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고 있어요. 노랗게 잘 익은 들판과 풍요로운 오곡백과가 떠오르지 않나요?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이 느낌이 가득 담긴 그림들이 있어요. 바로 계절 별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그린 그림이지요. 그런데 이런 그림에도 과학이 숨어 있어요. 바로 천문학이에요. 친근한 풍속화가 어떻게 천문학과 연관되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99.jpg)
사람들의 일상을 나타낸 그림과 달력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 모습을 그린 그림이 천문학과 연관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일상 생활이 달력에 표시된 계절에 맞춰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달력은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 그리고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공전 주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어요. 따라서 계절에 따른 생활의 변화는 천문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요.
계절에 따라 생활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그 지역의 위치와 기후에 따라 각각 달라요.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속한 온대기후대에서는 보통 추분과 추분, 그리고 동지와 하지를 지나면서 생활 모습이 많이 바뀌어요. 특히 조상들에게 봄과 가을은 가장 중요한 일인 농사를 시작하고 끝내는 시기였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지요. 옛날 그림 가운데 이 시기를 그린 그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01.jpg)
➊ 김홍도, 풍속화 중 논갈이, 종이에 옅은 채색, 39.7×26.7㎝, 『단원풍속화첩』, 조선후기, 국립중앙박물관
계절에 따른 세시풍속을 자주 그린 것으로 유명한 김홍도의 <;논갈이>;예요. 겨울 동안 딱딱하게 굳은 땅을 부드럽게 해 주기 위해서 봄에 쟁기질로 논을 가는 모습을 그렸어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02.jpg)
➋ 김두량, 사계산수도(부분), 비단에 옅은 채색, 7.2×182.9㎝, 1744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화가 김두량은 사계절을 보내는 선비의 모습을 계절별로 그린 <;사계산수도>;를 그렸어요. 그 중 추수하는 가을 풍경을 그린 부분에서는 농부들이 도리깨를 내리쳐 타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03.jpg)
➌ 김홍도, 풍속화 중 씨름, 종이에 옅은 채색, 39.7×26.7㎝, 『단원풍속화첩』, 조선후기,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의 또다른 그림 <;씨름도>;에는 추수를 끝낸 뒤 모여서 놀이를 하는 여유로운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이 그림은 A4 1장 정도로 작은 크기지만, 그 속에는 두 명의 주인공과 20명이나 되는 구경꾼이 함께 그려져 있어서 긴장과 여유가 동시에 느껴져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누가 이길지 맞혀 볼 수 있을까요?
조선시대의 별자리 그림이 남아 있다?
그럼 본격적으로 달력과 천문학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옛날 사람들은 자신이 본 하늘의 모습을 그려 남겨 두었어요. 바로 ‘천문도’지요. 동양, 특히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왕이 하늘과 땅 사이를 이어 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왕은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도록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이를 위해 ‘하늘의 학문’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 오랜 시간 하늘을 관찰해 별자리 지도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천문도 또는 ‘개천도’라는 그림이에요.
우리나라에도 천문도가 있었어요. 바로 약 600년 전인 조선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예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중국의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랍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04.jpg)
▲
가장 오래된 중국의 순우천문도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05.jpg)
▲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온 별자리는 서양의 별자리로 구성된 오늘날의 별자리와는 전혀 다르다. 또한 당시의 중국 별자리와도 다르다.
천문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별자리는 조선시대의 별자리지만 일부는 삼국시대의 별자리이다. 이것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별자리 지식을 이 그림에 함께 정리했기 때문이다.
만 원짜리 지폐에 숨은 우주의 궁궐!
이번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조금 더 꼼꼼히 살펴보기로 해요. 가운데 있는 커다란 원 안에는 모두 1467개의 별과 별자리 그림이 점과 선으로 새겨져 있어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점의 크기가 달라요. 이것은 별빛의 세기에 따라서 크기를 다르게 그렸기 때문이에요. 중국의 순우천문도 등 다른 천문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으로, 우리 선조의 세심함이 녹아 있는 부분이에요.
또한 그림에 직접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하늘은 ‘세 개의 울타리’라는 뜻인 ‘3원’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3원은 각각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이라고 불려요.아래 그림에서 가운데에 파란색으로 표시한원에는 4계절 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가 모여 있는데, 자미원은 이 근처에, 태미원은 왼쪽 아래에, 천시원은 왼쪽 위 부분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3원에는 나라의 중요한 인물과 기관을 상징하는 별자리도 들어 있어요. 예를 들어 자미원에는 왕이 사는 궁궐을 나타내는 별자리가, 태미원에는 여러 가지 정부 시설을 나타내는 별자리가 그려져 있어요. 또 천시원에는 하늘의 시장을 나타내는 별자리가 들어 있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06.jpg)
하늘 그림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복잡한 이름 속에는 당시의 천문 지식이 요약돼 있어요. 먼저 ‘천상’은 하늘의 모양이라는 뜻으로, 별과 별자리를 뜻해요. ‘열차’는 하늘에서 태양이 이동하는 길을 뜻하는 ‘황도(‘어린이과학동아’ 8월 15일자 섭섭박사의 과학실험실’ 참고)’ 부근을 12부분으로 나눴다는 뜻이에요. ‘분야’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늘을 28부분으로 나눠 그에 해당하는 땅을 표시했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별과 별자리, 황도, 그리고 하늘과 땅의 관계가 자세히 기록돼 있는 셈이에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017/C201017N007_img_07.jpg)
▲
만 원짜리 지폐 뒷면에는 혼천의 배경 그림으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3원 부분이 그려져 있어요. 그림이 반 바퀴 돌아가 있기 때문에, 가운데 원부분에 자미원이 있고, 오른쪽 위에 태미원이, 오른쪽 아래에 천시원이 있어요.
일상의 삶을 담은 풍속화와 하늘을 그린 천문도는 이렇게 하늘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얼핏 봐서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하늘과 관련이 있는 그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