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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심은 데 콩난다! 우리 가족이 닮은 이유

뽀얀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어. 온가족이 동그랗게 둘러 앉아 송편을 빚고 있었지. 그런데 아무리 정성스럽게 빚어도 내가 만든 송편은 삐뚤빼뚤한 거 있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께서 놀리듯 말씀하셨어.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 거야~!”
헉! 그럼 나는 예쁜 딸을 못 낳는 걸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에게 송편이 속삭였어.
“아니야! 넌 너를 쏙 빼 닮은 예쁜 딸을 낳을 수 있을 거야!”
히익~! 송편이 말을 하다니! 게다가 날 닮은 예쁜 딸이라고? 도대체 무슨 소릴까?
 
가족끼리 닮았다! 유전의 비밀


“난 정말 억울해. 송편이 예뻐야 예쁜 딸을 낳는다고 말하는데, 사실 송편이랑 자식들의 생김새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구! 중요한 건 유전자란 말이야!”
“유전자? 도대체 유전자가 뭐야?”
“아기는 엄마 아빠를 닮은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지? 이게 바로 유전자 때문이라니까!”
뭐? 콩? 팥? 유전자? 송편아, 좀 더 쉽게 얘기해 줘~!


유전의 비밀 ❶ 닮았지만 다르다!
친구들은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알고 있니? 아기는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각각 절반씩 가지고 있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새로운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거야. 아기가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 는 것이지. 그래서 엄마, 아빠를 닮는 거야.
하지만 같은 엄마, 아빠를 둔 형제자매라도 생김새나 성격이 조금씩 달라. 그 이유는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받을 때, 꼭 같은 부분을 물려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 이야. 무지개떡을 반씩 잘라 아이에게 하나로 물려준다고 생각해 봐. 이 때, 무지개떡을 가로로 자르는지, 세로로 자르는지, 무지개떡의 색 순서를 바꾼 뒤 잘라 물려줬는지에 따라 하나로 합친 떡의 모양이 다르잖아? 유전자도 마찬가지란다.


유전의 비밀 ❷ 유전자? DNA? 염색체? 게놈?
많은 사람들이 유전은 유전자 때문이란 건 알지만 유전자와 DNA, 염색체 그리고 게놈이 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라?
먼저 DNA에 대해 알려 줄게. 바이러스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세포 안에 DNA를 가지고 있어. DNA는 이중 나선구조로 이뤄졌는데, 이 안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암호가 들어 있어. 하지만 모든 암호가 단백질을 만들진 않아. 유전자는 수많은 DNA의 암호 중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암호만을 말해.
그럼 염색체는 뭐냐구? 핵 속에 들어 있는 DNA 뭉치야. 마지막으로 게놈은 유전자와 염색체의 합성어로 유전정보의 총합을 말하지. ‘인간게놈 프로젝트’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 이는 인간 DNA에 들어 있는 모든 암호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뜻한단다.
 
나는 누구를 닮았을까?
“아하! 유전자 때문에 가족들이 닮는다는 걸 알았어. 나는 부모님의 유전자를 절반씩, 할아버지, 할머니의 유전자는 4분의 1씩 가지고 있구나. 이제 다 알겠다!”
잘난 척하는 나를 보고 송편이 말했어.
“오~, 똑똑한 걸? 하지만 다 알고 있는 건 아닐걸? 유전에도 법칙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니?”
뭐? 유전에도 법칙이 있다고? 송편아, 그 법칙을 어서 알려 줘!


유전엔 우성과 열성이 있다?
유전의 법칙을 처음 알아 낸 사람은 바로 멘델이야. 150여 년 전 성직자였던 멘델은 완두콩 실험을 통해 유전의 법칙을 알아 냈지. 멘델은 노란색 완두콩끼리 수정을 해도 녹색 완두콩이 생기는 것을 보고,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성질만 보여도 유전요인은 한 쌍으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즉, 겉으로 드러난 노란색 유전자 말고 드러나지 않는 녹색 유전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멘델의 생각은 아주 정확했고, 유전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됐단다.
이렇게 한 쌍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중에는 우성과 열성이 있어. 우성 유전자는 우성끼리 있을 때나, 열성 유전자와 있을 때도 그 성질이 나타나는 유전자를 말해. 열성은 우성 유전자와 한 쌍을 이뤘을 때는 그 특징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열성 유전자끼리 만났을 때만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유전자를 말한단다.
하지만 우성이라고 더 좋다는 뜻은 아니란다. 쉽게 말해서 검은 머리카락은 우성이고 금발은 열성이지만 검은 머리카락이라고 더 좋은 건 아닌 것처럼 말이야.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 아빠와 외할아버지가 닮았다고?
헝가리 펙스대학교 타마스 베레츠케이 교수는 헝가리에 사는 52가족 312명의 얼굴을 입술 두께, 코 높이, 턱 넓이 등 14가지 요소로 나누어 측정한 뒤 이를 분석했어요. 그 결과, 유전자가 전혀 섞이지 않은 장인과 사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얼굴은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 냈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에버딘대학교 진화심리학자 리사 드브루인은 다양한 유인원이 함께 살았던 과거에 인류는 다른 종과 짝짓기를 하지 않기 위해 부모를 닮은 배우자를 찾았을 거라고 말했어요. 이런 습성이 지금도 남아 아빠나 엄마를 닮은 사람과 결혼했기 때문에 외할아버지와 아빠, 친할머니와 엄마가 닮았다는 거지요.


