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황금보다 귀한 재료로 파란 물감을 만들었다는 지난 ‘그림 속 과학’ 이야기를 잘읽었나요? 그런데 아름다운 그림을 꼭 물감으로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알록달록한 빛이 물감보다 더 예쁜 그림을 만들어 주기도 하거든요. 이번 호에서는 빛이 유리를 통과하거나 반사되면서 만드는 신비로운 그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알록달록 창문은 빛의 팔레트!

혹시 불꽃놀이일까요? 아니면 연말에 거리를 장식했던 LED 전구? 아니에요. 이 화려한 사진들은 건물의 창문에 햇빛이 비친 모습이랍니다.
약 1100년 전,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샤르트르 대성당’의 벽에는 이처럼 여러 색으로 이뤄진 투명한 유리가 걸려 있어요. 이런 창문을 ‘스테인드글라스’라고 하지요. 스테인드글라스는 렌즈의 필터처럼 그 색만 통과시키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색유리를 통해 아름다운 그림을 표현할 수 있지요. 특히 불꽃놀이 모양으로 빛나는 동그란 창문을 봐 주세요(➌). 이 창은 장미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장미창’이라고 불리는데, 지름이 무려 13.35m예요.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키의 10배 가까이 되는 셈이죠. 이 창문은 납으로 만든 창틀에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등의 색으로 빛나는 유리를 끼워서 만들었어요. 예쁜 색을 내면서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해, 오늘날까지도 아름다운 장식을 볼 수 있는 거랍니다.
빛이 그린 그림은 건물 안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쳐요. 여러 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건물 안에서 서로 섞여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거든요. 그래서 과거에 이 성당을 찾았던 사람들은 빛을 보면서 아름다운 시를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또 경건한 마음을 품으며 ‘신은 빛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➊ 샤르트르 대성당의 중앙 벽, 9세기, 화재로 불탄 뒤 1220년 재건축, 프랑스 파리.
 


➋ 샤르트르 대성당의 북쪽 벽 ‘장미창’ 아래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➌ 샤르트르 대성당의 북쪽 벽 ‘장미창’의 모습.
 
 



▲ 샤르트르 대성당 합창석의 스테인드글라스.


신비한 모자이크의 비밀은 빛의 반사!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니더라도, 건물의 창문으로 들어온 빛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요. 지금부터 약 1500년 전, 이탈라아의 라벤나는 당시 유럽 문명의 중심지인 서로마제국의 수도였어요. 이 도시에 지어진 ‘산 비탈레 성당’에 가면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볼 수 있는데,
이 모자이크도 바로 빛이 그린 그림이에요. 모자이크는 당시 성당 안의 벽이나 바닥, 기둥을 장식하는 데 많이 이용된 미술 기법이에요. 산 비탈레 성당 안을 찍은 사진(➊)을 봐 주세요. 창문을 통해 비치는 빛과, 유리 조각과 금박 유리에 부딪히면서 반사된 모자이크의 빛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여러 가지 빛이 서로 부딪히고 섞이는 ‘산란 효과’ 때문에, 사람이보는 거리와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이 나타난거예요. 그래서 당시 성당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수많은 색 때문에 하늘 위로 올라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해요. 이탈리아의 시인인 단테는 이 모자이크를 보고 ‘색채의 교향곡’이 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렇듯 성당 안을 반짝이는 모자이크와 창문으로 꾸민 것은, 눈부신 빛을 통해 신과 만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성당 안
에서 빛은 신이 지닌 신비를 전해 주는 역할을 했던 거예요.


*모자이크 :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시대부터 등장하는 전통적인 조형 예술. ‘테세라’라고 부르는 작은 색유리 조각, 조개와 금, 은박 등을 잘게 조각내 이어붙이는 미술 기법이다.


 

➊ 산 비탈레 성당, 527~547년경, 이탈리아 라벤나.
 


➋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신하들>;, 547년경, 모자이크, 산 비탈레성당(이탈리아 라벤나).





 
➌ <;테오도라와 시녀들>;, 547년경, 모자이크, 산 비탈레 성당(이탈리아라벤나).


그림속 과학 -얼굴이 이상해
산 비탈레 성당에 있는 모자이크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재밌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모자이크 그림 가운데 첫 번째 그림(➋)에는 성당을 지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두 번째 그림(➌)에는 황제의 부인인 테오도라 황비가 성당에 들어가는 모습이 각각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똑바로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간격도 일정하지요. 이는당시 사회의 위계 질서가 엄격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어요.
또한 황제 부부의 머리에 금박으로 된 원이 보인다는 점도 특이한데, 이것은 예수나 성모, 성인의 후광을 표현한 거예요. 하늘나라를 중시하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지요. 그림에서 사람과 사물을 특이하게 표현한 예는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어요. 지금부터 2400년 전 이집트 테베의 무덤 벽화(➎)에는 한가로운 정원 풍경이 그려져 있어요. 이 그림은 연못에서 사냥을 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죽은 뒤 풍요롭게 살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어요.
그런데 그림을 잘 보면 산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와는 달리 얼굴과 다리가 옆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요. 하지만 어깨와 눈은 앞모습으로 그려져 있지요. 배경도 한쪽 면만으로 그려져 있지 않고, 연못은 위에서, 나무와 물고기는 옆에서 본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요.
이 그림은 우리가 보기엔 이상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상하지 않았어요. 눈은 이렇게, 물고기는 저렇게 그려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서 그대로 그려진 것뿐이거든요. 그런데 이 그림을 보다 보면 20세기의 유명한 화가 피카소의 그림이 떠올라요. 그림 ➍ 속의 얼굴을 보세요. 한 얼굴에 앞모습과 뒷모습이 동시에 그려져 있어서 원래 모습을 찾기가 어렵죠? 이렇게 뒷면, 옆면 등 다양한 면을 한 면에서 볼 수 있게 그린 그림을 ‘입체주의’ 작품이라고 해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피카소의 연인이기도 했던 사진작가 도라 마르예요. 긴 머리에 화려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모습인데도 어쩐지 슬픈 느낌이 들어요. 한 얼굴에 여러 면의 얼굴이 표현됐듯, 여러 느낌을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➍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와 함께있는 도라 마르>;, 1941년, 캔버스에 유화, 128.3x95.3㎝, 개인소장(그림출처 : 동아일보).




 
➎ <;네바문의 정원>; 테베의 고분벽화, 기원전 1400년경, 64x74.2㎝ 영국런던, 대영박물관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0년 0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 진행

    윤신영 기자
  • 진행

    레이먼드 워홀

🎓️ 진로 추천

  • 미술사학
  • 종교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