도마뱀이 팔굽혀펴기하는 이유는?
사막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40℃ 이상 나기도 하는 곳입니다. 한낮에는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덥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요. 그래서 일부 동물들은 밤에 활동이 둔해집니다. 낮에 주로 활동하는 도마뱀이 그런 동물 중 하나지요. 오전에 햇빛이 잘 드는 장소를 가만히 살펴보면, 도마뱀의 재미있는 행동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소노란 사막의 스파이니도마뱀은 꼬리를 제외한 몸길이가 10cm 전후로 그리 크지 않고, 보통 땅에 납작하게 붙어서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이런 도마뱀에게 팔굽혀펴기 같은 수직운동은 아주 눈에 띄는 행동인데, 이는 매우 전략적인 행동이에요. 특히 바위같이 돌출된 장소에서 하는 팔굽혀펴기 행동은 다른 도마뱀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명백한 신호지요.
도마뱀은 아침이 되면 체온을 높이기 위해 일광욕을 합니다. 그런데 도마뱀이 좋아하는 일광욕 장소가 있어요. 햇빛을 잘 받아서 금방 데워지는 작은 바위를 선호하죠. 사막의 도마뱀들은 일광욕에 알맞은 바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스파이니도마뱀은 팔굽혀펴기하며 일광욕하는 바위가 자신의 영역이라는 걸 주위의 다른 도마뱀에게 알리고, 경계하는 중이었던 거예요.
가위바위보 같아! 도마뱀의 번식 경쟁
소노란 사막의 또 다른 도마뱀 가운데 ‘측면얼룩도마뱀’이 있습니다. 이름처럼 옆구리를 보면 검은색 얼룩을 확인할 수 있지요. 이 도마뱀의 수컷은 목 색깔에 따라 힘이 달라요. 오렌지색 목 수컷이 가장 힘이 세고, 그다음은 파란색, 마지막으로 노란색 목 수컷이 가장 힘이 약합니다. 힘이 센 오렌지 수컷은 넓은 영역을 확보하는데, 영역 안에는 암컷이 여러 마리가 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지켜내면 오렌지 수컷은 번식에 많이 성공할 수 있지요. 파란 수컷은 그보다 작은 영역을 확보하고, 한 마리의 암컷만 지킵니다. 반면 노란 수컷은 자신의 영역을 따로 두지 않고 다른 수컷의 영역에 몰래 숨어들어 암컷을 낚아채는 전략으로 짝짓기해요.
오렌지 수컷은 근처의 다른 수컷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파란 수컷은 오렌지 수컷과의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려요. 가위바위보로 봤을 때, 오렌지 수컷이 주먹이라면 파란 수컷은 가위인 셈이에요. 한편 노란 수컷은 다른 수컷의 영역에 잠입하려고 시도하지만, 파란 수컷의 영역은 작고 그 안에 암컷도 한 마리밖에 없어서 쉽게 잠입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파란 수컷은 노란 수컷으로부터 암컷을 잘 지켜낼 수 있죠. 파란 수컷(가위)에게 지는 노란 수컷은 보자기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노란 수컷이 보자기라면 힘이 가장 센 오렌지 수컷(주먹)을 이길 수 있는 걸까요? 노란 수컷은 성공적으로 오렌지 수컷의 영역에 잠입해 암컷과 짝짓기할 수 있어요. 오렌지 수컷은 넓은 영역을 지키느라 바빠서 은밀히 침투하는 노란 수컷을 모두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죠. 결국 노란 수컷은 가장 힘이 센 오렌지 수컷을 상대로 번식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도마뱀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의사소통까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번식과 생존을 위해 다른 도마뱀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거친 사막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도마뱀의 행동을 조금만 이해하면 소노란 사막에서 살아가는 도마뱀들이 새롭게 보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