추석맞이 유전 추적 프로젝트!
나는 누구의 어떤 부분을 닮았을까?
나의 보조개, 쌍꺼풀, 주근깨는 누구에게 물려받은 걸까? 온 가족들이 모이는 추석을 맞아 나의 예쁜 얼굴이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아빠, 엄마 중 누구에게 물려받은 것인지 조사해 보자.
예를 들어 내가 곱슬머리라면 곱슬머리에 동그라미를 치고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엄마, 아빠중에 곱슬머리인 분을 적으면 된다.
 



주의  : 초등학생 때는 쌍꺼풀이 없지만 나중에 커서 생기는 경우도 32% 나 된다. 아직 성장기인 친구들은 자라면서 얼굴이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걸 명심!

주의 : 표시된 우성과 열성이 완두콩의 경우처럼 명확한 것은 아니다. 우성과 열성의 법칙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자들 사 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참고만 하자!


별별 유전, 성격까지 유전된다!
나의 귀여운 보조개는 외할아버지와 아빠에게 물려받았고, 나의 예쁜 주근깨는 외할머니와 엄마에게 물려받은 거였어! 신기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송편이 이야기했어.
“너의 성격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께 물려받았다는 걸 알고 있니?
뭐? 성격까지 유전이 된다고? 허걱! 그건 또 무슨 말이니?


병도 유전이 된다?
부모님이 둘 다 비만이면 아이들도 비만이 될 확률이 80%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이처럼 병도 유전이 된단다. 예를 들어 조부모님이나 부모님 중 암에 걸린 분이 있으면 이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거야.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어떤 암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암이 생기는 요인 가운데 유전적 요인은 10% 정도고 나머지 90%는 흡연이나 음주, 잘못된 식습관 같은 환경 때문이라고 해. 만약 네가 병에 걸릴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면 오히려 미리 조심할 수 있는 거지. 담배를 피지 않거나 술을 마시지 않고 조심하면 된단다.


일란성 쌍둥이가 알려 준 유전의 비밀, 성격
1979년 어느 날, 미국의 한 신문에 태어나자마자 각각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가 40년 만에 만났다는 기사가 실렸어. 이 신문을 본 심리학자 토마스 부샤드는 40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를까 궁금증이 생겼지. 그래서 조사한 결과 깜짝 놀랄 사실이 밝혀졌어. 자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습관이나 취미가 똑같게 나타났거든. 두 사람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고, 둘 다 농구를 싫어했단다.
행복도 유전된다고 해.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의 데이비드 리켄 교수는 4000쌍의 어른 쌍둥이를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했는데, 사는 환경은 달라도 쌍둥이들이 느끼는 행복은 비슷했어. 리켄 교수는 행복의 50%가 유전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단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과 습관에 행복까지 유전 된다니 정말 신기하지?


엥? 콩 심은데 팥 날수도 있다?

“생김새에 성격과 습관, 질병까지 모두모두 유전과 연관이 있다니…. 역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거구나!”
이런 내 말을 들은 송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어.
“사실…, 콩 심은 데 팥 나는 경우도 있단다!”
이제껏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이야기를 해 놓고, 이제 와서 콩 심은 데 팥이 나기도 한다고?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걸까?


흑인 부부가 백인 아기를 낳았다?

영국에 사는 나이지리아계 흑인 벤 이헤그보로 씨는 병원에서 갓 태어난 딸 은마치를 보고 꿈인지 생시인지 자기 볼을 꼬집어 봐야만 했어. 왜냐하면 은마치가 파란 눈에 금발 머리의 백인이었기 때문이야. 이헤그로 씨는 물론 그의 부인도 흑인이며, 그들이 알고 있는 한 조상 가운데 백인은 없었거든. 게다가 이 부부에게는 이미 자녀가 두 명 있는데, 모두 흑인이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유전학 전문가들은 아마도 아주 오래 전 조상 중에 백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백인의 유전자가 숨어 있다가 은마치에게 나타났다는 거지. 이렇게 인간의 유전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발현 (그 특징이 나타나는 것)되지 않거나, 한 가지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여러 가지 유전자가 공동으로 작용하는 등 아주 복잡하단다.


DNA의 95%는 쓰레기?
사람의 DNA에는 30억 개가 넘는 암호가 들어 있어. 하지만 이중에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의미 있는 암호는 5%도 되지 않는단다. 나머지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지 않아서 ‘정크 DNA’라고 불러. 쓰레기 DNA라는 뜻이지.
과학자들은 이런 쓰레기 DNA가 진화 과정에서 쓸모없어진 DNA이거나, 아직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모르는 꼭 필요한 DNA일 거라고 추측을 하고 있어. 실제로 아직 쓰레기 DNA가 왜 존재하는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전혀 밝혀진 것이 없단다. DNA의 95%가 미지의 세계인 셈이야.



유전자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또 생명이 대대손손 전해지는 데 꼭 필요해. 마치 송편 속의 꿀물처럼 중요한 존재지.
하지만 멘델이 유전법칙을 발견한 지 15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DNA의 95%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로 아직은 유전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게 더 많단다. 유전 박사인 나 송편도 아직 모르는 유전에 대해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자라서 꼭 밝혀 주길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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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 도움

    박종훈 교수
  • 도움

    임동수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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