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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주니어’를 타고 갈라파고스에 도착한 권영인 박사님. 다윈이 처음 상륙한 세로띠에레따스의 모래해안을 시작으로 이사벨라와 프로리나, 네 형제, 산타쿠르즈 섬을 다니며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하셨어요. 갈라파고스 화산섬에 숨겨진 진화의 비밀, 권영인 박사님과 함께 알아볼까요?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처음으로 상륙한 곳을 찾아보기 위해 문헌에 나와 있는 세로띠에레따스를 찾아갔다. 항구에서 서쪽 해안가를 따라가 보니 바닷가에 화산 언덕이 보였다. 화산암 바위가 선인장과 작은 덤불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주변의 현무암 절벽이나 바위 해안은 아무래도 다윈 일행이 상륙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일행 중 한 명은 북쪽 지역의 모래 해안에 상륙했을 것이라 했지만 나는 항해기에 기록된 지명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 해변을 돌아다니다 급경사 언덕 아래 숨어 있는 모래 해안을 발견했다. 상륙하기에 적당해 보였고, 세로띠에레따스에서 이모래 해안 말고는 절벽과 바위뿐이라 이 곳이 상륙지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갈라파고스는 동물들의 천국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곳 이기도 하다. 해변가에는 바다사자들이 좋은 곳을 다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는 사람들의 배 위로 올라가 배를 더럽히기도 한다. 예외가 있다면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가 이 곳에서는 오히려 푸대접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구아나를 물어 죽이고, 거북이 알을 파헤친 범법자 취급을 당하며 짧은 줄에 묶여 다니거나 철조망 울타리 안에서 지내야 하는 신세다.
플로리나 섬(찰스 섬)으로 이동해 독일 이주민이 정착했던 거주지를 찾아갔다. 산중턱의 샘은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곳으로, 아직도 화산 바위틈 사이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1807년에서 1809년 사이에 해적들이 바위틈 사이를 넓혀서 만들어 놓은 창고와 얼굴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니 다윈이 묘사한 대로 화산 분화구의 남쪽 사면이 부서져 있었다.
이 곳의 화산은 200만 년에서 300만 년 사이에 생겼는데, 땅 속 지각은 지금도 일 년에 7cm씩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남미대륙에 가까워져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진화의 증거는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난 생명체들이 이 공간을 채울 것이다. 역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지역의 생물종이 유별난 이유는 아마도 화산 활동, 고립된 위치, 한 방향의 해류, *핫스팟 이론에 의한 섬의 형성 과정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왜 이와 비슷한 하와이 섬에서는 갈라파고스와 같이 독특한 생물상이 부각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핫스팟 이론 : 용암이 솟구치는 지점은 고정돼 있고, 그 위를 지각판이 이동하면서띠 모양의 섬들이 생긴다는 이론, 이 이론에 의한 섬으로는 하와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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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샌드위치와 물을 준비해 이사벨라 섬(알베마를 섬)의 시에라네그로 화산으로 향했다. 우리 말고도 이 화산을 보기 위해 십대 청소년들과 이십대 젊은이들은 걸어서, 육십대 이상의 노인들은 말을 타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11시 쯤 정상에 도착했다. 바로 아래 큰 나무가 보였다. 외래종인 비누나무로 1879년 이후에 들어왔다고 했다. 최소한 이 나무가 서 있는 분화구 주변은 1879년 이후 화산 활동이 없었던 증거이기도 하다. 이 화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고 큰 화산으로, 2005년에도 분출했다고 한다. 분화구 안에는 용암이 흐른 흔적이 여러 곳에 있었다. 게다가 오래 전에 분출한 용암과 2005년에 솟구친 용암은 색이 달라서 뚜렷이 구분됐다. 시간은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있다.